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남자가 집에 돌아오면, 문을 열었을 때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을 때,
"아 나 혼자 살고 있구나."
를 절감하게 된다. 처음엔 집에 올 때 장을 봐서, 간간히 음식도 만들어 먹었지만, 점점 모든 게 귀찮아져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데워 먹거나, 시켜 먹었지만, 나중에는 집에서 밥을 안 먹게 된다. 그냥 회사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고 오거나 저녁에 약속을 무리하게라도 잡아서 먹고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밥을 먹던 먹지 않았던간에, 집에 와서 문을 열게 될 때의 그 적막함.
그것이 싫어서 결혼을 했다는 친구도 있지만, 연애를 하는 쪽 말고 나는 다른 걸 선택했다.
고양이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좋아했다. 고양이를 좋아했고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개는 길렀다. 중학교 2학년 때 누군가가 준 독먹이를 먹고 기르던 개가 죽을 때까지, 개는 꾸준하게 길렀다. 비록 오랫동안 같이 지낸 녀석은 없지만, 아직도 앨범 한 구석에선 우리 집에서 지냈던 녀석들의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가끔 앨범을 펼쳐 보면서 녀석들의 반가운, 그리고 이제는 다신 볼 수 없는 모습을 바라볼 때는 힘들었고, 지루했던 기억도 있지만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런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단 한 번도 기른 적이 없었다. 만져본 적도 서른을 넘게 된 지금까지 기억에 꼽는다.
아버지는 농부의 아들이었다. 집을 지켜주는 개에 대해서는 늘 좋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가끔 생선을 물어가고, 병아리를 물어가며, 예상치 못한 곳에 똥오줌을 싸놓는 고양이에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 하셨다. 기른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가끔 들렀다 가는 객식구에 불과했다. 어쩌면 한 몸이 된다는 색다른 방법으로 사랑을(그것이 개에게는 절대 좋은 일은 아니었겠지만)표현했던 개에 비해서, 고양이는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개를 길렀다. 집에서 기르던 몇몇 녀석은 외갓집의 해피라는 녀석의 새끼였다. 고양이는 길러보진 않았지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쪽이였는데, 지금은 결혼하여 일가를 이룬 내 동생이 세살 때, 고양이 털로 인한 급성천식발작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진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얘기하자면 싫어하시는 편이었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에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더라면 우리 어머니는 고양이를 악마의 하수인 정도로 여기셨을지도 모른다.
그런 두 부모님이였기에 고양이는 보기만 하면 쫓아냈고, 내가 고양이를 만지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셨다. 병아리, 십자매, 거북이에게까지도 관대하시던 두 분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기르는 걸 반대하셨고, 부모님이 고양이를 다루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집 지하실에서 발견한 고양이 새끼를 쫓아내는 것이었다.
군대서도 고양이와 나는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본부중대의 일원이었던 나는 근무를 서는 경우도 많았지만, 잡무에도 시달렸다. 창고 청소 후 고양이 새끼 여섯마리를 발견한 의무병은, 고양이를 싫어하던 선임병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그 꼬물이들을 푸세식 화장실에 던져 넣었다.
그 날 밤은 아무도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
전방에서는 짬이라고 불리는 음식찌꺼기 통을 넘어뜨리고, 그걸 먹고 있던 고양이 떼를 쫓아내고 그 난장판의 현장을 치워야 했기에, 나에겐 고양이는 새끼 때는 귀엽지만 다 크면 괜한 일거리만 늘려주는 그런 녀석들이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고양이를 길러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모를 일이다. 지금 사는 곳은 3층 빌라의 반지하로, 큰 방에서는 마당으로 향하는 큰 창이 있고, 출입문은 계단을 통해 내려오게 되어 있었다. 그전에는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는데, 그 아파트가 오히려 고양이를 기르기엔 더 나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 아파트는 바로 위층에 아는 형이 살고 있어서, 별로 외롭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반려동물을 길러야겠다- 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금의 첫째인 치킨이를 만나게 된 것은 성남의 모란시장이었다. 사실 그날 고양이를 데려오게 될 줄은 몰랐다.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가끔 고양이도 찍었고, 적어도 쫓아내진 않았다. 오히려, 가끔 소세지라도 먹을 때면 조금 떼어서 던져주기도 했다. 모란시장은 서울에 몇 개 안남은 재래시장인데, 꽤 유명한 보신탕거리가 존재하고, 그 앞 귀퉁이에서 주로 강아지들을 팔았다. 그날은, 강아지 외에도 고양이들도 팔고 있었다.
치킨 한마리를 튀긴 후 주차장으로 돌아가던 길에, 고양이들이 가득 들어있는 케이지를 보았다. 가장 구석탱이에서 졸고 있던 녀석이, 내가 다가가자 손을 내밀면서 나를 쳐다봤다. 새끼고양이를 팔던 아주머니가 내가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자 말을 걸었다.
"한마리 만원인데, 만원에 두마리 줄테니까 두마리 데려가."
"그냥 보는 건데요."
"에이, 손탔으니 데려가. 만원에 두마리 줄게."
"괜찮아요. 잠깐 보기만 할게요."
그리고 조금 후 나는 뜨끈한 치킨과, 어둡다고 울어대는 새끼고양이가 들어 있는 작은 상자와, 냄새가 지독했던 싸구려 사료 한봉지를 조수석에 내려놓고 있었다.
치킨이는 아래 5시방향에 있는 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