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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증식합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315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곶통
추천 : 0
조회수 : 1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19 13:50:01

이제 기억도 아리마셍한 미취학 아동 시절에는, 동료 꼬꼬마들과 '병신'이니 '장애자'니 하는 욕설을 주고받으며 놀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헤이트 스피치는 뭔가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지요

개X끼. 집안에서 묶어 기르는 개는 때때로 근친상간을 하기도 합니다. 인간과는 달리 발정기가 정해져 있는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놀라울 정도로 파괴적이고 즉발적인 발정기의 성욕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죠. 물론 개들의 근친상간은 인간의 탐욕스러운 속박 때문에 발생하는 슬픈 사건이지만.

이 욕설에는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미, 씨발, 좆, 씹, 등등등. 대부분의 욕설에는 성적인 것에 대한 직유가 들어 있지요.

철학을 가지고 탐구하자면 구강기며 항문기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면 꽤 어울릴 것 같군요. 프로이트가 수십 년이 지나서도 각광받는 이유는 의외로 인간의 정신에 대한 핵심을 푹 찔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성. 그 중에서도 이성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것은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만연한 혐오의 물결은 아마도 먹고 살기가 뭣같아서... 살기 힘들어서 그 증오를 어디에라도 쏟아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구요



무엇보다

혐오는 재미있습니다.



저는 그걸 즐기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늘 진지한 인간으로 취급받고 유머러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살아왔지요. 하지만 전 꽤 유머러스한 인간입니다. 혐오를 별로 즐기지 않을 뿐이죠.

그러므로 혐오가 재미있다는 말은 다년간의 관찰을 통해 저 나름대로 내린 결론입니다.


사람들은

그걸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일3베를 하는 초등학생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 아이들은 노무현이 누구인지, 박정희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다른 충들이 그러는 것처럼 합성 사진 같은 걸 올리거나 보면서 낄낄대죠.

왜 그럴까요.

어린 아이들은 '똥'이나 '방귀'같은 것에 환장을 합니다. 저 자신도 아주 어렸을 땐 그런 걸 즐겼던 것 같아요. 뭔가 금기시 된 것, 보통이라면 감추어져 있었던 것들을 드러내고 자극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혐오는 컬트적인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페겟(Faggot)이라는 욕설이 있습니다. 남성 동성애자를 낮추어 부르는 욕설로, 흑인을 낮춰 부르는 N워드만큼 최악은 아닐지라도 문명인 사이에서 지껄일 만한 단어는 아니지요.

이 단어를 고찰하게 된 이유는 최근이 루이라는 미쿡 드라마를 보면서... 작중에 등장하는 동성애자가 그 단어에 대해 설명해주는 장면을 봤거든요

페겟은 원래 나무 한 단. 보통 땔감용 나무 한 단을 부르는 단어입니다. 땔감.

그런데 중세시대 암흑기.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시절. 사람들은 마녀로 의심되는 여자 뿐만 아니라 남성 동성애자도 화형을 시켰습니다.

그냥 불태워버렸어요. 그리고... 그들을 비하하며 '땔감'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끔찍한 단어가 수백 년이 지난 현대 미국에서도 비하의 욕설로 사용되고 있다는 거.

네.

어떤 사람들에게 혐오는 꽤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때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모양이죠.



어떤 또래집단과 어울릴 때 굉장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게

그 집단에 만연하고 있는 일종의... 연대적 혐오주의? 그런 것 때문이에요

못생긴 여성/남성에 대한 무궁무진한 비하와 욕설. 성차별적 발언들이 마구 만연하는 그룹 카톡방. 뭐 그런 것들이요

저는 꽤 오랫동안 제가 사회 부적응자가 아닐까 고민해야 했습니다. 원래 다들 이러고 사는데 나만 유별을 떠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저는 잘못된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카톡방의 친구들이 뭔가 잘못된 걸까요?

확신하진 못하지만, 그것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낯선 사람과 친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은 공통의 화제를 만드는 일이죠.

그 중에서도 제일 효과가 좋은 건 공통의 대상을 혐오하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뒷담화.

이건 우리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기능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스트레스를... 소수의 누군가에게 해소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맙소사. 눈마새가 떠오르네요. 히힣영덕히힣

따돌림이라든지. 옛날에는 마을에 왠지 꼭 한 명씩은 있던 바보라든지. 장애인, 유색인종, 성소수자 등등. 그 모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11만년 전부터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습니다. 그야말로 무엇이든 했죠. 그 중에서 효과가 좋았던 것들이 후대의 인류. 즉 우리들에게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집단의 존속을 위해 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

혐오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우리의 본능은, 아마도 이 기나긴 생존의 역사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자게에서 쓰는 뻘글이라니. 역시 좋네요.




다시 말하면

이제 좀 살만해진 현생 인류에게는 별로 필요 없는 본능일 것 같아요. 우린 이제 차별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 하잖아요? 혐오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만 헐뜯고 싸웠으면 차암 좋겠네요. 에헿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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