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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해
게시물ID : freeboard_1494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울프맨
추천 : 0
조회수 : 1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22 00:12:26

 

알고 지내는 여동생에게 카톡이 온다.

 

건강관리를 위해 PT중인데 식단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런저런걸 꼬치꼬치 묻기에, 일하는 와중에 짬을 내어 답해준다.

'초보니까 닭가슴살은 생닭가슴살은 먹기 어려울 것이다. 퍽퍽해서 먹는게 고역이다.' 라고 했더니 그녀석 자신있게 웃으며 닭가슴살을 좋아하니 괜찮다고 호언장담하기에 경험자의 조언을 듬뿍 담아 답장을 보낸다.

 

'드레싱 전~혀 없는 양념 0인 순수히 물에 삶은 한덩어리 먹어보고 얘기하자'

 

일 하는 와중에 휴대폰만 보고 있자니 상사와 다른 프리랜서 눈치가 따갑다.

싸늘하게 꽂히는 시선을 회피하듯 휴대폰을 무릎에 얹고, 손은 키보드에 올리고, 일에 매진하는 척을 하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에러코드에 혼을 빼앗기고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른다.

 사람들은 개발자가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린다 생각하지만, 사실 키보드를 치는 시간은 적다.

 보통은 모니터를 보며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면서 잘못된걸 찾다가 눈을 비비거나, 마우스 스크롤만 하염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복잡한 머리를 한층 더 혹사시키는게 일이다.

 그러다가 찾거나 발견하면 그제서야 그 짧은 시간을 키보드에 투자하는 것인데, 오늘따라 일도 손에 안잡히는지 모니터 노려보기에 지친 대리들이 편의점에 가자고 조르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릴뻔하고선 그제야 새 메세지가 와있는걸 확인한다.

 천천히 걸어나가며 무슨 대화가 와있는고 하고 펼쳐보니 화면에 떠있는 세글자.

 

'사랑해'

 

 맥락도 안맞고, 뜬금없고 이성적으로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내용이지만 기분은 들뜬다.

 그럴리가 없다는걸 머리로는 백퍼센트 이해하고 있고, 혈기왕성했던 20대때와는 달리 이성도 계산적으로 부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나이지만, 추운 바깥날씨와 다르게 가슴은 봄날.

 화면을 열어 내용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ㅎㅎㅎ 난 백숙을'

'사랑해'

 

라는 내용이었다.

 

그럼 그렇지 하면서 나도 답장 문자를 보낸다.


'그건'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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