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에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어버이 연합의 맞불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버이연합은 그 학생들 앞에서 일본의 전범기를 꺼내들더니 찢어버렸습니다...
소녀상 앞에서 전범기를 찢는 것
글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왜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만해달라' 외쳤을까요?
당시 상황을 한 번 보지요...
여러분들은 이게 정의로운 행동으로 보이시나요?
저는 '핑크코끼리' 탈을 쓴 사람을 폭행한 일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과거 글을 보시면 이 사건에 대해서도 '여혐' 이라는 단어가 본질을 흐린다고 줄곧 이야기해왔구요
그런데 적어도 핑크코끼리가 한 행동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싸움을 불러 일으킬만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피켓에 든 문구가 올바르다고 해서 그게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 앞에 '권양숙 여사는 박연차에게 돈을 받았다' 라고 하면...
말은 맞지만 과연 그게 정말로 올바른 행동일까요?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수용소에서 '유대자본은 세계를 쥐고 흔드는 일을 그만하라' 라는 시위를 하면 그게 과연 의미 그대로 전달될까요?
월가 앞에서 쓰는 팻말과는 다른 의미일 것입니다
조롱으로 변질되지요... 똑같다고 봅니다...
적어도 추모하는 공간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자'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추태라고 봅니다
상갓집에서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로 싸우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이네요...
그가 내민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적어도 그가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매우 치졸하고 비겁했다...
그리고 '여혐' 이라는 어젠다에 맞서기 위해 피해자를 다시 한 번 이용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