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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주의]소설가 -1,2,3,4-
게시물ID :
panic_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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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계피가좋아
★
추천 :
7
조회수 :
200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1/03/15 23:55:58
제가 요즘 항상 재미있게 봐주시고 조용히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단걸 잊고있었나 봅니다 저의 빈둥거림에 기다리시던 분들께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__) 항상 재미있게 봐주시는 공게, 오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면서 퍼온 글을 펼치기전에 여담 몇자 더 적어보겠습니다 요번에 느꼈는데 응원해주시는 댓글 하나하나가 제가 생각 했던것 보다 더 큰 동기와 활력이 된다는걸 느꼈습니다 항상 재미있게 봤다고 기다리고 계시다고 어찌보면 그냥 읽고 지나치기 쉬운 글들을 퍼오는 제게 안부까지 여쭤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구나 이렇기에 업로더 분들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더욱더 신비롭고 재미있는, 흥미있는 자료들 올리시는구나 라는 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 될꺼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잊지않고 그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_^ 아 요번 글을 8화에 각각의 부제가 달린 글인데 읽다가 감질나실까봐 제가 두파트로 나눠 올려봅니다 재미있습니다 ^_^ 『살고 싶다면 그 누구도 아닌 널 믿어라.』 소설가 -1- 여행 -요즘 안좋은 일이라도 있는거야? -원고 기한이 이제 얼마 안남았어. 나도 아픈사람 데리고 이런 짓하는거 맘에 안내키지만 어쩌겠나 내 직업이 편집장인걸 -여기는 그나마 요양도 되고 공기도 좋아서 글쓰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을거야. 요양하는 셈 치고 다녀와봐. -아아 차편은 내가 마련해줄게. 걱정마 걱정마. 나 오창식이야. 몰라? 확실하게 해줄테니까 가서 쉬다가 멋진 작품만 떡하니 대령해주면 되는거야 이사람아! 핫핫 "미친새끼...확실하게 해준다더니.." 유치원에서나 볼 법한 조그마한 봉고를 앞에두고 한 남자가 가벼운 욕지거리를 날리고 있었다. 찌는 듯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상승한 모양인지 그 남자는 이내 봉고의 앞바퀴를 발로 몇번 걷어차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발만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욕을 거둬들이고 봉고의 문을 여는 남자. "내가 그 자식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건강이 뭐가 어쩌고 어째? 빌어먹을." 남자는 봉고에 차 키를 꽂아 넣고 에어컨을 틀려는지 무언가를 열심히 돌려댄다.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는 에어컨. 남자는 화가 났는지 에어컨디셔너가 달려있는 차체를 주먹으로 심하게 내리친다. 그 바람에 에어컨 조절기가 날아가 버렸고, 그 때문인지 에어컨이 시원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개새끼. 하여간 내가 이번 글 대박 나기만 나봐. 빌어먹을 오창식새끼 먼저 족칠테니." 남자는 바알갛게 부어오른 손을 어루만지며 내내 욕을 멈추지 않았다. 에어컨에서는 여전히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 남자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휴게소 파라솔에 몸을 기댄 채로 시원한 음료를 들이키고 있었다. 장시간의 운전이 그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는지 자꾸만 숨이 가빠오고 시야가 흐려졌다 보였다를 반복했기에 어쩔수 없이 내린 곳이 바로 이 휴게소였다. 확실히 길가에 세워져있는 간이 휴게소라서 그런지 시설면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가게에서 파는 먹을 것들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나있었기 때문에, 되는대로 조그마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있던 차였다. "정토 휴게소..? 처음 들어보는 곳이군. 하긴..이런 이름없는 간이휴게소야 전국에 깔리고 깔렸겠지." 남자는 음료를 다 마셨는지 캔을 뒤로 던진 채 자신의 봉고차로 향했다. 찌는 듯한 날씨에 매미처럼 조그마한 봉고를 보고있자니 다시한번 화가 치밀어오르는 남자였다. 그는 다시금 욕을 중얼거리면서 봉고의 문을 열었다. "꺅!"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남자는 흠칫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만해도 아무도 없었던 자신의 봉고차 에서 왠 미친년이 가느다란 비명소리와 함께 자신을 밀치고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당..당신 뭐야 ?!" "으히히히..히히히.." 