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이 그리 잘 사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못 사는 편도 아닌 것 같구요.
저는 그리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학을 지방의 중하위권 정도의 사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문과대라 다행인건지 등록금은 입학금 포함 300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대학이 집에서 멀어 기숙사비를 포함하니 거의 400만원이 되더군요.
오늘 엄마가 기숙사비를 입금하고 오셔서는 저를 보시며 작게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잠시 후에 3월에 생일이 있는 막내동생이 엄마에게 [엄마 생일선물 3만원짜리 사주면 안되?] 라고 물어왔습니다. 엄마는 [이제 큰누나도 대학생이고, 작은누나도 고등학교 올라가니 예전처럼 이젠 허리를 졸라매야 해. 아껴야 누나들하고 너 공부시키지] 라고 하시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셨습니다. 옆에서 들으면서 미안한 마음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네이트에서 대학 동기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2시가 조금 넘어서 오늘 졸업식이니 일찍 자야된다는 생각에 [나 이제 자야해] 라며 훌쩍 나와버리려는데, 함께 이야기하던 동기중 하나가 [진짜 인정머리 없다] 라는 말을 하더군요. 미안했지만 몇시간 후면 졸업식이니 잠은 좀 자둬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에 그냥 컴퓨터를 꺼버렸습니다.
자리에 누웠는데 계속 그 [인정머리 없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이제 대학가면 친구 잘 사겨야 하는데.. 부터 시작해서 고민들이 머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잠이 안오더군요.
기숙사에 컴퓨터를 들고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자, 낮에 엄마가 동생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서 레포트야 피시방가서 쓰면 되 라며 혼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이제는 정말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집을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습니다. 기숙사 입사일이 27,28일정도라 이제 따지면 이주일도 채 집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그르르 돌더군요. 집 떠나기 싫다.. 떠나기 싫다 라는 생각만 들어요, 자꾸.
솔직히 여기서 제가 가는 대학까지 두어번 갈아타서 1시간 20분쯤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통학이 가능한 거리지만, 통학하면 제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선택한 기숙사였는데.. 그 생각이 자꾸 드니 차라리 통학을 할껄 그랬나 라는 후회가 계속 됩니다.
그렇다고 힘들게 입사한 기숙사를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집떠나 외지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싸아한게, 외롭다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제가 사교성이라던가 말솜씨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라서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가는 학생 수도 적을 뿐만아니라, 같은 학과를 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있었다면 의지가 됬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집 근처에 있는 대학 편입을 찾아보니 4학기를 수료해야 하고 편입시험도 까다롭고 2차에는 논술이나 면접도 있더군요. 편입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장학금을 탈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에 알아보니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과에서 톱 정도를 해야 받을 수 있더군요. 내가 그 정도에 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 순간 장학금에 대한 생각은 거의 내다 버렸습니다.
지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합니다.. 대학 등록금도,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새로 만나게 될 친구에 대한 것도..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졸업식 7시간 남았는데, 잠이고 뭐고.. 눈물이 핑그르르 돌고 머릿 속이 어지럽고 많은 것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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