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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도깨비가 돌아오던 날, 은탁이의 일기
게시물ID : drama_53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rchid
추천 : 4
조회수 : 7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09 06:27:00

열아홉의 생일. 

가끔 꾸는 꿈 속에서 나는 홀로 열아홉의 생일, 그날로 돌아간다.


우습게도 두 개 뿐인 우산을 핑계로 자꾸 비를 내리는 누군가에게 짜증을 부렸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귀신을 피해 눈을 돌려야만 하는데,

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분명 존재할 신은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 싶었다.

아홉살 이후로 빌어본 적 없던 소원을 짜증섞인 간절함으로 빌었더랬다.


그날 분명 나는 홀로 방파제에 앉아 케이크의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메밀 꽃다발이 선명히 떠오른다.

이유모를 일들이 워낙 다양해 별 생각없이 지내왔는데..요즘 들어 유난히 또렷해진다.

그 메밀 꽃다발이. 

분명 고이 말려두었는데 어느 순간 기억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이유 모를 슬픔으로 비를 맞이하게 된 것도, 

그토록 지겨웠던 귀신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게 된 것도,

뜻 모를 노트의 메모를 되새기게 된 것도.

그리고 메밀꽃의 꽃말을 기억하게 된 것 까지도.


10년 전 그날보다 나은 삶을 살고있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는, 스스로의 효용가치가 상실된 것 같은 끝모를 답답함으로 방황하고 있는걸까.


10년 전 그날을 마지막으로 생일도 잊고 지냈다.

오늘은 케이크가 생겼지만, 소소한 파티조차 할 수 없다.


어느날 문득 내가 세상에 남아있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유예된 채 삶을 이어가는 존재같았다. 

또한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태어남을 축하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다.


그래도...

홀로 10년 만에 생긴 케이크에 촛불 정도는 밝혀도 되지 않을까.

그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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