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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미워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54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미위
추천 : 12
조회수 : 747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7/02/05 20:56:34
2015년 5월 중순 민통선에서 상황병 근무중 한 할머니가 지나가시길래 용무를 물었더니 어디어디 산으로 가서 나물을 캐러 간다고 하셨다.
 
전방 부근인만큼 산에는 산대로. 물에는 물대로 지뢰들이 많았기에 나물 캐는것 금지. 수영금지 등등 많은 금지 조항이 있었는데.
다른곳과 비할 수 없는 그  풍요로운 자원과 깊고 넓은 경관에 비해서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안타까우면서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는 마냥 말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명령이라 따라야할 군인들인 우리도 이곳이 고향인데 참견이냐 하는 주민분들도 서로 답답하기만 했다.
 
'할머니 거기는요 오래전부터 지뢰가 많아서 잘못하시면 큰일 생깁니다'
 
'내가 여 산만 50년 가까이 다녔는데 지뢰는 커녕 돌부리 하나 안걸려 넘어져봤어! 당신들보다 알면 더 잘 알지 지X하지 말라고'
너무나 자주있는 말다툼. 나의 선임의 선임. 훨씬 몇년 전의 선임들도 똑같은 현상을 되풀이 했었겠지 나의 후임들도 그럴 것이고.
 
이곳 철원 전방부근에서 사시던 시골 어르신들에게 우리들은 그저 자신들의 동네에 와서 이리 검사 저리 검사 귀찮게만 하고 고향도 마음대로 못 다니게 하는 못마땅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 답답함이 이해가 가면서도 우리를 마냥 미워하고 욕하는게 억울할 뿐이었다.
 
할머니는 열이 받으셨는지 그저 욕을 하시며 올라가셨다. 그리고 몇일 뒤 지뢰를 밟고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으나 대충 평소 가던길목이 잦은 비로 인해 흙이 깎이면서 위로 올라온 지뢰를 밟았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그 할머님은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것이었을지도 모르지'
 
 소대장의 체념한듯 덤덤한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텅 비었다. 우리가 더 말린다고 올라가는것을 그만두지도 않았을것이고.
매번 같은 길을 다녔기에  일주일 뒤 혹은 몇년뒤라도 결국 같은 결과가 일어났겠지.
 
우리들을 그렇게 원망하고 욕하면서까지 산으로 올라간 결과가 지뢰를 밟은 것에 대한 죽음이라는것이 슬프고도 어이가 없어. 그저
이 일이 생긴 후로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이라곤 계속 미움을 받으면서도 . 욕을 먹으면서도 사람들의 길을 막을 뿐이었다.
 
 
 
출처 나의 경험. 좋은분들도 많았지만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마음이 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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