그 여자는 이내 정토 휴게소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휴게소 내에 위치한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화가난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휴게소 주위에서 한적한 오후를 즐기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그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며 무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런 것에 관심을 쓸만큼 여유있지 않은 남자였다. 남자는 그녀가 들어간 음식점의 문을 거칠게 열어제끼면서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소리쳤다. "방금 전에 들어온 여자 어딨어요?" "지..지은이 말씀이십니꺼?" "지은이건 지랄이건 방금 들어온 여자 말이에요." "아이고 고마 죄송합니더. 고 미친년이 또 지랄을 해뿐나...죄송합니더." "아니 그러니까 그 여자는 어디있냐니까요?" "방금 갸가 들어오긴 했는데..." "어.디.있.냐.구.요." 남자는 화가나는 듯이 아줌마를 향해 쏘아붙였다. 아줌마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또 뭐꼬? 누가 또 지랄하는데?" 난데없는 두꺼운 저음에 놀란 남자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서 있었다. 얼굴에 털이 덥수룩한 것과 전체적인 피부색이 검게 그을린 점, 그리고 다 늘어난 런닝을 입은 채 온 몸에 흙을 뒤집어 쓴 모습을 보아하니 근처에서 막노동을 하는 노가다꾼임이 분명했다. 남자는 사내의 기백에 눌렸는지 목소리를 약간 내리 깐 채로 그에게 물었다. "아. 방금 여기로 들어온 여자분께서 제 차에 무단으로 침입을 했거든요. 혹시나 뭐 가져간건 없나해서.." "그 년이 무슨 정신머리가이따꼬 남의 차에서 물건을 훔치겠습니꺼. 그런거 아이니까네 퍼뜩 가이소." 사내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향해 쏘아붙였고 그러한 사내의 눈빛에 남자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그..그렇군요.." 자신의 모습에 진절머리를 느끼는 남자였다. 그는 주인 내외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에 가게를 나섰다. 내리쬐는 태양이 마치 자신의 나약함을 놀리는 것 같아 화가 나는 남자. 아까까지만해도 느껴지지않았던 주위의 시선들이 마치 자신을 흉보는 것 같아 그는 괜히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남자는 자신이 주눅들었다는 것을 내비치기 싫었는지 아까보다 더욱 목을 꼿꼿 하게 쳐들고 있었다. "씨발..재수없는 새끼들..내가 누군줄 알고.." 남자는 봉고에 올라타자마자 도망치듯 정토 휴게소를 빠져나왔다. 백미러로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자신의 봉고로 쏠려있다는 사실이 불쾌하다고 느낀 남자는 속도를 더욱 올려서 그 곳을 빠져나왔다. 정토휴게소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는 백미러에 비친 마지막 모습은 음식점 주인 내외가 봉고를 쫒아오며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었다. # 한적한 도로를 따라 삼십분쯤 운전을 하던 남자는 다시한번 현기증을 느꼈는지 근처 갓길에 차를 멈춰두곤 바깥 공기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폐를 통해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가 여간 상쾌한게 아니었다. 남자는 이내 자신의 허리를 쭉쭉 펴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워낙 몸이 안좋은 탓도 있었겠지만, 장시간 같은 자세로 운전을 하다보니 허리가 쑤셔왔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스트레칭을 마친 남자는 다시 봉고에 올라 탔다. 아까보단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듯 했다. 그는 흥겨운 마음으로 엑셀을 힘차게 밟았다. 『끼익!!!』 한적한 도로와 산을 남자의 브레이크 소리가 휘감았다. 난데없이 차 앞으로 뛰어든 무언가때문에 급히 브레이크를 밟은 탓이었다. 그바람에 남자는 자신의 핸들에 머리를 크게 치받았고,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또다시 도로와 산을 가득 채웠다. 남자는 겨우 고개를 들어서 자신의 앞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아까 보았던 그 여자가 자신을 향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멍하니 앞을 바라보던 사내의 시야에 조그마한 종이쪽지가 떨어졌다. 『당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마.』 피로 쓴 듯한 붉은 글씨체가 주룩주룩 흘러나오는 종이쪽지와 자신의 앞에 서있는 괴이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이 초점을 잃은 듯 허공을 맴돌았다. "오창식 이 개새끼.." 자신을 향해 헤벌쭉 웃으며 걸어오는 여자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소설가 -2- 식인마을 잠시후 남자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차 앞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눈을 몇번 비빈 후에 다시한번 앞을 바라보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을 모르고 뻗어있는 도로와 간간히 보이는 나무들 뿐이었다. "헛 것을...본 건가..?"