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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wedlock_69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막대해줘
추천 : 25
조회수 : 2545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7/02/08 23:35:28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였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무책임한 조언과 공감없는 걱정들 앞에서 보란듯이 이쁜 가정을 꾸리겠노라 많은 것들을 포기 했었다.
시간을 내야했기에 친구도 없다.
돈이 들기에 마땅한 취미도 없다.
시즌과 비시즌이 극명한 직업 특성상 요즘은 백수나 다름없다.
7시에 일어나 한식 입맛인 아들의 아침식사와 서양 입맛인 딸의 아침을 따로 준비한다.
7시 30분에 와이프를 깨우고 씻는 동안 커피를 준비한다.
8시에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 9시까지 자유시간이다.
뉴스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9시가 되면 주차장에 내려가서 와이프를 위해 차를 데워 놓는다.
출근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면 10시다.
이불정리 후 청소기를 돌리고 강아지 똥을 치우고 아침 설거지를 마치면 할 일이 없다.
할 일을 만들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오후에는 학원 가기 전 아이들의 간단한 간식만 준비하면 된다. 꼼쳐 둔 돈으로 사먹인다. 편한데 돈이 다 떨어져 간다.
공식적으로 나에게 현금은 없다. 실시간으로 와이프에게 문자가 가는 신용카드 2장이 나의 전재산이다.
참고로 결혼하기 전 약속했었다.
음식 솜씨가 좋은 내가 메인 요리를 담당하고 와이프는 밥 담당이다. 지금까지도 그 약속 하나만은 와이프가 잘 지킨다.
밥과 국을 제외한 반찬을 준비하고 와이프 퇴근을 위해 길을 나선다. 와이프와 집으로 돌아오면 학원에서 아이들이 돌아와 있고 그 시각이 7시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씻는 것과 잠옷으로 환복을 완료 시키는 것까지가 나의 임무다. 9시 쯤 마무리 된다.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면 거실에 나와 개가 남는다.
별일 없는 것이 감사하고 별일 많았던 지난 시간들도 감사하다.매일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을 느낀다. 딱 좋은 요즘이다.
근대 너무 힘들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는 것도 힘들고 지금은 굳은 살이 되었을 풀지못한 스트레스도 힘들고 총각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이 죄 같아서 힘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도 힘들고 그 중에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게 제일 힘들다.
결국 오늘 내 안에서 소리없이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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