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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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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나는핑구
추천 : 2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28 21:27:04
지독한 꿈을 꿨다.

너무도 지독한 꿈을 꿨다. 꿈의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행복한 순간들만 보여줬다.
너와 장난을 치던 일, 내 방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던 일. 울먹이는 너를 달래며 안아주는
일과 네 품에 안겨 세상 모든 걱정을 잊던 그런 날들이다. 너무 잔인하게도, 한 사건이 아니라
한 커트 커트 모든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그렇게 지나갔다. 축구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아놓은 티비 방송처럼.

그래, 어쩌면 나는 널 잊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두어 달이 지나고, 평소에 일부러 떠올리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근황을 묻는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너를
잊었다고, 비워냈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너는 이미 다른 사람 곁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도.
나도 여러 번의 소개팅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이 아니라는 것도 찾는 허무한 일들도 이미 많이
했었는데도.

너와 마지막으로 만난 선릉역의 한 카페에서, 나는 고맙다는 말 밖에 하지 않았고, 너도 나의
행운을 빈다며 좋은 이야기들만 해 주었지. 그렇지만 너도 아마 나와 똑같았을 지도 모르겠다.
많은 서운함들, 실망들과 아쉬웠던 기억들을 뒤로한 채, 마지막이니까 좋게 끝내야겠다고 말야.
그렇지만 그 때의 나는 진심이 아니었던 것 같아. 원망스러운 생각 뿐이었으니까.

지금은 그런것들 다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더라. 차라리 그 때가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아.
너와의 끝을 합리화하려고 만들고 짜냈던 기억들이 차라리 날 더 편하게 했어. 그렇지만,
회색빛의 내 군생활을 봄과 함께 꽃피게 만들었고, 항상 싱글벙글한 내 표정을 만들어주었지.
내 방에서 영화를 보고 홍초를 한 잔 건네던, 밤이면 네 전화 한 통을 기다리던, 디즈니 영화를
너와 함께 보고, 카레를 함께 먹던 그런 예쁜 기억들. 꽃 한 송이를 들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면
세상 행복해하던 너의 표정, 너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던 그  순간들, 그런 기억들마저 
태워버리거나 먹칠해서 갖고있지는 않으려 해.

예전 4년의 기억들이 그랬듯, 그냥 그것이 흐려지고 희미해지기를 기다리려 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지만, 그게 한 때는 세상을 벚꽃향기와 풀내음으로 가득 채워주던 그 때의
우리에게 최선의 예의가 아닌가 해서 말이야. 만나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네가 제일 좋았어.
후회없다는 말을 할 수 있을만큼 사랑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꽃길만 걷는 네가 되길 바랄게.
읽지 않을 너에게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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