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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직장인 S씨의 하루
게시물ID : emigration_2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나다소시민
추천 : 11
조회수 : 188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2/05 14: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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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S씨는 현재 캐나다의 조그만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프로여행가이신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신의 럭셔리 해외여행이 그렇게 좋았는 지, 우리나라 청년들도 내 눈에 띄지 않도록 해외로 나가라, 나가라 고 있는 상황이지만, S씨는 이를 미리 예감했듯이 벌써 10여년 전에 이 곳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의 대통령 행태를 보면,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권장하는 게, 청년들 해외로 보내놓고 무언가 딴 짓을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는 없지만... (그게 현실이 될 줄이야!!!)

캐나다 직장인 10년차, 게다가 최근에 이직을 통해서 한참 정신없이 바쁠 이 S씨의 하루를 통해서 캐나다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알아보자.


◆ 아침시간. 아내의 상쾌한 발길질과 함께 하루는 시작되고...


아침 6시 40분... 아직 불꺼진 S씨의 침실이지만, S씨 주위만 환하게 밝혀져 있다. 

바로 S씨가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는 아들내미가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어나도 이불 위에서 뭉기적거리는 시간이 길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과 함께 뭉기적거리다보니 뭉기적시간이 더 길어졌다.


S씨: (음성변조)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서 꿈을 더 많이 꾸게 되더라구요.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도 그 꿈의 여운 때문에 멍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을 통해 현실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그게 점점 길어지더군요. 이러다가 이불이 내가 되고, 내가 이불이 되고... 그런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허허허... 이런 걸 이불지몽의 상태라고 하지요... 허허허...


되도않는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면서도 S씨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2살짜리 아들내미가 '아빠, 그것 좀 놔' 라고 말할 정도이지만, S씨의 스마트폰 중독은 나아지지가 않는다.


S씨: 어허... 롯데가... 이런이런...


그래도 롯데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1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정치/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듯 하다.

과연 롯데의 앞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슬쩍 의견을 물어보았다...


S씨: 롯데가... NC한테 또 발리고 있어요. 2년 전만 해도 수준 낮은 신생팀을 받아들이면 한국야구판이 흐려진다고 하더니만... Again 1992를 아마 2050년까지는 들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마 아내가 발로 걷어차지 않았으면 더 길어졌을 스마트폰 시간을 마치고, S씨는 부엌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국 데워서 밥과 함께 후루룩, 후루룩 마시고, 씻고, 도시락 챙기고, 정리하고... 이제 내려와서 아침을 먹고 있는 아들내미와 딸내미에게  입맞춤을 하고... 7시 30분쯤에 집을 나선다.

S씨의 직장은 차로 약 10여분, 자전거로 약 2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특별히 교통체증은 없지만, 요즘 온 도시가 (망할 놈의) 공사중이라서 차선이 좁아지고, 없어지고... 난리다 난리...


S씨의 회사는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그 곳에서부터의 셔틀버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도보로는 약 10여분 거리...

이 주차공간도 여러 곳에 있는데, 년차에 따라서 더 가까운 곳으로 배정된다. 과연 S씨는 가까운 곳의 주차공간을 얻을 때까지 이 곳을 다닐 것인가?

오늘도 S씨는 이 추운 날에 터벅터벅 10여분을 걸어서 8시쯤 회사에 도착한다.


◆ 입에 거미줄 칠 것 같은 회사 분위기...


S씨의 회사는 이 조그만 도시에서 흔치않은 18층 높이의 고층빌딩이다. 

11층에 위치해 있는 S씨의 책상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우선 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컴퓨터를 켜서 사내메신저의 상태표시가 available표시가 되어서, '나 왔어요~~~'라고 만방에 알려야한다. 

그리고 도시락을 공용냉장고에 넣고, 커피한잔 가져오는 일이다.


<S씨 층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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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고 우선 밤새 쌓여있는 이메일을 정리한다. 대부분의 이메일이 그냥 쓰레기통으로 옯겨진다. 

그리고 오늘의 미팅을 확인한다. 오늘의 미팅은 2건. 평소보다 많다.

보통 미팅은 평균 하루에 1건 정도 잡혀있다. 물론 S씨의 미팅 때 주된 업무는 멍하니 있기... 이다.

S씨의 회사는 나름대로 캐나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Head Office가 이 곳이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오피스가 흩어져있다. 

따라서 거의 모든 미팅은 온라인 미팅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영어가 약한 S씨는 죽을 맛이다. 얼굴이라도 마주하고 이야기하면 대충 얼굴표정보고 때려맞추기라도 하지... 이건 화면과 목소리밖에 안 들리니...

이런 상황이다 보니 S씨의 미팅 때 주요업무가 '멍하니있기'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팅 확인 후, S씨는 주변에 내 모니터를 쳐다보는 놈 없나 한번 살피고, 밤새 블로그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 확인한다. 

잠들기 전에 15명이었던 방문자가 아침에 확인해보니 18명이 되어있는 거 빼놓고는 아무 변화가 없다... 

굳이 매일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젠장...'

S씨의 중얼거림과 함께 깊은 빡침이 느껴진다.


이 곳의 업무는 주로 사내메신저와 사내메일로 이루어진다. 

S씨에 따르면 캐나다 회사도 회사마다 다르지만, 이 곳은 전형적인 캐나다회사 분위기라고 한다.

하루종일 10마디, 그것도 '굿모닝', '하와유' 정도만 하고 퇴근한 적도 있다고 할 정도이다.

따라서 이 회사는 하루종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가끔 들려오는 화상회의 소리가 전부이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 어떤 회사는 점심시간에 어디 갈까 이런 분위기로 시끌시끌하지만, 여기에서는 각자 알아서 먹는 분위기다. 

