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박스에서 계속해서 을었다. 시장의 케이지* 안에서 다른 녀석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녀석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조용히 나를 간택했다.
얌전하고 조용한 녀석이라서 데려왔는데, 막상 차에 탄 순간부터 쩌렁쩌렁하게 울어댔다. 주먹만한 녀석이 소리 하나만큼은 수준급 블루투스 외장 스피커보다 출력이 좋았다.
운전하면서 계속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상자를 뚫고 나와 차에서 돌아다니진 않을까, 밖으로 나오면 열린 창문으로 뛰어나가진 않을까, 상자에서 똥오줌을 싸진 않을까. 신호대기 중에 옆에 정차한 차의 운전자는 그 소리를 뭐라고 생각할까?
녀석은 상자에 손을 집어넣자마자 매달렸다. 녀석의 유일한 무기인 발톱을 휘둘러댔기에, 손에 몇개의 붉은 자국이 생겨났다. 뒷덜미를 조심조심 들어올려 땅에 내려놓자마자 녀석은 바지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가슴까지 기어 올라온 녀석은 곧 고르릉거리기 시작했다. 녀석뿐 아니라 나도 만족했다.
건강해 보였지만 혹시 몰라 녀석을 상자에 다시 넣었다. 상자가 닫히자 마자 녀석은 다시 커다랗게 울부짖었다. 누가 볼까 겁날 정도로 크게 울어서 상자를 들고 달려야만 했다. 동물을 괴롭힌다는 말을 듣기 무서웠기에.
동네에는 동물병원이 꽤 여러 개가 있었다. 겉보기에 깔끔했던, 가장 가까웠던 동물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값비싼 고양이와 주인들 사이에서, 나와 녀석은 이방인이었다. 허름한 상자에 담긴 고양이와 함께 자리에 앉으려 하자, 딱 보기에도 호랑이를 닮은 녀석을 안고 있던 여자가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에, 우는 녀석을 달래 주기 위해 손을 박스 안에 넣었다. 녀석은 다시 손에 매달린 채로 고르릉거렸다. 한손은 박스에 넣고 한손으론 스마트폰으로 고양이 진료비용을 찾고, 찾아온 동물병원의 평판을 찾고 있었다.
생각보다 높은 진료비용에 놀라고, 동물병원의 이름을 "검색" 화면에 입력하는 순간 우리의 차례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