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헛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도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향해 웃으며 다가오던 그 미친 여자의 소름끼치는 미소가 다시금 떠오르자 몸서리를 치는 남자였다. "이제..정신이 드시나요?" "..?!!!"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차의 문이 잠긴줄도 모른 채 손잡이를 당겼다 놨다를 반복하며 당황해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까까지 자신을향해 웃으며 다가오던 그 여자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채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어떻게 여기 들어온거야?!" "문이 있으니까 들어왔죠." "뭐...?" "당신 차. 생각보다 좋지 않아요." 남자는 여자의 말을 듣고는 운전석 문에 붙어있는 잠금장치를 당겨보았다. 그 후에 다시 잠금장치를 눌러보았다. 반응은 운전석의 문에서만 보여졌다. 다른 3개의 문은 잠기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오창식 이 씹쌔끼진짜..." 그는 애꿏은 운전석의 문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고는 여자를 쏘아보았다. "그래. 문이 열려있었다고 칩시다. 당신 도대체 어떻게 내 차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거요?" "차 뒤에 매달려왔으니까요." "뭐요..?" "차 뒤에 트렁크를 잡고 매달려왔어요." 남자의 눈에는 정토휴게소에서 자신의 차를 바라보던 수많은 눈들과 자신의 차를 향해 무어라고 소리치던 음식점 내외가 떠올랐다. "미친년이구만..." "죄송하지만 미친년은 아니에요. 어쩔수 없이 미친 척을 하는 수밖에 없는 년이죠." "뭐요?" "당신이 나를 찾으러 그 음식점으로 들어와서 생난리만 안부렸다면, 난 그냥 당신의 차에 쪽지만 놓아두고 사라질 수 있었어요. 당신이 일을 이지경으로까지 만들어놓은거죠." "무슨소리를 하는거요? 쪽지라니?" 남자는 이내 흠칫하며 자신의 발 밑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아까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붉은 글씨의 메모장이 떨어져있었다. "저딴 걸 왜 남의 차에 함부로 들어와서 남기는 거요?" "남의 목숨을 함부로 죽이는 걸 두고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그게 차라리 낫지 않겠어요?" "목숨..이라니?" "쪽지에 적힌게 다예요. 이 마을에서는 당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믿어선 안되요." "자..자세하게 좀 말해봐요." 남자는 자신의 목에서 침이 삼켜지는 것을 똑똑히 느끼며 여자에게 물었다. 물론 마음 속으로 자신을 이곳에 오게 만든 오창식을 욕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이 마을은 이방인을 극도로 싫어해요. 아니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좋아하죠.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 곳은 분명 지도에 나오지 않을 만큼 구석진 곳도 아닌데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아요." "확실히....지도에는 표시되어있지 않았지..하지만 저런 작은 휴게소정도는 안 나와있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멍청하시긴. 다시한번 제대로 보는게 어떨까요? 과연 '휴게소'만 나와있지 않는건지 말이에요."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여자를 쏘아본 후에 지도를 펴보았다. 잠시 후 그의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심하게 요동쳤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없..없어..이럴..이럴리가..." "그래요. 분명 당신이 달리고 있는 이 '고속도로'조차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을거에요. 왜나하면 이 곳은 지도에서조차 표시되지 않은 금지된 마을이기 때문이죠." "금지된...마을이라니...?"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씨족 사회로 구성된 '식인 마을'이에요." "...?!" "국가에서조차 포기한 미친마을이 바로 이 곳이죠. 씨족으로만 구성된 마을이기에 크기도 그다지 크지 않아요. 하지만 산 속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숨어서 악행을 저지르기엔 최고의 장소구요." "말도 안돼..식인이라니..." "휴게소에서...슈퍼에 들어가 본 적이 있죠?" "물론." "어떻던가요? 제대로 된 음식을 팔던가요?" "음식이야 있었지만 모두 유통기한이...?!" 남자는 자신의 모든 사고를 정지시킨 듯이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여자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뇌리를 스쳐지나간 듯 보였다. "그래요. 이 곳에서는 '슈퍼에서 음식을 구매할 필요성'이 없어요. 그들은 그런 걸 먹지 않으니까요. 그저 이방인들의 눈속임을 위한 수단일 뿐이죠." "말도 안돼...왜 이방인들을 속이려고 하는거지..? 그냥 지나가게 냅두면 안되는건가?"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마을은 씨족사회에요." "그게 무슨 상관이지?" "전통적인 씨족사회의 성향이 남아있을 수록 공동체적 유대감이 뛰어난 법이죠. 그들은 자신들의 부족을 먹지 않아요. 그러면 누구를 먹을 까요?" "....." "그래요. 