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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해야 하나 꽤 오랫동안 고민했어. 하지만 내가 이 얘기를 한 걸 알면 화를 낼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미 죽었고, 나머지 사람들이 찾을 만큼 유명해질 얘기도 아니니까, 그냥 할게. 어릴 적 나는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클리어워터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어. 사우스다코타의 경치 좋은 부분 말고, 그냥 넓은 대평원에 있는 마을이었어. 수십 마일 반경에 나무도 없이 평평한 초원만 펼쳐져 있는 곳이야. 클리어워터에는 겨우 맥도날드 하나 있을 정도고, 한 천명 정도만 살아.
시골 마을이라 클리어워터에는 재밌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 영구적으로 폐쇄된 "주립 공원" 하나 빼곤 말이야. 큰따옴표를 쓴 이유는, 클리어워터 호수 공원은 겨우 백 에이커 정도 크기였고, 토네이도 보호소, 부둣가, 화장실이랑 피크닉 테이블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공원 같지도 않은 곳이기 때문이야.
호수에서 온갖 잡일들이 다 일어났어. 다른 시골 지역이 그렇듯이 다양한 전설이나 귀신 얘기가 많았고, 클리어워터도 예외는 아니었어. 버려진 농가는 항상 귀신 나오는 곳이었고, 하늘에 보이는 불빛은 다 외계인이었어. 하지만 제일 인기 있는 지역 전설은 윈디고에 대한 거였어. 우리 백인 아이들은 원주민 보호구역 애들이랑은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윈디고가 뭔지에 대해서는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이름이 멋져 보여서 그냥 얘기하곤 했어.
윈디고의 재주는 먹잇감이 될 사람을 끌어들여서 죽이려고 원하는 소리나 목소리를 완벽하게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 아무도 본 적도 없었고,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도 못 했지만,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온 사람이라면 완전 윈디고가 낸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얘깃거리를 들고 오곤 했어.
호수 근처를 둘러싼 작고 빽빽한 숲 말고 클리어워터에는 나무랄게 별로 없었어. 주 정부가 공원을 폐쇄한 이후로 (호숫가에 있던 모래까지 싹 가져갔더라. 믿어져? 미친 거 아냐? 도대체 왜?) 윈디고의 서식지가 됐대. 소문에 의하면 윈디고가 아기 고양이 소리를 내서 두 명의 어린아이를 부둣가로 끌고 온 뒤에 익사시켰기 때문에 주에서 공원을 폐쇄했다고 하더라. 부둣가 근처에는 죽은 두 아이를 위한 기념 명패 같은 게 있었어. 적어도 이 부분은 사실이라는 거지만, 내 생각에는 그냥 안타까운 사고일 뿐이었어. 두 아이의 부모님은 자식의 죽음이 같잖은 귀신 얘기로 변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참.
공원은 몇십 년간 닫혀있었어. 나는 클리어워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퓨마팀 파이팅!) 내가 어울리던 친구들은 제이미와 걔 남자친구인 게이브, 게이브의 동생 노아였어. 이중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 나와 제이미뿐이고, 제이미는 아직도 자살시도 때문에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어. 거의 몇 년동안 걔랑 얘기해본 적이 없어. 연락하는 게 좀 두려워. 과거 얘기를 하는 게 걔 상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무튼, 7월의 어느 날 우리는 뭘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나마 큰 도시인 수 폴즈로 주말마다 차를 몰고 갔었었는데, 그것도 이젠 지겨워졌어. 그때 게이브가 클리어워터 호수로 가서 오래된 공원을 탐험하자고 했어. 선배들이 거기서 스킨십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대마초를 피우는 핫한 곳인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 미지의 장소는 아니었어. 결국 우리는 게이브 아버지의 낡은 똥차인 뷰익을 타고 여행을 시작했어.
