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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너무 좋아요... 끊어야 하는거 아는데 끊기가 싫어요.
게시물ID : gomin_13119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lmZ
추천 : 0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1/07 07:13:34
매일 집에서 혼자 '최소' 소주 한 병 먹은지 벌써 2년이 넘었네요.

맥주 한 두 캔씩 하는건 한참 됐구요.

술이 주는 그 느긋함과 여유가 너무 좋아요.

저란 사람 자체가 매시간 쫓기며 사는 스타일이에요.

한시라도 뭐라도 배우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하다못해 게임이라도 붙잡고 

"이 시간은 나를 위해 뇌를 비워두는 시간이다" 라고 생각해야 직성이 풀려요.

버스다 지하철이다 허투루 시간 보내는게 너무너무 싫어 생활비 줄여가며 도심 한복판에 사는게 저란 사람인데

술 마실 때 만큼은 저는 너무너무 느긋해져요.

집에서 혼자 술 안주를 준비하고 술상 차리고 술 한 잔 마시면서 무한도전 예전거 한 번 더보거나 영화 한 편 보거나...

그 시간 만큼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너무너무 느긋해져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릴 비우고 먹고, 보고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돼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막상 주량은 잘마신다고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택도 없어요.

한 병 마시면 이미 알딸딸 하고 날잡고 과음한다고 해봤자 소주 두병이 기껏이에요.

어쩌다 그렇게 마시기라도 하면 다음날 반나절은 날아가고 또 그게 걱정돼서 그렇게까진 잘 안마셔요.


문제는 제가 노래하는 사람이란 거에요. 나이 20 중후반에 아직 노래로 직업을 가진건 아니고 아르바이트로 먹고살고 있지만 

저란 사람의 정체성이 음악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노래하는 사람이에요.

노래하는 사람은 술이 독이에요.

한 병 마시면 다음날 하루 동안 목이 안좋고 더 마시면 이틀, 사흘, 혹은 그 이상까지 목이 안좋아요.

이게 아주 큰 스트레스에요. 목 상태가 하루도 좋을 날이 없어요 저는... 

독이란걸 알면서도 끊을 수가 없고... 자괴감땜에 더 술만 찾고...

또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체중도 문제에요.

19살때 심하게 과체중을 찍고 천천히 다이어트 시작해 1년여동안 30키로 감량에 성공한 뒤로 

쪘다 빠졌다를 반복해도 정상치를 벗어나진 않았는데

술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살이 찌기만 하고있네요.

그도 그럴것이 밤마다 술만 먹는게 아니라 야식을 엄청나게 먹으니까요...

저칼로리 안주로 먹어봐도 그날 하루일뿐 다음날은 반동으로 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결론은 술을 끊어야 살도 빠진다는 거겠죠.

살이 찔수록 자존감도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드네요...

야식값, 술값... 아르바이트만으로 감당하기 벅찬데도 끊을수가 없네요.

너덜너덜해진 속땜에 몇시간 전에 먹은 저녁밥겸 술 다 게워냈네요.

이렇게 몸까지 안좋은데 끊을 수가 없네요... 끊어야지 맘먹어도 다음날 저녁되면 또 술 없인 못자겠죠.

친구들은 알콜중독 초기증세 아니냐며 반쯤 농담 섞어 진심으로 걱정합니다.


경제적, 건강, 자존감, 음악 외에 이 이유 저 이유 끊어야할 이유 하나하나 대면 글 하나로는 부족할거에요.

이유는 너무 많은데 혼자 먹는 술 그 여유... 끊기가 너무 힘드네요.


잠 못들고 답답한 맘에 글 써봤습니다.

다른 분들은 지금 하루를 시작하시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 밤엔 저 대신 한잔씩 하세요.

저는 이제 자러갈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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