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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선긋기와 배제의 습관
게시물ID : sisa_8502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epirate
추천 : 5
조회수 : 3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2/17 09:12:18
민주주의는 원래 불편한 것이라고 합니다.
 
왜 그러냐하면,
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국가, 사회 같은 집단은 그 생각을 하나로 모아 어떠한 의사결정을 해야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그 다양한 생각을 다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결론은 하나인데 의견은 수백수천가지이니 이 둘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곧 민주주의, 그러니 엄청나게 불편하고 힘들 수 밖에요.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고..
짧게는 지난 10년, 길게보면 70년 역사에 있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 타이틀은 달고 있으나,
꾸준히 적폐를 타파하지 못하고 축적해온 '악화일로'를 걸어온 결과, 진정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이 구축당해 버렸나 싶습니다.
 
이제 부패한 정권을 탄핵하고 적폐청산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원칙은 민주주의가 아니던가요?
그런데 적어도 제가 최근 1년가량 보아온 시사게시판을 보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부정되는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이게.. 특정 커뮤니티나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 사회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거고 그 단면이 살짝 보였을 뿐이겠지요.
원체 사회가, 정치가 소수의 극도록 부패한 '악인'들에 의해 농단되어오다보니, 사람들은 정치를 선과 악의 구도로 보는데 익숙해 졌고,
사실 그런 관점이 대부분 맞아 떨어졌지요. 그러니 그렇게 해석하고 판단하는게 영 틀리거나 근거없다고 말 할 수 없는 지경인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우리는 명확하지 않은 의견 대립의 상황에서조차 선악의 기준을 들이대어 결론을 내고 있지는 않는지요.
이것은 선, 저것은 악이라고 손쉽게 규정하고 선이 승리하고 악을 척결하는 것이 민주주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민주주의가 이렇게 '편리한' 것이었던가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가 주장하는 '정의'라는 것이 선/악 구도에서 절대 선인지, 이런식의 논쟁이 과연 그토록 열망하는 '민주주의'인지..
 
처음 오유 시게에 왔을 무렵(작년 총선 즈음..) 이명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이미 '절대악'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지요.
저도 여기까지는 아주 쉽게, 편하게 결론냈습니다만.
그 이후 오늘까지 약 1년동안 '악'으로 몰려 배제된 사람/집단/이념은.. 너무도 많고 과연 그래야만 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인가요?) 분당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박지원 그리고 호남의원들이 바로 악인으로 낙인찍여 배제되었습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중 일베는 오래전에 낙인 찍혔는데, 이내 일베를 형상화한 조각을 만든 작가와 그것을 전시한 대학교도 낙인찍힙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넥슨 성우문제를 거치면서 메갈/워마드라는 커뮤니티와 함께 여성주의라는 이념 그리고 정의당이 낙인찍힙니다.
그리고 조중동을 넘어 어느 순간 부터는 한경오프라는 언론사들도 싸잡아 낙인 찍혀 퇴출당합니다.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는 삼성, 최순실, 어버이연합, 특정 국회의원 등이 대거 낙인찍혀 퇴출 당했습니다.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자 이재명, 박원순이 퇴출 당하고 곧 안희정도 퇴출 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운동권, 좌파, 진보정당 등등 다양한 정치세력과 견해는 소리소문없이 배척당합니다.
 
위에 수많은 사례중에는 저역시도 용납하지 못한 사람/집단/이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 그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어야 하고, 그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하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는 절대악이고, 그것이 절대악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곧 절대악에 복무하는 것이라며 분노와 저주를 퍼붓는 경우를 꽤 많이 당했는데.. 사실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다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본시 과격하고 노골적인 표현은 단기적으로 파급력이 높고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자꾸만 서로 선을 긋고 배제함으로서 손쉽게 결론을 얻고자하는 '습관'이 형성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제아무리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적폐청산이 '민주주의' 원칙아래 진행된다면 그 과정은 무척 불편하고 답답하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 지리한 과정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논쟁에 있어 너무 '편한 민주주의'를 하는 습관은 좀 고쳤으면 합니다.
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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