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워낙 재밌게 한 경쟁전 한판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 두서없이 써내립니다.
(개인용에 가까워 반말로)
와이프가 잠시 처가에 무엇을 가지러 간다고 한다. 기회다.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하자마자 pc의 전원을 올린다.
나를 흘기고 비웃는 와이프.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와이프가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오버워치에 빠른 속도로 접속.
최근 맥크리가 너무 재미있어 빠른대전 3~4판을 돌려 연습을 좀 한 뒤 본격적으로 경쟁전을 돌린다.
첫 판, 헐리우드 에임감이 좋아 솔저를 잡았다. 에이에서 파리와 드워프자식의 포탑을 동시에 보느라 똥쭐 탔지만(솔저 뭐하냐는 욕들어먹을까봐..)
다행히 궁을 잘 써 파라, 토르, 힐러1 짜르고 포탑까지 파괴에 성공하며 끝까지 고속도로를 만들어 냈고, 후반에 완막하여 무난히 1승.
둘째 판, 리장타워.. 아... 2300~2400구간도 지옥이다. 어찌 이리도 지멋대로들인지.. 힐러로 희생하고 탱커로 몸빵하며 0:2 경기를 2:2까지 만들었지만 결정적인 마지막 라운드에서 팀원 한명이 한조를 픽하다니..... 뭐 그렇게 허망하게 내주고 "니들 뭐냐 ㅋㅋㅋㅋㅋ 왜이리 쉬워" 하는 비아냥을 들으며 패배하였다..
세번째 판, 다시 리장타워.... 더 심각했다... 심지어 픽도 좋았다. 나 자리야를 포함 3탱, 2힐, 1딜(솔저) 이었는데... 합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내리 3판 내주고 또 다시 수치스러운 비아냥에 멘탈붕괴 조짐이 보여 잠시 내려 놓고 담배한대 피러 갔다.
와이프가 곧 올텐데... 한번이라도 더 돌려야 된다는 강박에 피는 둥 마는 둥, 얼른 자리로 돌아가 다시 경쟁전을 돌렸다.
네번째 판, 다시 한번 더 리장타워...(저주스러운 리장타워 3연속이라니..)
목소리 좋은 힐러유저가 포함되어 있는 듀오가 있었고, 또 다른 듀오 그리고 솔큐인 나와 다른 솔큐 플레이어로 구성된 우리팀 첫 시작 픽은
3딜러였다...
파라의 포화를 잠재우지 못하는 솔저와 리퍼, 그리고 트레이서의 삽질로 순식간에 0:2.... 이 때 다시 멘탈이 폭발하여 즐겜할려고 했으나, 첫 라운드부터 열심히 혼자 마이크로 브리핑 하던 힐러(아나)의 노력이 애잔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라인을 들고 팀원들에게 제발 2딜로 가자고 애원했다.
아나는 잘 했다. 3딜러 녀석들보다 킬딜도 많았다. 나 또한 라인으로 몸빵하며 팀을 추스렸고 거의 기울었던 3라운드를 극적으로 따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말 안듣던 녀석들이 동조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기적적으로 5라운드까지 연거푸 따내며 승리를 할 수 있었다.
대망의 다섯번째 판.
맵은 66번 국도. 그리고 전판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힐러 듀오가 적으로 매칭되었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가는 찰나, 영웅을 픽하는 창이 열리자 마자 한 플레이어가 위도우를 픽하고, 또 한 플레이어가 트레이서를 픽하였다.
하지만 반전! 위도우의 현재 경쟁전 위도우 플레이 시간이.. 무려 138시간!, 그리고 트레이서는 어찌됐던 다이아.
희망을 가지고 디바를 픽하였고(66번 국도의 디바 각폭 영상을 퇴근길에 섭렵했으므로) 다행히 나머지 유저들이 2힐 1탱을 픽하여 경기 준비는 정상적으로 마쳤다. 라인이 없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였으니 138시간의 위도우가 라인의 필요성을 지워줄 것이라 안위하며 베이스캠프의 문이 열리길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부스터의 광랄한 불꽃을 내뿜으며 화물로 날아가 우리 위도우가 다 따주길 고대하며 열심히 탄들을 매트릭스로 막고 있는데..
로드호그의 갈고리... 아, 그렇다.. 저쪽 로드호그가 개고수였다. 시작하자마자 난 끌려가 메카를 잃었고, 한복저고리만 걸친 송하나는 순식간에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팀원 모두 하나씩 하나씩 로드호그에게, 그리고 적 고수 겐지에게 따이고는 주유소도 못가 전원 처치를 당했다.
멘탈이 터질만도 했던 순간이었지만 가장 먼저 뒤진 내가 우선 라인으로 픽변경을 했고, 단축키를 눌러 내게 모이게를 외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화물 앞까지 가자마자 방벽을 키며 미친듯이 몸빵을 했고, 때마침 장인 위도우가 중요 힐러와 딜러를 하나씩 잘라줘서 첫번째 체크포인트까지 순식간에 밀어냈다.