당신같은 이방인들이 사냥감이죠. 당신 혹시 슈퍼에서 먹을 것을 사는 데 실패해서 조그마한 음료수를 구입하지 않았나요?" "그..그랬지 분명.."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죠?" "그 음료를 마시고 당신을 만나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싸운 후에 차를 운전하고 이 곳으로 오던 중에 자꾸 숨이 막히고 어질어질해서 차를 잠시 멈추고 쉬었다가....?" "기절했죠?" "...." "왜 갑자기 숨이 막히고 어질어질 해졌을까요?" "제기랄..." "맞아요. 그게 그들의 사냥법이죠. 그들 사이에서 전해져내려오는 전통적인 마취제를 음료에 소량 섞어서 이방인들에게 먹이죠. 그러면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것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그 여자는 남자의 차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곳으로 쾅! 떨어지는거죠." "그..그렇다면 당신이 날 살린건가...?" "어쩌다보니." "이유는..?" "일단 첫번째. 당신이 음식점에 들어와서 나에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가뜩이나 의심받고있던 나의 미친 척이 탄로나버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에요." "왜 의심 받았지?" "설마 내가 이런 쪽지를 남겨주고 구해주려했던 게 당신이 처음이라고 생각한건 아니죠?" "아.." "그래요. 내가 몇 번 이방인을 구해주는 과정에서 그들과 마찰이 있었고, 그런 와중에 나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했죠. 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제대로 일을 벌여놓았구요." "당신은..왜 미친 척을 하면서까지 여기에 남으려고 하는거지? 그냥 도망가면 그만 아닌가?" "두번째 이유는..." "이유는?" "내가 당신 차 뒤에 붙어있었으니까 당신을 안살리면 나도 죽을테니까." "..." "재미 없었나보네요." "하나도." "미안해요." "것보다 내가 한 질문에 답부터 해줘. 왜 도망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있는 거지?" "아까 말했죠? 음료수에는 그들만의 전통적인 마취제가 들어간다고." "말했지." "그 마취제는 마취의 용도와 함께 사냥감의 표식을 나타내기도 해요." "표..식..?" "그래요. 개미가 페로몬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상대방을 인식하는 것처럼, 그들도 그 마취제에 포함된 성분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요." "그렇다면...?" "도망가도 결국 잡혀서 먹히게 되는거죠." "그..그렇다면 당신이 지금까지 도와준 이방인들은.." "..." "제기랄! 그러면 나도 죽은 목숨이라는건가?" 남자는 여자의 목덜미를 거칠게 잡아채고는 소리쳤다. 그 바람에 여자는 쇳소리나는 기침을 두어번 콜록대고는 남자를 밀쳐내었다. "아직 방법이 남아있어요. 콜록 콜록." "그 방법이라는 게 뭐지?" "그 마취제에 남아있는 성분을 없앨 방법이요." "?!" "녀석들의 마을 내부에 위치한 이장의 집에 그 성분을 없애는 용해제가 있어요." "그걸 마시면 된다는 건가?" "맞아요." "그 얘기는...내가 당신과 동행하면서 그 빌어먹을 마을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고..?" "슬프지만 그렇게 되는군요." "빌어먹을..오창식 이 개새끼 진짜..." "걱정 말아요. 나만 믿고 따라오면 최소한 죽지는 않을 거니까." "당신을 믿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군.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건 말이야." "말씀하세요." "그 성분인지 어쩌구인지 가지고는 당신이 여기 남아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미친 척을 한 채로 여기에 살아 남았다는 건 녀석들이 널 먹잇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데... 그렇다면 미친 척을 한 상태로 도망가도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니가 여기 남아서까지 남들을 돕는 그 이유를 모르겠군." "....의외로 똑똑하시군요." "이래뵈도 잘나가던 추리소설가니까." "..훗...난감하네요.." "어서 말해. 그렇지 않으면 난 당신에게 협조하지 않을테니." "배짱인가요?" "아니. 거래다." "......" "그냥 도망가도 될 상황을 앞에 두고 굳이 남들을 구해주면서 남아 있다는 것은 너도 이 행동을 통해 얻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테니." "...정확하시네요.." "자, 그러면 거래를 시작해볼까?" 남자는 팔짱을 낀 채로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보는 여자의 눈에 잠깐 당황스러움이 어리는 듯 했으나 이내 특유의 무성의한 눈빛을 그에게 내뿜으며 말을 꺼냈다. ".....동생이..있습니다..마을에 잡혀 있어요." 여자의 눈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소설가 -3- 흉가 "동생...?" "네..제 하나뿐인 여동생이 마을에 잡혀있어요." "잡혀있다...? 먹이로 저장해놓은 건가?" "아니요...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곳은 씨족사회를 기반으로 해요. 하지만 모든 문화가 전 근대적인 씨족사회를 주류로 이뤄져가는건 아니죠. 아시다시피 동족간의 결혼은 높은 확률로 기형아를 출생하게 되요. 그렇기때문에 그들은 마을 밖에서 신붓감을 구하게 되죠.." "그렇다면...?" "촌장의 14번 째 부인으로 잡혀있습니다.." "그렇다면 죽지는 않겠군..?" "그렇지도 않아요...