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이 없는 것 같아 하는 말인데, 왜 자꾸 만지는 것인지.
몹시 곤란하군.
나도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네게 물었다.
-확인하려고, 얼떨떨해서. 꿈 아닌가 해서.
울음 섞인 대답에 담담히 꿈이 아니라 답했으나,
적어도 그대가 꾸어온 꿈 만큼, 나 또한 그리고 또 그리던 순간이었다.
신이란 작자의 변덕에 어느순간 이 모든것이 스러지지 않을까
그런 거대한 근심으로 붓을 들었다.
그대의 기억이 깨어난 오늘
내 천 년 남짓의 삶이,
적지 않은 이들의 수호신이 되어왔던 날들이,
그렇게 끊어지지 않는 생의 이유를 조각하던 시간들이 비산되는 듯 하였다.
내 영원은, 이렇게도 찬란한 그대를 만나기 위해서였구나.
기약없는 어느 날에 신의 변덕이 다시 나를 가없는 설원 위에 가두어도,
언젠가 우연히,
첫 눈 나리는 날,
그대의 날숨에 작은 촛불이 사그라들 날을 기다릴 것이다.
허나 부디 그대의 이번 생을, 온전히 곁에서 지키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