1포인트 목전에서 잠깐의 대치가 있었지만, 합류한 적군을 각개전투로 처치를 하고 1포인트를 획득, 뒤늦게 합류한 적들을 포커싱하여 처치한 후 2포인트 전 중간지점까지 무난히 뚫고 왔다.
잠시 격전이 일어났지만, 때마침 궁타이밍이었던터라 자리야의 중력자 탄과 트레이서의 펄스폭탄, 그리고 138시간 장인 위도우의 기가막히는 끊어먹기로 2포인트를 무난히 먹고 3포인트 구간 5분의 2지점까지 초스피드로 먹었다.
이 때 남은 시간이 대략적으로 2분 초반대, 위도우가 상황에 따라 파라로 픽을 변경하였고, 상황상 무난히 밀겠거니 하며 히죽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적군 겐지와 솔저과 광폭딜을 넣기 시작하더니 우리를 순식간에 몰살시켰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동시에 리스폰한 우리 팀이 사이좋게 함께 화물로 달려갔지만, 또 다시 솔저와 겐지에게 폭사........그 때 시간은 30초대까지 줄어 있었다.
다행히 자리야의 눈부신 중력자 탄이 다시 한번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 3포인트 꺽이는 구간에서 궁을 발사한 자리야의 센스덕분에 내 라인하라트의 망치가 불을 뿜었던 것이다. 적을 전원처치하고는 드디어 끝이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었으나, 마지막 포인를 30여미터채 남기지 않고 예상치 못했던 적군의 반격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여기서 토나오는 순간을 우리팀과 적군은 겪게된다.
이미 시간은 초과시간이 적용되고 있고, 거점 점령까지는 20~30m 우리는 서로 죽고 죽이는 개난전을 무려 3분가까이 지속하였다.
서로 리스폰이 꼬였고, 서로 격전지에 도착하자마자 죽고, 나머지 1,2영웅이 겨우겨우 비비고를 계속하던 중, 기회는 적군에게 먼저왔다.
메이를 꺼내든 적군은 하나씩 합류하는 아군을 얼리고, 얼리고, 또 얼려 어느새 궁을 만들어 대부분의 아군을 얼려죽여버린 것이다.
남은건 나 하나와 메르시.
필사적이었다. 이 게임은 지기 싫었다.
전판 기적을 함께 만든 동지가 적으로 있는 팀에게 더더욱 지기 싫었다.
이런 내 마음을 메르시도 느꼈던 것일까.. 정말 신들린 힐링이 들어왔다.(심지어 우리팀은 한명도 팀보를 하지 않았다..)
죽을만 하면 가까스로 피를 남겨 회피하고, 비비다가 또 죽을 것 같으면 힐에 살아나고.. 그러다 보니 죽었던 아군들이 합류하였고... 전세는 역전되었다.
대지를 분쇄하여 3명을 처치했다. 도착한 아군은 잔당들을 처리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우리 아군 몇몇이 죽었고 다시 적군의 수가 우세가 되었다.
나는 미친듯이 망치를 휘두르며 "제발 뒤져 이 좀비새퀴들아!"를 육성으로 외치며 날뛰었다. 하지만 메이년의 냉각총을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꽁꽁 얼어 버린 상태로 산산조각 나고야 말았다...잔인한 메이년..
그때! 메르시의 부활의 날개짓이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날 혼자 살리는데 궁을 소비한 메르시에게 보답하기 위해 또 다시 미친듯이 망치를 휘둘렀다. 이내 다 찬 궁게이지를 보며 회심의 궁극기를 날렸고 다시 2명을 처치하며 승기를 가져왔지만 뒤에서 합류하던 아군이 또 다시 끊기며 격전이 지속되었다.
나의 망치는 썬더볼트였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러 또 다시 궁게이지가 가득 찬 것이다.
우리팀 메이(트레이서에서 변경)의 궁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적군의 솔저궁도 망궁이 되었을 때, 나의 대지분쇄는 정확하고도 멋진 타이밍에 적의 베이스 캠프쪽을 향해 내리쳐졌다.
4명의 적군이 뻗었고, 난 그 중 3명을 망치와 화염강타, 그리고 돌격으로 처치해냈고, 나머지 적군을 우리팀 자리야와 메이가 처치하며 기나긴 전반전의 마지막 거점을 뺏는데 성공했다.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우리팀은 이구동성으로 채팅창에 "와 토나온다"를 찍어댔다.
후반전.
픽이 조금 바뀌었다. 난 다시 디바, 그리고 138위도우는 왠일인지 로드호그를, 자리야는 고릴라를, 트레이서와 메이를 했던 유저가 솔저를 픽. 3탱 1딜 2힐 픽이 완성되었다.
그놈의 주유소 각폭이 너무나 하고 싶었던 나는 초반부터 궁게이지 채우느라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는데 역시 초반부터 쑥~ 밀리면서 각폭은 커녕 1포인트까지 순식간에 밀려버렸다...
