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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커밍아웃했을 때 우리 엄마는
게시물ID : gomin_13100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Jpa
추천 : 16
조회수 : 748회
댓글수 : 107개
등록시간 : 2015/01/05 16:29:18



아웃팅 당했을때
내가 누굴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고 혼내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에게 자기 성향에 관한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건 원래 얘기하는 게 아니라고
 학교에서 전학 얘기를 할때 불같이 화냈다
내 딸은 잘 못 한 게 없다고

그 뒤로 내 연애관계에 대해 지지를 해주면 해줬지 뭐라고 한 적이 없었다
 
스무살이 되서  남자친구가 생겼다
엄마는 싫어했다
몸만 다친다고
결론적으론 그게 맞았다

아직 이십대 중후반인데 불임이 됐고 돈은 돈대로 잃고 사람을 못 믿게 됐고 날이 조금이라도 추우면 화장실까지 가는 것도 힘들만큼 아프다

26살 때 첫사랑이었던 여자와 다시 만났다
팔구년을 애타게 얘만 기다렸던 것 같다
같이 살기로 결정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난 가진게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다른데선 걸레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괜찮다고했다
잠깐 의견이 안 맞을 때 몸부터 들이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처음 알려준 사람이 이 여자다
자기 기분만 생각하지 말고 나 자신을 아끼라고 얘기해준다

남자와 사귈땐 들어 본 적도 없던 얘기를 이제서야 들었다

엄마는 잘됐다고 했다
내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안심된다고 했다
그저 둘이 잘 지내라고 돈은 둘이 행복해지기 위해 쓰라고

내 동생들도 오히려 잘 됐다고 했다
남자와 연애하면서 죽기 직전까지 갔던 걸 아니까
아팠던 걸 아니까

난 우리 엄마가 아니었으면 당당해질 수도 없었을 거고 멋도 모르고 남들이 정상이라고 하니까 나도 얘가 어설프게 좋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겠지
남자하고 연애할 때 난 반쯤 미쳤었고 절망했고 아팠다
아웃팅 당했을 때보다 더 치욕적이었고 굴욕적이었으며 사랑한다는 것 자체에 확신이 없었다 
이래야하나보다 남들 하는 거 나도 하는데 손가락질 안 당한다는 게 행복했지 
예전엔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기본적인 것으로도 손가락질 당했으니까
남자와의 관계에서 난 그저 욕망밖에 모르겠더라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배신과 비수뿐이더라

 

너무 괴롭고 숨을 못 쉬겠더라
그저 불쌍하더라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고 꺼진 생명들만 애처롭더라

 
농약먹고 죽어버릴까라는 생각만 몇번을 했는지
멋도 모르고 순진하게 남자에게 당해서 내가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근데 이 여자 하나면 세상과 맞짱떠도 내가 이기겠더라고

내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건 내 가족 내 엄마 내 동생들 때문이겠지

다른 누구보다 축복해주고 내가 행복하면 됐다고

 지금도 내 여친에게 우리 엄마는 고마워한다
 









내가 살던 가족이라는 틀이 참 다행이다
우리 엄마아빠 내동생들이 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옆에서 자고있는 내 여자야
그저 난 네가 고맙다
지옥에서 꺼내줘서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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