공원으로 향하는 자갈길에 들어서자마자 라디오가 꺼졌어. 만약 호수의 전설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이건 하나도 무섭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우우 거리면서 괜히 난리를 쳤어. 다이얼을 좀 돌려봤지만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나더라.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왔어. 이곳은 더 이상 관리되지 않아서 가시돋힌 긴 풀들과 잡초로 가득했어. 다 썩어버린 부둣가가 하릴없이 빛나는 물에서 뻐끔거렸어. 메뚜기랑 모기 천지더라고. 하지만 굉장히 아름다웠어. 자연이 다시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평화롭더라.
호수 옆에는 배수로가 있었어. 호수가 넘칠 경우를 대비해서 옆에 만들어 둔 큰 콘크리트 구멍이었어. 호수에서 콘크리트로 된 저수지로 이어지는 경사로가 있었어. 저수지 바닥은 흙투성이였고, 나무와 관목이 자라고 있었어. 우린 이 배수로가 윈디고 굴일거라고 생각해서, 서로에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오라고 자극했어.
제이미가 먼저 하기로 했어. 경사로는 그래피티와 담배꽁초로 가득하더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는 표시인 것 같아서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어. 제이미는 경사로를 내려가서 한 25피트 정도 되어 보이는 깊이의 저수지를 내려다봤어. "뭐 좋은 게 보여?"라고 내가 물어봤던 게 기억나. 걔는 우리를 돌아보더니 "너네 저거 안 들려?"라고 말했어.
그래서 귀를 기울였어. 우리에게도 들렸어. 저수지 깊숙한 곳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히 덤불 사이 어디선가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어. 우리는 가장자리로 다가가 마을을 공포에 빠트린 "윈디고"를 볼 수 있을까 해서 내려다봤어. 난 제이미에게 내려가서 뭔지 보라고 했고, 제이미는 지랄하지 말라고 했어.
라디오가 꺼졌어. 제이미가 나에게 얘기했을 때 말이야. 우리는 웃으면서 기어 나왔어. 윈디고는 우리를 낚는데 실패했고, 우리는 할 얘깃거리가 하나 늘었으니까 말이야. 배수로는 이미 왔다간 다른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로 가득했기 때문에, 예전에 선탠하던 사람이 켜놓은 라디오가 실수로 저수지 아래로 떨어졌을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어. 다시 가져올 수 없어서 그냥 놔 둔 라디오가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켜져 있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좀 더 심각하게 생각했어야 했던 거 같아.
새로운 얘깃거리가 생겼고, 그렇게 떠났으면 괜찮았을 거야. 지역 전설에 우리가 한 멍청한 일을 하나 추가하고, 학교에 돌아가서 이 얘기를 하고, 그렇게 그냥 살았으면 말이야.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어. 우리는 떠나기 전에 토네이도 보호소를 보고 싶었어. 공원이 폐쇄되기 전에도 거긴 무서웠다고 하더라. 거길 갔다 오는 게 우리 패기를 오롯이 시험해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보호소로 걸어가고 있는데, 라디오 소리가 끊긴 이후로 모든 것이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어. 벌레나 파리, 바람소리도 없이. 크고 축축하고 뜨거운 담요가 공원을 덮은 것 같았어. 오래 있을 건 아니었지만, 보호소를 봐야만 했어. 보호소는 작은 콘크리트 건물이었고, 안에는 지하 방공호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어. 보호소는 분홍색과 검은색의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문에는 조악하게 괴물이 그려져 있었어.
노아는 문을 열고 머리를 넣어보더니 나와서 토악질을 했어. 안에 있는 건 완전히 썩어 있었어. 한 번도 보지 못했더라도, 본능적으로 죽음의 냄새라는 걸 알 수 있었어. 너희라도 뭔지 바로 알았을 거야. 제이미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고는 우리는 안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했어. 노아가 문을 닫을 때 우리는 그 소리를 들었어.
아기 울음소리였어. 토네이도 보호소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어. 목뒤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어. 더운 날인데도 냉기가 느껴지더라. 노아와 제이미와 나는 충격을 받은 채 조용히 서로를 바라왔어. 게이브는 그러지 않았어. 걘 이성적이었거든. 용감하게 아이를 구하러 갈 만큼. "와 세상에, 너네도 저거 들려?"라고 말할 만큼.