왜 저렇게 부인이 많은지 혹시 아시겠어요..?" "그야..여자를 많이 거느리고 싶어하는 것은 씨족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먹기 위해서 입니다. 자손을 번식시킨 후에는 자기의 부인을 먹더군요. 그래서 저렇게 많이 필요한거죠.." "...남은 부인은..?" "12번 째 부인까지 먹혔다고 하더군요." "간격은..." "한달." "그렇다면 최소 한달 간의 여유는 있는 거군.." "그렇게 믿어야죠.." 남자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시선을 먼 산쪽에 두고 있었다. 지은은 그러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남자가 벌떡 일어서서 지은을 바라보았다. 지은은 일종의 성취감이라도 느낀 듯 눈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갑시다. 그 마을." "믿어...주시는 건가요..?" 지은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아직은 믿지 않는게 사실. 그러나 내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과 그 위험을 헤쳐나가려면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믿어도 될듯하니까." 지은은 약간 실망한 듯한 눈치였지만 남자가 등을 돌리고 차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부리나케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름이! 이름이 뭐죠?" 헐레벌떡 조수석으로 뛰어든 지은이 남자에게 물었다. "이 제영." 제영과 지은이 타고있는 차는 한 점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음습한 어둠과 습기는 그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주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 그들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동이 틀 무렵에서였다. 주위가 워낙 산길이라 험한 것도 있었지만, 이 마을은 한 눈에 보기에도 천연의 요새같았다. 들어오는 길은 오직 한 군데였고, 그 길조차 너무 복잡하고 험해서 처음 찾아온 사람은 다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뿐더러 찾아오기조차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사방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었고, 그 앞은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어서 천연의 해자를 이루고 있었다. "어마어마하네요.." "두렵나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살고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걱정마십시오." "다행이네요.." 차를 타고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제영은 지은에게 예의를 차린답시고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이 재밌어보였는지 지은은 제영을 향해 씽긋 웃어보였다. 그러한 지은을 바라보던 제영의 볼이 살짝 붉어지는 듯 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화제를 전환하는 제영이었다. "이제..어떻게 해야하죠?" "일단 당신이 왔다는 것을 마을에 알려야해요." "이유는?" "일단은 우리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두번째는 활발한 행동을 보장받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은.." "마지막은?" "당신이 잡아먹히기 전까지의 말미를 얻기 위해." "그것 참 무서운 기간이군요." 제영이 지은을 향해 웃어보였다. 지은은 눈웃음으로 화답한 후에 마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 마을의 내부는 음습하기 그지 없었다. 건물은 70년대 목조식 건축을 보는 듯했고, 문명은 조선시대에서 그친 듯 보였다. 건물의 나무부분이 습기에 휘어져 삐걱거리는 소리들은 거리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거리 곳곳에 뿌려진 붉은 자국과 은근한 피비린내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가로등은 전기가 나갔는지 연신 깜박거리기바빴고, 해가 뜨는 무렵임에도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은 황량함과 어둠이 점령한 듯 보였다. "사람이 살긴 하는겁니까.." "확인하고 싶다면 살짝 곁눈질로 창문을 확인하세요." 제영은 지은의 말대로 고개는 앞을 향한 채 눈을 옆으로 돌려보았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바깥과 마찬가지로 집안 내부역시 어둠으로 뒤덮인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 어둠 속에서 이질적인 또다른 어둠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는 공포로 굳어버렸다. 그들은 집 안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명은 제영을 사냥할 칼을 갈고 있을지도 모르고, 몇 명은 제영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오금이 저려오는 제영이었다. "웝..뭡니까 저 사람들은..." "말했잖아요. 이 마을은 정상적인 마을이 아니라고." "왜 불도 안켜고 있는 겁니까, 저 사람들은.." "이 마을은 태양이 미치질 않아요. 