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 지우 인성 왜곡에 대해 상처받은 분이 계시지만
저처럼 지우를 싫어하는 사람이, 왜 지우를 싫어하는지 적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저는 포켓몬스터를 스페셜 만화책부터 접했습니다.
왜냐구요?
그당시 저는 sbs도 안 나오는 시골에 살았거든요.
버스도 하루에 10번밖에 운행하는 시골이다보니 한번 놓치면 한시간 거리를 걸어서 등하교해야 하는 시골이었죠.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운 좋게도 sbs가 나왔어요.
그래서 반에는 sbs파, 비 sbs파로 나뉘기도 했죠. 사이가 나빴다는건 아닙니다.
그저 어제 포켓몬 봤어? 응 봤어. 라며 대화가 이어지는 무리가 있었단 거죠.
너무나도 포켓몬을 접하고 싶었던 제가 그나마 위안 삼았던 것은 학교 옆 만화책대여점에서 빌릴 수 있는 포켓몬 스페셜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저한테는 포켓몬 스페셜 만화책이 포켓몬 세상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만화책에서는 왜 지우를 레드라고 부를까? 의문을 가지곤 했죠.
로켓단도 정말 나쁜놈들이었습니다. 포켓몬들을 데리고 위험한 실험들 하면서 세계정복을 꿈꿨으니까요.
그 녀석들을 깨부수고 (마지막 보스 비주기가 체육관 관장이었을 줄이야. 소오름)
리그에 나가 챔피언이 됩니다.
(현재 7세대 기준 레드의 보유 포켓몬 - 피카츄 라프라스 잠만보 이상해꽃 리자몽 거북왕)
시간이 지나고 제가 살던 시골에도 유선이 들어오고 sbs는 물론 케이블 채널까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투니버스에서 재방송을 틀어주었을 겁니다. 아마.
정말 좋았죠.
흑백 만화책으로만 보던걸 컬러 티비로 보게 되었으니까요.
중간 내용은 길게 쓰진 않겠습니다. 애니게시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실테니까요.
어찌되었든 시간이 흘러 애니가 묘하게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꼬부기 맞나요? 지우가 가장 먼저 '버린' 포켓몬이요.
포켓몬 스페셜, 포켓몬 게임 세계관부터 접한 후에 애니를 시청하게 된 저로써는,
과연 언제 어떤 위기를 겪고 스타팅 포켓몬들(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들이 진화를 하면서 더욱 더 큰 우정을 키워나갈까 기대했던 만큼
꼬부기와의 이별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이상해씨였나요?
마지막이 리자몽이었던가요.
십 몇년이 지났으니만큼 순서는 헷갈립니다만 확실한 팩트는 지우는 1세대 스타팅 포켓몬들을 버렸다는 겁니다.
각자 사연이 깊은 그 아이들과 처음 만나, 닫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었으면, 그 아이들이 끝까지 성장할때까지 키우는게 당연하리라 여겼던,
어린 팬심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이후 애니 시청도 끊었습니다.
동시에 포켓몬 게임에 대한 관심도 2세대에서 끝났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제 기억속에서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는 레드에요.
레드가 최강이다. 라는 소리를 하고싶은 건 아닙니다.
세대가 지날수록 신급 포켓몬들이 넘쳐나는데
언제까지 1세대 포켓몬으로 버티겠어요.
하지만 레드는 자기 반려 포켓몬들을 버리지 않아요.
이길 때도 함께, 질 때도 함께, 행복할때도 함께, 슬플때도 함께 하는게 파트너이고 반려 포켓몬입니다.
#어른의 사정때문에 지우의 캐릭터성이 망가진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게 좋아할 이유가 되진 않죠.
#아기공룡 둘리에서 둘리보다 고길동이 좋아졌다면, 네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야.
#포켓몬 애니에서 지우보다 로켓단이 좋아졌다면, 네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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