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갔는지 뻔히 아는데도 언니가 없는게 공허해서 4일내내 엄마한테 언니 왜 없냐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ㅋㅋ
언니가 어제 밤 거의 열한시가 다 되어서 왔어요. 갈 때는 분명 캐리어 하나만 들고 갔는데 집에 들어올 때는, 아무리 언니가 작고 왜소하다지만 자기 몸만한 짐보따리를 하나 더 들고 있더라구요 ㅋㅋ 풀어보니 죄다 동생이랑 저한테 선물로 줄 간식들..ㅋ
초콜렛, 과자, 음료수, 컵라면, 클렌징폼 등등 초콜렛도, 컵라면도 종류별로 여러가지.. ㅋㅋ 게다가 제가 허x버터칩 먹고싶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비슷한 무슨 시아와세칩? 그런 것도 사오고.. ㅋㅋ
심지어 그거 살 때도 별로 재고가 없길래 남은 거 다 사버리면 뒷사람이 슬퍼할까봐 딱 두개만 사왔대요..ㅋㅋㅋ 과자 살 때 조차 남부터 생각하는 저희언니 왜 이렇게 착하고 귀엽죠..ㅋㅋ
집에 와서도 잠들기전까지 세 네시간을 계속 수다 떨다가 이러다가 정말 내일 출근 못하겠다면서 두시 넘어서야 겨우 수다 억지로 끝맺고 잠들었는데
무슨 행복한 꿈을 꾸는지 조금 전에는 잠꼬대로 "히히.." 하고 웃네요..ㅎㅎ 저희 언니지만 너무 귀여워요 ㅎㅎ
저한테는 늘 장난꾸러기에 사랑스럽고 귀여운 우리 언니가 올해 서른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아요..ㅋㅋ
솔직히 저희 집 잘 못살고, 빚도 1억 가까이 있는데다가, 엄마 혼자 버셔서 다섯 식구 빠듯하지만, 모진 소리, 손찌검, 욕 한 번 안 하신 부모님과, 본인도 부족한 월급이면서 우리 동생 밥 굶으면 안 된다고, 밥버러지 동생인 저한테 매달 꼬박꼬박 용돈 주는 천사같은 언니, 그리고 동생이면서 늘 오빠같이 챙겨주는 막내까지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사실 제가 사춘기 때 비뚤어져서 반항이며 가출이며 밥먹듯이 하고, 며칠을 넘어서 아예 몇 달을 집에 안 들어오고 한 적도 있어요. 핸드폰도 꺼버려서 엄마는 저한테 매일같이 메일 보내시고, 가끔 몰래 집에 옷 갈아입거나 돈 가지러 들릴 때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동생은 울면서 누나 안 나가면 안되냐고 잡고.. 못되쳐먹은 저는 그 어린 손도 뿌리치고 나갔었죠.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엄마아빠 돈에 손도 대고.. 200만원어치 절도시도하다가 잡히고... 합의금이며 병원비도 장난 아니게 깨졌었어요.. 적어놓은 건 빙산의 일각이고 그 때 했던 행동 하나 하나 생각날 때마다 너무 미안하고 후회되서 눈물이 흘러요.. 진짜 둘도 없는 썅ㄴ이었네요...
그런데 그렇게 못난 딸, 동생, 누나인데도 집에 들어갈 때면 늘 보고싶었다고 반겨주고,
저도 제가 잘못한 걸 알아서인지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해서 집에 더 들어가기가 싫었고, 괜한 자존심(?) 때문애 괜히 성질 부려도 다 받아주고,
그래도 어찌저찌 수업일수는 채워서 중고등학교는 졸업했는데, 사회에는 부적응해서 집에서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시간 죽이기를 5년 했어도 잔소리 한 마디 없이 기다려준 가족들..
늦은 나이에 정신 차려서 대학 입학했던 나이 25살. 그리고 아직 졸업도 못한 지금 제 나이 28살.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게으를 때도 많고(아니, 사실은 대부분이고 ㅠㅠ), 이렇다할 스펙도 이뤄놓은 것도 없지만 저 우리 가족들 위해서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스펙 쩔고 난다긴다하는 파릇파릇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뭘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반드시 잘 해내야해요. 반드시 성공해서 세상에 둘도없을 착한 우리 가족들한테 제가 잘못한 것들, 상처준 것들 다 갚아나가고 싶어요..
ㅎㅎ 그리고 새해 소망이 있다면 이렇게 예쁘고 착하고 순수한, 모쏠 우리 언니 마음에 상처 안 줄 좋은 남자가 나타나서 언니 곁을 든든히 지켜줬으면...
으아 새벽에 언니 귀여운 잠꼬대 듣고 괜히 찡해져서 끄적였네요...ㅎㅎ 모두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