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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단편주의] 책게에 올릴까 하다가 덕스러워서 애니게에 실례해봅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410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브레멘음악대
추천 : 5
조회수 : 46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2/23 07:12:03
(scene1)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갑자기 변해있다면.

...
고요하고, 조용하고ㅡ,
잔잔하고, 적적한.
깨닫고 보면 여러 소리가 들리고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되는 경험.
 
아침에 눈을 뜨면 창 밖으로 보이는 네모난 세상을 멍하게 바라본다.
 
지나가는 오토바이, 자동차, 사람들의 말소리, 새 소리.
수많은 노이즈들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처럼 내 주변을 가득 매우고 있다.
아니 사실 진짜로 그렇게 매우고 있었다.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였을 뿐.
 
이 아이러니가 참 좋았다.
고요함도, 느긋함도 참 좋았다.
 
그렇기에, 자고 일어난 몇 분간 창밖을 내다보는 이 시간은 내게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뭔가가
뭔가가 달랐다.
 
내가 들이마시는 숨,
내가 받아들이는 세상빛,
온 몸에 닿아오는 옷과 이불의 접촉감...
접촉감...
그래.
위화감은 그 곳에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약 2초, 상체를 일으키는 동작을 취했을 뿐인데
내게 전해지는 이 세계는 너무나도 달랐다.
 
"어..."
 
성대가 작게, 어이없다는 듯 울려왔다.
아직 예열도 시동도 걸리지 않은 성대가 평소라면 절대 낼 수 없을 음역대를 달리며 맑고 깔끔하게 고막을 어루만졌다.
잠깐 스친 소리였지만, 이 정도라면 성우 지망을 하는 어떤 인터넷 방송의 여성 스트리머처럼 영상에 목소리를 입혀 동영상 클릭수로 생활비를 벌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무언가가 오른쪽 눈 아래, 거기서 조금 오른쪽으로.
대충 그 즈음을 간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손을 가져가 무심코 긁었다.
손가락 끝을 지나 마디에 무언가가 걸리고, 긁적긁적. 긁을 때 마다 그 근처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실.
아주 가늘고 보드라운 실.
손을 눈앞으로 가져와 보니, 하얗고 날씬한 손가락에 햇빛을 받아 갈색으로 빛나는 비단실이 수 가닥...
 
"...?"
 
이번엔 입술을 다문체 의문을 담은 콧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분명 내가 낸 소리가 맞는데, 이 소리가 아니다.
이 소리는 내가 아니다.
그러고보니 이 손...
이 손 역시 내가 아니다.
 
시선이 잠깐 천장으로 향해있다가, 양 손을 내려다보았다.
뽀얗고 보들보들한 손바닥이 나를 보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기서 이어지는 가느다란 손목, 팔,
점점 고개가 숙여지다 문득, 처음 만나는 커다란 두 친구와 뜻밖의 인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산 몇달간은 외출용으로 입다가, 어디에 걸렸는지 쇄골 아래쪽에 작은 구멍이 나 그냥 집안에서 막 입는 용도로 쓰던 하얀 티셔츠.
그 목부분 둥근 홈 안쪽에 뽀얀 살구빛을 내는 계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커다란 두 덩이.
그 실루엣의 위용을 보아하니 상당한... 장군감인 듯 보였다.
 
그리고 한 손으로 그걸 잡아보았을 때 느껴지는 생소한 느낌.
자신의 가슴이 이렇게 부풀어본 적이 없는 자 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이질감.
또, 그 것을 탐하는 자로써 느끼는, 미친듯이 가지고싶은 말랑말랑하고 묵직하며 따뜻한 그 감촉은 손바닥 전체를 타고 등줄기까지 어루만진다.
이윽고 상반된 두 감각이 머릿속에서 강하게 충돌하며,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새로운 감정이 태어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옛날에 들었던 어떤 노랫말이 생각났다.
영화로운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 우리들의 무딘 말로 기리줄이 없어라...
 
물론 그 와중에도 내 손은 그 감각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출처 뇌내망상
아 내 손이 금손이었다면 만화로 발산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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