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용서해야 하나? 하늘이 너무 맑아서 좋다던 그는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눈앞을 가리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당신, 간첩이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는 두려웠고 무서웠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간첩이 아니었다. '너 간첩 맞잖아?' 사람들은 그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며칠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전기충격을 받았으며 모진 구타, 형용할 수 없는 욕설을 들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그가 소리쳐봤자 그에게 다가오는 것은 고문뿐이었다. 그렇게 6개월 고문을 당했고 선고유예 판정을 받고 풀려났으나 8개월 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했으며 고문에 의해 기저귀를 차며 평생을 살았다. 후유증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아가던 그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주옥같은 시를 쓰며 '괜찮다, 다 괜찮다' 라며 모두를 용서하고 세상을 떠났다. 올해 1월, 중앙정보부는 과거사 진상규명을 통해 '동백림 사건 때 천상병 시인에 대한 고문이 잘못되었다' 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