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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살아요
게시물ID : humorbest_13096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7
조회수 : 1798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9/18 14:18:53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9/18 05:26:54
*내일이면 현실로 돌아가네요..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불펌은 앙대용~
 
 
 
 
내가 사는 곳은 기본적인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온전한 여행을 할 수 없지만 10년 전으로 신체 일부를 몇 초 동안 보낼 수 있어서 과거 속 나의 팔에 단어 하나를 적을 수 있다.
이 단어는 문신으로 새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과거의 나에게 새긴 글씨는 금세 사라지기 때문이다.
단어는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겨져서 몸에 영구적으로 새기지 않는 것이 금기시될 정도이다.
다만, 과거의 나에게 단어를 남길 수 있는 나이는 30세부터이다.
 
나에게는 다소 가혹했다.
왜냐하면, 10대가 끝날 무렵 우울증을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서 20살이 될 때까지 겨우 목숨은 이어갔다.
대망의 그 날, 눈을 뜨자마자 팔에 무슨 단어가 새겨졌는지 살폈다.
앞으로의 10년을 붙잡고 살게 해준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살아요"
 
그 순간부터 나는 최선을 다해 긍정적으로 살았다.
닥치는 대로 대입 원서를 넣어 마침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았다.
부모님께서도 무척이나 들떠 하셨고 내 인생도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작은 창업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하고 여자친구도 사귀었다.
그리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팔에 새긴 단어를 보고 늘 다짐했다.
"그럴게요"
 
내가 26살이 됐을 때 여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았다.
상상 그 이상의 아픔에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
일에도 지장이 생겨 결국 회사도 그만두었다.
우울증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다시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 끝내버릴까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팔에 새겨진 단어를 보며 언제나 마음을 다잡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분명 30대에는 잘살고 있겠다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20살의 나에게 단어를 적어 준 바로 그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28살이 되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더 나은 직장을 찾았고 결국 시내에 있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도 얻게 됐다.
직장 동료와도 잘 지냈고 그 중 한 명과 같이 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회사를 나오게 됐다.
우울증이 다시 돌아왔지만, 진행이 느린 덕에 30살까지 어찌어찌 버텨나갔다.
그리고 미래의 내가 그랬듯, 20살의 나에게 "살아요"라고 적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과거의 나를 도왔다는 흐뭇함을 느끼며 새롭게 적혀있을 단어를 찾으려 팔을 내려다봤다.
 
그런데, 아무 말도 적혀있지 않다.
 
 
 
 
 
출처 LIVE
https://redd.it/4so7of by Zch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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