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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mabinogi_1310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파스!
추천 : 26
조회수 : 1550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5/09/05 0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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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의 기사단
* 망상주의. 긴 글 주의. 오글주의.

When they hurt. (male ver.)




K-002.jpg


1. 로간의 경우

반호르에서 던바튼을 거쳐 티르 코네일로 교역 짐을 옮기던 중 슈안으로부터 급전急傳이 도착했다. 정찰 임무를 나갔던 로간이 부상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의 느긋한 슈안답지 않게 급히 휘갈긴 듯한 글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티르 코네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던바튼의 교역소에서 물품을 넘기고 다급히 캠프로 들어서자 손톱을 깨물며 안절부절 못하는 슈안의 모습이 보였다. 

 " 치료소로 옮겨놓긴 했습니다만...아이고,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슈안이 오도방정을 떠는 탓에 가슴 한 켠에 일렁이던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고된 훈련에도, 벅찬 임무에도 군말없이 조장의 지시를 따라주었던 로간이었다. 엄살을 부리거나, 약한 소리를 할 이는 분명 아니었다. 되려 내게 걱정을 끼치고,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자신을 탓할 그였다. 어쩌면 이전의 임무에서도 내가 모르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을지 모른다. 묵묵히 혼자 상처를 치료하고 캠프에 도착한 나를 향해 웃음을 지어보였을 것이다. 그는 그런 위인이었다. 반면 나는 며칠 간 제대로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조원들을 임무로 내몬 부족하고 이기적인 조장이었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로간의 상태가 나아질 리는 없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그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었고, 끊임없이 말을 토해내는 슈안을 뒤로 하고 치료소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딱딱한 나무 침대 위에 죽은 듯 누워있는 그를 보고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조심스레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로간이 등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 오셨습니까. "

상체를 일으키는 모습이 다소 힘겨워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그의 마지막 말은 과하게 욕심을 부린 조장을 탓하는 말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말도, 임무 실패에 대한 변명도 아닌 '죄송하다'는 말이었다. 무엇이 그리 죄송하냐고 되묻자 로간은 웃음을 거두며 자신이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분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다운 대답이었다. 이유 모를 화가 치솟았다. 욱하고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키며 누구의 솜씨인지 엉성하게 그의 팔에 감긴 붕대를 풀어 다시 동여매었다. 그는 송구스럽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 나는 그가 또 한 번 자책의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 무리하지 마. 혼자서 아등바등 다 짊어지려고도 하지 말고. 힘들 땐 힘들다, 어려울 땐 어렵다고 말해. 넌 너무 성실해. 바보같을 정도야. 조장이라고 뭐든 오냐오냐 해줄 것도 아니야.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누구보다 네가 노력한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 죄송하다는 말은 한 번만 들을게. "
 " 그렇습니까.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어리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 조장의 역할이 조원들 뒷바라지 아닌가? "
 " 그렇다면 조장님,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
 " 뭔데? "
 " 괜찮으시다면 다음에 저와 함께 도서관에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
 " 그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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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이의 경우

던바튼 광장에서 한가로이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참이었다. 1X채에 서식하는 누가 상자를 열었더니 코끼리며, 드래곤이 나왔다더라 하는 풍문을 안주거리 삼아 담소를 나누고 있던 찰나 임무 보고 전령이 도착했다. 디이의 임무 실패. 가끔 짓궃은 장난으로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려는 녀석이었던지라 임무 실패를 빌미삼아 농을 던질 참이었다. 캠프에 도착했을 때 디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달 식비를 몇 번이고 손으로 꼽아 계산하고 있는 슈안에게 디이의 행방을 묻자 슈안은 잠시 고민하더니 디이가 부상을 입었다고 알려주었다. 

 " 입은 멀쩡한 것 같았으니까요. ... 그보다 예산 확보 문제가 시급합니다. 이대로는 월말에 쫄쫄 굶게 생겼다니까요? "

디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웃음이 터져나왔다. 분명 치료소에 드러누워 자신의 처우에 대한 한탄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슈안의 태도로 미루어 짐작하니 그리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나를 붙잡고 본격적으로 돈 이야기를 꺼내려는 슈안을 피해 치료소에 들어서자 끙끙 앓는 디이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평소 언행에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었던 터라 의구심을 가지고 그에게 다가서자 디이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 왜 이제서야 오는 거야. 조장! "
 " 다쳤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어. "
 " 너무하잖아. 조장이 지시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영광스러운 부상을 입었다고? 제일 먼저 달려와봐야 하는 거 아니야? "
 " 진정해. 상처 벌어진다. "

뾰루퉁한 얼굴로 툴툴거리는 디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의 상처를 확인해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부상의 정도가 심해 보였다. 일어나 앉으려는 그를 눕히고 피로 얼룩진 붕대를 갈아주고 있노라니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중얼거렸다. 미안. 귀를 세우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모기 같은 목소리로 사과하는 그를 놀려주고 싶었지만, 이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침묵하는 그의 진지한 얼굴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러지 저러니 해도 그 불같은 성격에 화가 났을 것이다. 의외였던 건 그런 어려운 임무를 지시한 나에 대해선 한 마디의 불만도 토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둘 사이에 자리한 어색한 침묵을 깼다. 

