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생일.
가끔 꾸는 꿈 속에서 나는 홀로 열아홉의 생일, 그날로 돌아간다.
우습게도 두 개 뿐인 우산을 핑계로 자꾸 비를 내리는 누군가에게 짜증을 부렸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귀신을 피해 눈을 돌려야만 하는데,
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분명 존재할 신은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 싶었다.
아홉살 이후로 빌어본 적 없던 소원을 짜증섞인 간절함으로 빌었더랬다.
그날 분명 나는 홀로 방파제에 앉아 케이크의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메밀 꽃다발이 선명히 떠오른다.
이유모를 일들이 워낙 다양해 별 생각없이 지내왔는데..요즘 들어 유난히 또렷해진다.
그 메밀 꽃다발이.
분명 고이 말려두었는데 어느 순간 기억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이유 모를 슬픔으로 비를 맞이하게 된 것도,
그토록 지겨웠던 귀신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게 된 것도,
뜻 모를 노트의 메모를 되새기게 된 것도.
그리고 메밀꽃의 꽃말을 기억하게 된 것 까지도.
10년 전 그날보다 나은 삶을 살고있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는, 스스로의 효용가치가 상실된 것 같은 끝모를 답답함으로 방황하고 있는걸까.
10년 전 그날을 마지막으로 생일도 잊고 지냈다.
오늘은 케이크가 생겼지만, 소소한 파티조차 할 수 없다.
어느날 문득 내가 세상에 남아있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유예된 채 삶을 이어가는 존재같았다.
또한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태어남을 축하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다.
그래도...
홀로 10년 만에 생긴 케이크에 촛불 정도는 밝혀도 되지 않을까.
그정도는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