"안돼 게이브. 가지 마." 제이미의 목소리가 떨리던 게 기억나. 하지만 게이브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어. 착하고 용감한 애였거든. 걔가 계단 아래로 사라지자마자 울음소리가 멈췄어. 다시 나오거나 뭐라도 얘기하길 기다렸지만 출입구 너머의 진한 그림자는 고요하기만 했어.
노아는 문을 열어 최대한 냄새를 참고 계단 아래로 게이브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어. 우리는 겁에 질렸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어. 도움을 요청하러 갈 수도 없었어. 게이브한테 차 키가 있었거든. 다 같이 내려간다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했으니까. 게이브를 도와야만 했어. 노아가 지포 라이터를 꺼내서 선두로 보호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물방울 같은 게 내 위로 떨어졌어.
물이 아니었어. 구더기였어. 수백 마리의 구더기가 벽을 기어 다니고 있었어. 동물 사체가 바닥에 가득했고, 벽은... 미친... 붉은 장기들로 피 칠갑되어 있었어. 제이미는 토하기 시작했어. 모든 게 까맣게 변하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내 뒤에서 들린 아기 울음소리야.
나는 공원에서 몇 마일 떨어진 들판에서 깨어났어. 엉망진창이고 탈진 상태였지만 다치지는 않았어. 나는 가까운 큰 길로 걸어가 지나가는 픽업트럭을 잡았어. 운전하던 늙은 남자는 날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날 경찰서로 데리고 가더라. 나중에 엄마가 오셔서 엉엉 우시더니 나를 껴안으셨어. 아무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이 정도 밖에 설명해줄 수 없었어. 게이브는 죽었고, 노아와 제이미는 실종 상태라고. 아마 난 기절할 때까지 달렸고, 내 뇌가 기억을 억지로 잊은 것 같아. 아니면 제이미가 나를 빼낸 걸 수도 있어. 아니면 아마... 그 게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난 거의 이틀 동안 실종 상태였대. 기억나는 거라곤 내가 본적도 없는 길가 배수로에서 일어난 것뿐이고.
제이미는 몇 시간 후 고속도로 근처에서 헤매고 있는 상태로 발견됐어. 노아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어. 경찰은 무엇이 게이브를 죽였는지 발표하지 않더라. 공식적인 사인은 "폭력에 의한 살인"이었어. 나는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못했어. (게이브의 부모님이 나와 제이미를 탓했거든. 난 그분들께 아무런 악감정도 없어. 그분들은 두 아들을 잃었으니까) 하지만 들은 얘기로는,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몰라도 장례식 때 관 뚜껑을 열어둘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나 봐.
나는 얼마 후에 이사를 갔어. 더 이상 나에게 마을에 남은 건 없었고, 제이미는 마약을 하고 자해를 하더니 나중에는 병원으로 보내졌어. 학교에서도 이 일에 대해 다들 수군거려서, 난 수 폴즈에 있는 사촌들과 같이 살기로 결정했어. 최근까지는 클리어워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었어. 이 일이 날 많이 망쳐놨으니까. 진짜 몇십 년 만에 부모님을 뵈러 다시 갔었어. 죽을 생각을 하고 말이야.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돌아가서 해답이라도 얻고 싶었어. 잃을 게 없었으니까.
오래된 자갈길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었어. 길을 막아둔 표지판은 움푹 패고 빛이 바랬고, 풀과 구덩이로 가득한 길 뒤편의 땅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 듯했어. 클리어워터와 그 엿 같은 괴물 사이에 있는 건 이 도로 표지판뿐이었어. 표지판 앞에 차를 세우고 저 멀리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 너머를 바라봤는데, 갑자기 라디오가 꺼졌어.
아래를 내려보자 모든 게 조용해졌어. 후진을 하고 뒤로 돌아서 두 번째로 클리어워터에서 튀었어. 그 이후로 다시는 돌아간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