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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표창원, “선장은 지금 책임 피할 생각만 할 것···정부 책임은·
게시물ID : sewol_13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이바이데이
추천 : 10
조회수 : 62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4/22 15:33:25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69)를 향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 그는 수백명의 승객을 침몰하는 배 안에 방치한 채, 가장 먼저 탈출했다. ‘선장은 여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배를 떠나서는 안된다’는 선원법을 무시한 것이다. 선장이 배에 끝까지 남아, 필요한 조치를 했더라면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은 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구조될 당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일반 승객인 척 하기까지 했다. 병원에서는 태연히 젖은 돈을 말리는 비상식적 행동도 했다. 그가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하고 사죄의 말을 한 것은 신분이 들통나고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알고 나서다. 

경향신문은 21일 범죄심리분석가인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48)과 인터뷰를 통해 선장 이씨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표 소장은 이씨를 “직업의식이 대단히 희박한 사람으로 방어도주심리를 보이고 있다”며 “그는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표 소장은 또 “이씨는 가해자이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한국사회의 피해자”라고도 했다.


-선장 이준석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고있다.

“국민들이 그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사이코패스나 괴물은 아니다. 그가 보였던 행동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후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 책임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는 ‘방어도주심리’의 연속으로 보여진다.” 

-마지막까지 남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게 선장으로서의 의무 아닌가. 

“이 사건의 발단부터 보자. 우리는 그렇게 많은 승객들을 태운 여객선 선장이라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탁월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승객을 모두 대피시키고 본인은 맨 마지막에 떠나는 것을 기대한다. 선원법 등 관련법도 그렇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연안여객 시스템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보수도 외항선에 비해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려 그는 우리가 기대하는 선장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단히 희박한 직업의식을 가진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이준석 선장처럼 행동할까.

“보통사람의 범주를 규정할 때 정도에 차이는 있다. 가령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내주면서 승객을 대피시키다 숨진 스물두 살의 여성 승무원 박지영씨의 경우 함께 대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의식 때문에 자기를 희생했다. 그를 보통사람의 기준으로 본다면 선장 이준석씨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때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 1079호 전동차에서 불이 나고 맞은편에서 오던 1080호 전동차에 불이 옮겨 붙었는데 두 기관사가 모두 승객의 안전을 뒤로 한 채 탈출했다. 특히 1080호 전동차의 기관사는 마스터 키까지 뽑고 탈출하는 바람에 다른 관계자가 와도 객차 문을 열어줄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1080호 전동차에서 인명피해가 컸다. 두 기관사 역시 ‘보통사람’이었다. 다만 자기의 직업이나 직무, 직책에 수반되는 윤리의식보다 개인으로서의 생존본능이 더 강한 보통사람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준석 선장도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사람이지만 직업윤리의식이 희박한 사람이고 그 배경에는 열악한 연안여객 시스템이 있다는 이야기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이준석 선장은 어떤 심리상태였을까. 

“맹골수로라는 조류가 센 사고지점에서 그는 자리를 비웠다. 그는 이에 대한 자기의 책임은 분명이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의 심리상태는 ‘큰일났다’ ‘어떡하지’와 같은 당황, 불안, 두려움, 공포 이런 게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 훈련되고 책임감 있는 베테랑 선원으로서 승객을 구조하겠다는 의식이나 위기상황을 어떻게 조율할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제일 먼저 탈출해놓고 신분까지 감췄다. 

“선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없다보니 도주과정에서 휴대폰으로 연락이 닿는 선원에게 퇴선을 지시하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이 중요하니 그대로 탈출한 것이다. 선장으로서의 직무, 의무는 벗어던져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신분을 감추고 젖은 돈을 말리는 이상행동도 그런 심리의 연속선상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9일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면서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정하는 부분도 있고 어쨌든 물의를 일으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라고 말했는데. 

“그는 자신의 신분이 밝혀진 후 자기를 향한 국민들의 엄청난 분노를 감지한 것 같다.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 잘못했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 조사 후 시간이 흐르면서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조금씩 이성적 판단이 살아나면서 무조건 잘못했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기의 잘못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방어심리가 다시 나타난다. 당시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았고, 구명조끼를 입었건 안 입었건 승객들에게 바다에 뛰어내리라고 하면 조난당할 우려가 있고, 구조선도 안왔고, 그래서 승객들에게 자기가 대기명령을 내린 것은 타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는 승객들의 증언과 달리 배를 버리라는 명령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그는 선장으로서 책임을 피할 순 없지만 구체적으로 따지면 나는 내가 할 도리는 다했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그는 어떤 심리상태일까. 

“아마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생각은 ‘어떻게 해야 이 엄청난 비난과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억울하다’는 생각과 ‘그때 왜 재수없이 그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잘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고 왜 나만 뭇매를 맞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선장만 잘못했다고 할 수 있나.

“타당한 지적이다. 승객의 안전이 확보되기 전에 선장이 먼저 배를 떠난 행동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상식선의 비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행동 이면의 여건과 배경, 낮은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배를 맡고 있는 실태를 같이 점검해야 한다.”

-선장에 대한 처벌, 어느 수준이 적정선이라고 보나.

“일단 수사당국은 그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적용 가능한 모든 법조항을 적용할 것이다. 검찰도 최고 형량을 구형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선장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자기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 즉 자신에게 무리한 역할을 맡긴 해운사의 책임, 교육의 미비, 선장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의 미비 등을 항변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정상참작될 것이다. 그러면 청해진해운사측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해운사의 열악한 환경, 낮은 수준의 선장이나 항해사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제도의 불비 등을 항변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는 청해진해운이 일본에서 건조돼 18년간 운항하다 퇴역한 배를 2년전 국내로 들여와 증축했다 이렇게 낡은 배를 수입할 수 있었던 건 2009년 국토해양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2012년 국토해양부가제출된 용역보고서는 ‘최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선박은 15년 이상 된 배들이며 노후 선박은 해상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후 선박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선장과 청해진해운, 국가가 모두 책임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 선장은 가해자인 동시에 잘못된 사회시스템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221008421&code=940202&nv=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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