하루에 고작 4시간 정도만 햇빛이 비추고 나머지는 어둠 그자체죠. 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은 어둠에 익숙해요. 강한 빛을 받으면 오히려 시야가 무뎌질 정도니까. 결과적으로 그들은 우리와 밤낮이 달라요." "그..그렇다면 휴게소에서 봤던 그들은 뭡니까?" "두 부류에요. 처음부터 보초로 훈련된 마을 사람이거나..." 지은은 음산한 눈초리로 제영을 바라보았고, 제영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지은은 그러한 제영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식인에 맛들린 이방인이거나." 웃으면서 말하는 지은이 더욱 무서워지는 제영이었다. "자 도착했네요." 지은이 멈춰서자 제영 또한 지은의 옆에 멈춰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1000년도 더 되었을 법한 절이 세워져있었는데, 마치 일본의 목조건축물을 보는 듯 했다. 그 높이는 까마득해서 목이 아플정도였으며, 썩어서 틈틈이 갈라진 절의 외벽은 마치 칼부림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들어가 볼까요?" 지은은 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영이 앞장서서 절의 문을 열려는 그때, 지은이 뒤에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마을사람들에겐 야식시간이겠네요." 어깨를 으쓱거리는 지은이 한없이 얄미워보이는 제영이었다. 소설가 -4- 혼란 건물 외부의 기묘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절의 내부는 음산하기 그지 없었다. 마룻바닥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이 삐그덕대기 일쑤였고, 건물을 지탱하는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둥근기둥은 제역할을 다하지 못할것 처럼 보였다. 듬성듬성 뚫린 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기괴한 소리를 내기에 바 빴고, 바람이 들어오는 탓인지 건물 내부는 기분나쁜 한기로 꽉 차 있었다. "지은씨는 안들어오는 겁니까?" "먼저 들어가계세요. 저는 할일이 조금 남아있어서요." "무작정 돌아다니셔도 되는 건가요?" "미친 척이 제 전문이니까요." 지은은 제영을 향해 눈을 찡긋하고는 건물의 왼편으로 사라져갔다. 제영은 그런 지은의 모습을 미심쩍게 바라보았지만, 이내 자신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건물의 내부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에 제영은 고개를 있는 힘껏 두리번거리면서 계단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 "허허..절에서 이리 소란을 피우시는 분은 뉘시오?" 제영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그가 7층에 다다른 후 숨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가뜩이나 모든 체력을 쏟은 탓에 지쳐있던 제영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과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며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승복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는데, 기골이 장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제영보다 강해보였다. "이..이 마을에 묵을 곳이 있나해서...촌장님을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허허..이런 곳까지 외부인이 들어오다니..나무아미타불..내가 촌장이오만.." 제영은 촌장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부인을 여럿 거느리며 식인을 일삼는 촌장이라기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강직하고 올곧아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승복과 훤칠한 외모, 커다란 덩치가 제영에게 위압감으로 작용한 탓이었겠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그는 전혀 호색한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묵어갈 곳이라고 하셨습니까?" "예..긴 시간은 아니고 대략 일주일에서 이주일정도 묵고 갈 생각입니다." "흐음...글쎄요..마을이 워낙 작아서..불편하시지만 않다면 절 뒤에 조그마한 행랑채정도는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그정도면 저야 감사하죠." 제영은 촌장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의 표시를 전달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촌장이 자신의 머리통을 깨물어서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제영은 바로 허리를 펴고 촌장을 바라보았다. 제영의 예상과는 달리, 촌장은 자신의 옆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유심히 째려보고 있었다. 순간 촌장이 그에게 물었다. "일행이 있으십니까?" 제영은 당황했지만, 어짜피 그녀를 일주일간 은폐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실대로 말했다. "네.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 아, 물론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닙니다. 