 " 다음 번에는 내가 직접 갈게. 조원이 못다한 일은 조장이 처리해야지. "
 " 그건 안 돼! "

어깨를 으스러져라 잡으며 디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거리낌없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 내가 다친 걸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조장이 갔다가 다쳐서 돌아오면? 조장한테 그런 위험한 임무를 맡길 순 없어. "
 " 디이. 상처 벌어진다니까. "
 " 약속이야. 몰래 가지 않는다고 약속해. "
 " 알았어, 알았어. "
 " .... 다 나으면 훈련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그 임무, 다른 조원한테 맡기지 말고 꼭 나한테 줘. "



K-004.jpg

3. 카오르의 경우

마누스씨가 부탁한 양털 채집이 끝나가던 무렵 올빼미 한 마리가 특별조의 소식을 안고 나에게 날아들었다. 살펴보니 카오르가 임무를 끝마치고 복귀했고, 그 결과가 썩 좋지 못하다는 보고가 간략히 적혀있었다. 관청 아르바이트를 미루고 바로 캠프로 귀환했다. 

곱지 않은 말과 태도로 처음부터 심기를 거스르던 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그 쌀쌀맞은 태도가 본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저 남들보다 표현이 서툴고, 솔직하지 못한 것 뿐이었다. 대화를 거듭하면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씩 꺼내놓았다. 디이처럼 모든 걸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만으로 장족의 발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슈안이 나에게 달려와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입이 근질거린다는 얼굴을 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카오르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카오르는? "
" 그게..음, 저. 치료소로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려줬다는 말은 하지 마시구요. "

치료소로 달려가면서 든 몇 가지 생각들. 분명 그는 슈안에게 자신의 부상을 나에게 알리지 말라고 이야기 했을 것이다.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슈안이 에둘러 표현한 것을 보면 그 상황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임무 보고에서도 그의 부상에 대한 내용은 일절 언급조차 없었다. 조금은 그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서운하기 그지 없었다. 요란스럽게 들이닥치는 나를 보며 카오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읽고 있던 책을 곁에 내려놓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무안해진 내가 침대 곁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그제서야 카오르는 입을 열었다.

 " 슈안씹니까? "
 " 숨길 일도 아니었잖아. 임무에 대한 보고에 조원의 상태에 대한 내용은 필수야. "
 "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일일이 보고를 해야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

그의 말과는 달리 팔과 다리에는 두텁게 붕대가 감겨있었다. 그는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담요 속으로 붕대가 감긴 발을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형식적인 보고. 차갑고, 높낮이가 없는 어조로 그는 임무의 경과를 간략히 내게 보고했다. 어려운 임무를 지시한 것에 대해 그에게 사과를 해야할 지, 아니면 임무에 실패한 것에 대해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 지 고민하는 나를 앞에 두고 카오르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잠시간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 무표정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사실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는 것을. 기분이 좋을 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거나, 곤란할 때엔 무심코 눈을 피한다거나 화가 났을 때 미간에 미세하게 잡히는 주름 같은 것들. 카오르는 분명 고개를 떨군 채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5분이 지나도 책장은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어깨에 힘을 풀었다. 그 어떠한 말도 필요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분명 내가 그에게 찾아오기 전 수 십번 잘못한 임무를 되짚고, 자신의 실책을 곱씹었을 것이다. 실패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이성적으로 몇 번이고 같은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했겠지. 자존심이 쎈 남자니까. 

 " 언제까지 거기에 계실 겁니까? "
 " 갈 거야. "
 " ...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 없을 겁니다. "
 " 알고 있어. 몸조리 잘 해. "
 " 조장님. "
 " 응? "
 " 괜찮으시다면 다음 번에 오실 때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책을 가져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바쁘시면 제가 직접 가지러 갈테지만. "
 " 또 오라는 이야기지? "
 " ....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




기사단 나오고 많은 존잘 오유분들이 그림이며, 스샷으로 덕질해주시는데 ... 저는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 뿐이라서 밤에 혼자 끄적여봤어요. 
오글거리는 손은 다리미로 펴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덕질하다니. 흐규흐규.
나의 로간/디이/카오르는 이렇지 않아!!! 라고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제 망상이 잘못했네요.

물론! 저는! 아직!! 로간의 부상 치료 이벤트밖에!!! 해보지!!! 못했습니다만...
이벤트를 위해 무리한 임무를 강요하는 조장님이 될겁니다.'ㅠ'
그보다 저는 10세 여캐지만 어째선가 제 글 속 조장님은 늠름한 남자분이시네요. 하하. 

망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우리 모두 선량한 조장이 됩시다.
그리고 종종 이런 거 쓰면 화내실 거죠?ㅠ_ㅠ 화내신다고 하면 덕질은 메모장에 쭈글쭈글 적겠습니다. 
모두 굿 새벽 되세요! 

출처 새벽에 잠 안 와서 망상하는 나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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