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불놀이 깡통처럼 붕붕 떠다니다 못해 휘리릭 날아가버릴 것만 같더라도 형광색으로 빛을 내는 어느 심해어처럼 심연 속에 척 가라앉을 것만 같기도 해요. 한 번 휩쓸려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사고와 범죄를 저지르게 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거쳐 말과 글로 칭송받는 아름다운 연시를 지어내게 하기도 하지요.
저는 지금 그 변덕스러운 감정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답니다. 차라리 방 구석에 쭈구려 앉아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이 백 배 아니, 천 배는 더 나을 것이에요. 아, 그런데 어쩌죠? 지금 저는 너무 들떠버렸어요.
우리집 천장 곰팡이처럼 새카맣던 하늘 한 구석에서 우유 한 방울이 똑하고 떨어져 하늘하늘 넘실넘실 번져가고 있어요. 이젠 정말 시간이 없어요. 제 눈 앞에 축 늘어진 이 고깃 덩어리를 처리하려면 정말 빠듯하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