불경한 짓은 하지 않아요." 그는 나름대로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유머를 던졌지만 촌장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혹시 이 마을로 오는 도중에 만난 여자 아닙니까?" "그..그건..." "혹 미친 여자처럼 행세하지는 않았습니까?" "...?!" 제영은 당황한 눈으로 촌장을 쳐다보았다. 승복이 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촌장은 그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모든 생각을 간파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또...또 그여자인가..." 촌장은 다시금 자기 옆으로 나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깊게 혼잣말을 뇌까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제영은 촌장에게 되물었다. "그..여자라니요? 아니, 그 여자가 미친여자라는 건 어떻게 아셨죠?" "흐음...정확히 말하면 '미친 여자인 척'을 하는 것이겠죠." 제영의 눈이 충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녀는 제영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았다고 했기에 촌장의 발언은 크나큰 파장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그걸 어떻게.." "허허...나무아미타불...이번이 몇번째인지..." "몇번..째라뇨?" "내가 비록 조그마한 마을의 촌장이자 이 절의 주지이기는 하지만 내 자식같은 마을 사람들을 모른 체 할 정도로 불심이 깊지는 못하오. 그렇기에 그 여자에게 내 마을 사람들이 잡혀먹는 꼴을 두고보지는 못했지.." 촌장에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은 제영의 뇌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제영은 회전하지 않는 자신의 뇌를 깨우려는 듯 촌장에게 크게 소리쳤다. "잡혀먹다뇨?! 그녀가 식인이라도 한단 말입니까!" 제영이 소리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듯, 촌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에게 말했다. "이 마을이 이렇게 작아진 이유가 모두 그녀때문이라면 믿으시겠소?" "그..그게 무슨.." "난 원래 이 마을에서 태어나자마자 절로 들어가 귀의한 사람이외다. 하지만 내 불도가 약한 탓인지 항상 마을에 남아있는 내 가족들을 그리워했지..그러다가 결국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촌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죽었소. 까마귀는 까악까악 울어대고 구더기는 마을을 기어다니고 파리들은 그득한 시체에 둘러쌓여 그들만의 만찬을 즐기고 있었소. 만찬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비단 파리들 뿐만이 아니더군..." 촌장은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지는 것을 지켜보던 제영은 혼란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였소. 그 여자가 그 시체의 한 가운데에서 손을 헤집으며 고기를 파먹고 있더군.." "말..말도 안돼..." "사실이오. 이 마을이 그나마 일어설 수 있던 것은 그녀에 대한 공포심이 단결력을 높였기 때문이고, 내가 주지이자 촌장으로서 그녀로부터 이 마을 사람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오." "거..거짓말..." "우리 마을의 낮과 밤이 바뀐 이유도 그녀 때문이지..이 시간대는 그녀가 마을을 활보할 시간이니까.. 혹시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당신을 이 곳으로 혼자 보내지는 않으셨소?" 촌장은 제영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제영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그랬습니다 확실히...하..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했나보군..." "뭐,뭐라고 하셨습니까?" "혹, 동생이 나에게 잡혀있다고 하지는 않았소?" "그..그걸 어떻게..?" "그녀가 이방인을 이 마을로 데려온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소..그녀의 동생은 나에게 없소. 이미 그녀의 뱃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겠구만.." 제영은 충격에 휩쌓였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흔들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이만 물러가겠습니다..행랑채는 일단 저 혼자 쓰는 걸로 해두지요.." "좋을 대로 하시오. 나무아미타불..." 뒤돌아서는 제영을 바라보는 촌장의 눈빛이 일순간 빨갛게 변하였지만 자신의 앞조차 보지 못하고 비틀대는 제영이 그것을 알아챘을리 만무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제영의 등 뒤로 촌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절대 그녀를 믿지 마시오." 흔들리는 다리만큼이나 세상이 흔들려보이는 제영이었다. 출처 웃대 - hero창정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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