여기저기 모니터 앞에서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S씨가 업무도 보고, 밥도 먹고, 졸기도 하고... 하여간 별 짓을 다하는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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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쉬고 싶어라' 를 입에 달고 다니는...


얼레벌레 오전근무를 하고, S씨는 점심시간에 1층에 있는 회사 피트니스 센터로 간다. 

이 회사에서는 자체 피트니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점심시간마다 피트니스 프로그램도 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요가...

강사의 현란한 꺾기와 휘돌기를 어떻게 하든지 따라가려고 S씨는 노력하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안쓰럽기만 하다. 


'아우... 이게 처음에는 정말 안 꺾이더니만, 이제 좀 했더니 좀 유연해진 것 같더라구요. 정말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라고 긍정의 아이콘을 십만개는 붙인듯한 표정으로 S씨는 이야기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이게 나아진 거면 도대체 이전에는 양말은 어떻게 신었나 라는 의구심만 들게 한다.


점심시간의 안쓰러운 피트니스를 마치고, S씨는 책상으로 돌아와 도시락과 함께 빡센 업무라고 써놓고는 실제로는 졸음과의 싸움으로 점철된 오후근무를 한다. 

출퇴근시간이 자유로운 이 곳 분위기답게 3시쯤 되면 벌써부터 퇴근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한다. 

S씨도 3시 50분부터 4시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주섬주섬 퇴근준비를 해서 셔틀타고 주차장 가서 출발하면 집에 약 4시 30분쯤 도착한다.

이렇게 S씨의 회사생활은 이동시간 합쳐서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 하루 평균 9시간이 소요된다.


집에 도착하면 S씨를 반겨주는 건 역시나 2살짜리 아들내미... 저 멀리서 우루루 달려온다. 

지금은 키가 어느정도 있어서 머리가 정확히 S씨의 급소 높이에 있다. 

아무생각없이 멍하니 있다가 2어번의 말 못할 고통의 경험을 이미 체험한 S씨는 재빨리 무릎앉아 자세로 아들내미를 맞이한다.

회사에서 쌓인 피로로 잠시 쉬고 싶지만, 이미 육아에 지친 딸내미를 구하기 위해 아들내미와 씨름을 시작한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광란의 저녁식사 시간으로 접어든다. 아들내미와 함께 먹는 저녁시간은 편할 날이 없다. 

무언가가 떨어지고 날아다니고, 아내의 윽박지름과 아들내미의 울음소리에 저녁밥이 무슨 맛인지 느낄 새가 없다. 

겨우겨우 아들내미 몇숟갈 떠먹이면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끝내면 저녁 6시가 된다... 

이제 소파에 앉아서 한숨 쉬면 좋으련만, 에너지 넘치는 아들내미는 그런 쉴 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 아들내미와 함께하는 저녁시간, 그리고 자기 계발(?)시간


아들내미를 데리고 근처 학교 놀이터로 간다. 벤치에 앉아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들내미를 보면서 S씨는 10년만 젊었어도 같이 뛰어다니면서 놀아주는데...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아들내미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집에 돌아오지만, 에너자이저 아들내미는 그 정도로는 택도 없다. 

다시 집에 와서도 장난감 등으로 에너지를 소모시켜야 한다.

저녁 8시... 아들내미 씻기고, 책 읽어주고, 인터넷 서핑과 함께 토닥토닥 거리다 보면 저녁 9시쯤 잠이 든다. S씨의 얼굴에 오늘 최고의 희열이 감돈다.


S씨가 기자에게 이야기를 한다. 

'이제 제대로 된 저의 시간이죠. 이 시간을 주로 저의 발전을 위해서 씁니다. 우선 책도 좀 읽고, 인터넷으로 세계 정세와 경제 좀 읽고, 그리고 운동도 좀 하고 그런 시간이죠. 일단 땀을 좀 흘려야겠네요. 같이 가시죠'


같이 간 곳에는 빨래더미에 숨겨져 있는 실내용사이클 운동기구가 있다. 당황스런 얼굴로 S씨가 이야기를 한다.

'아... 그참... 이 여편네는 빨래 여기에 널지 말라니깐... 2~3일 운동 안 했다고 이 곳에다 빨래를 널면 어떡하라고...'

멀리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머가 2~3일이야? 2~300일은 됐겠다. 어차피 쓸데없이 공간 차지하는 거 빨래라도 널어야지..'


'허허허' 공허한 웃음소리와 함께 S씨는 이야기한다.

'잠시 운동복 좀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죠... 머...'


옷 갈아입으러 간 S씨가 3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S씨에게로 가 보니,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 급박한 뉴스가 있는 것인가?


'허허... 내려가려고 했는데, 마침 이대호 타석이라서... 요것만 보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강정호도 나오고, 강정호 끝나니 오승환이 나오네요. 허허허...'


결국 S씨의 허송세월은 11시쯤 끝나고, 오늘도 운동과 독서와 세계 정세 어쩌구 저쩌구는 공친다. 자기 계발은 무슨... 개뿔...

한 몸이 되어가는 듯한 의자와 어렵게 작별을 한 S씨가 향한 곳은 냉장고... 그 곳에서 주섬주섬 내일의 도시락을 챙긴다. 

그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기자와 인사하고 침대로 향하는 시간은 11:30분에서 12시 사이... 

s씨가 이민을 온 이유 중의 첫번째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하던데... 이 놈의 '저녁이 있는 삶'은 어떻게 쓰여지고 있단 말인가...


이렇게 캐나다 직장인 S씨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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