팀 전체가 방심을 했던 것일까, 좀처럼 적군을 멈추지 못하고 2포인트까지 내주게 되었고, 다급한 나는 딜을 한명 더 넣어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너무나 쿨했다. 사뿐히 씹어주시고 픽을 그대로 유지했고, 디바로 어찌됐던 버텨보려 했던 나 역시 다구리 앞에선 송하나의 뿅뿅총 한번 못쏴보고 날라가기 일쑤였다.
2포인트까지 밀리고 나니 남은 시간은 3분 가까이 되는시간... 아.. 공격에서 그리도 힘들게 막아놓고...이렇게 순식간에 뚫리는 것인가하는 절망도 잠시, 우야던둥 한번 막아볼려고 다시 라인을 꺼내들었고, 다행히 우리팀 로드호그가(138위도우 장인) 메이를 꺼내들면서 조금씩 적의 전진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1분여를 남기고 어느새 코 앞까지 화물이 도착하였고, 그 와중 처음으로 팀원 한명이 자리야 좀 해달라는 급박한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난 이때 중대한 결심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딜이 딸리는 현 상황에서 자리야를 들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화력을 높혀 막을 것이냐!'
나의 선택은 과감한 리퍼 선택이었다.
유일하게 황금총을 들고 있는 나의 리퍼는 차가운 심장의 소유자 오 그대이름은 영혼수확자.
리퍼로 우선 화물을 비빈 후 우회로를 통해 아나와 솔저를 끊었다.
당시 화물에서는 적편 로드호그와 고릴라가 우리 팀원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후방의 힐러와 원거리 딜러를 짤라낸 것은 내가 생각하여도 훌륭한 성과였다.
격전지의 전투에 합류하기 위해 열심히 망령화하여 달려가고 있을 때 아쉽게 우리팀 고릴라가 적 고릴라의 찌짐이건에 비명횡사하였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적군의 나머지 병력들이 합류하여 화력을 집중할려는 찰나!
메이의 "똥줘 뿌신성~"이라는 외침이 모두의 귀에 내리 꽃혔다.
그 때 시간은 이미 20여초 미만, 우리는 전력을 다해 메이의 궁을 통해 전화위복을 꾀해야 했지만, 불행히도 엄한 곳으로 날라가 장판이 깔리는 통에 팀원 모두 0.78초간 멈칫할 수 밖에 없었고 하나씩 짤려가며 적들은 마지막 포인트로 화물을 밀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황금총을 든 리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우회하여 뒤쪽의 아나를 짤라내는데 성공하였고, 메르시의 부활로 살아난 윈스턴과 메이가 함께 적군의 솔저를 잡아내었다!
본대로 합류하여 잔여병력과 전투를 벌이며 화물의 진행을 잠시 막고 있을 때 적군의 병력이 합류하러 달려오고 있었고, 때마침 뽕맞은 겐지가 "류진노 크라에~"를 외치며 번쩍붉쩍한 몸뚱아리를 질풍참에 실어 우리에게 돌진하였다.
그때!!! 정말 기가막히고 절묘한 위치에 메이의 방벽이 쳐지며 겐지의 질풍참이 먹혔고, 그 사이를 황금총의 리퍼가 비집고 들어가 2방으로 겐지새끼를 골로 보냈다. 그제서야 다가온 적군의 합류병력들, 로드호그, 아나, 솔저는 방벽에 잠시 막혀 흐름이 끊겼으리라!
화물에 적군의 개구리 자식이 뿅뿅 거리면 날뛰고 있었지만 곧 우리는 추가시간이었음을 확인하고는 미친듯이 달려오던 적군의 합류부대를 향해 돌진하였다.
아아.. 이 때의 우리팀원들은 모두 건담시드에서나 보던 씨앗깨기를 시전하였다.
메이는 화물 옆에서 후방부대의 빠른 합류를 막기 위한 방벽을 생성하며 루시우와 함께 부비부비를 하였고, 우리팀 고릴라는 힐러들에게 방벽을 씌워줬다.
아나는 고릴라와 로드호그에게 힐을 미친속도로 넣고 있었고, 나는 우리 탱커들을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적군병력을 향해
쾅쾅 헬파이어샷건을 쏘고 있었다.
화룡점정은 메르시였다. 어찌 그런 판단을 하였을까.... 정말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센스였다!
그렇다. 힐을 넣는 것을 거두고, 나에게, 황금총을 든 이 사내에게 딜 버프 광선을 꽂아 넣고 있었던 것이다!!!!
메르시의 빨대뽕을 받은 나의 리펴는 차례대로 로드호그를 녹이고, 깝쭉거리던 루시우를 침묵하게 만들었으며, 튀어 오던 솔저까지 벌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조금 더 뒤에 있던 아나는 과감한 1인 궁으로 산산조각 내주었지~!
그 때 저~ 뒤에서 괴성을 지르며 날아오던 고릴라 새끼. 우리 6명의 팀원 모두가 고릴라에게 집중하며 집중포화를 날리려던 그 순간!!!!!!!!!!
고릴라가 느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게임종료.
우리는 결국 막아내었다. 승리한 것이다.
전판 기적을 함께 만들어낸 힐러듀오를 기만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통했다.
그리고 전체쳇으로 너나할 것 없이 말했다.
"하아... 좋은 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