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마도 굉장히 우울한것 같은데 이거 내가 그냥 스스로 우울하다고 믿고싶어하는게 아닐까?
그냥 나 스스로 내가 정신병원에서 우울증이라고 진단 받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우울한건 사실인데 이게 참 크게 오락가락하는거라 애매하다.
심심하면 한번씩 자살틱이 온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자살할 생각이 있진 않다. 정말 너무 간절히 자살하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자살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자살하고 싶다 <<여기서 끝.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는 서러움이라던가 분노가 잦다. 뭐가 원인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면 좋겠다. 사실 병원에 자세히 진단을 받으러 간 적은 아직 없다. 학교에서 실시한 간단한 검사정도 한게 전부다. 하지만 병원 가는게 너무 나 스스로 우울증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고 너무 관종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진단했을 땐 물론 당연히 우울증 위험군?이라고 나왔던것 같다. 고등학생때 한거였는데 전교에서 제일 높은 점수가 나왔던 것 같다. 5명 안에 들었다는 것 같다. (그때 우울증 검사때문에 불려온 학생이 딱 그정도였으므로)
그때 상담실에 불려가서 했던 대화는 별거 없었다. 요새 왜 그렇게 우울하니 정도? 그 이유를 알면 내가 그러고 있을까 ㅋㅋ 그냥 대충 성적이 맘대로 안 나와서요 라고 둘러대고 말았다. 선생님이 그때 '그래도 이유가 뚜렷해서 다행이야 성적은 점차 나아질거야 괜찮아' 대충 이렇게 말하셨던 것 같다. 아닌데 성적때문 아닌데 그냥 내가 관종이라 그런건데 ㅋㅋㅋ 아무튼 그러고나서 각서같은걸 썼다. 자살하지 않겠습니다 뭐 이런 비슷한거? 좀 웃겼다. 아무튼 그런거 쓰고 풀려났다. 기분 나빴다.
그거 말고는 딱히 이렇다 할 검사경험이나 진단이 없다. 진단이랄게 없을 이유도.. 일단 정신건강을 사유로 병원을 간 적이 없으니까.
요새는 환청도 들리고 헛것도 보이고 잠도 잘 못잔다. 환청은 그냥 언니 방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서 어? 하고 가봤는데 불 꺼져있고 이미 깊이 자고있는 상황이라거나.. 아니면 뭐 핸드폰 벨이 울린 것 같아서 봤는데 전혀 아니라거나.. 헛것이 보이는건 중학생때부터 그랬다. 근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무시할 수준이라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흑백의 사람이 시야 가장자리에 슬쩍 보이는 느낌으로 보여서 순간 무서워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그쪽을 보면 아무것도 없다. 잠은... 그냥 잠이 잘 안온다. 잠이 들어도 뭔가 잘 모르겠는 무서운 꿈을 꿔서 (절대 수능을 다시 본다거나 하는 그런 현실적인 꿈이 아니다. 죽는다거나 아니면 무서운 뭔가가 나온다거나 하는 느낌의 꿈이다.) 깨어난다. 한번 깨기 시작하면 30분~1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샌 그냥 아예 새벽 5시 6시까지 억지로 깨어있다 기절하듯이 잠든다. 그래도 꿈은 꾼다. 기억은 잘 못하는데 좋은 꿈은 아닌 것 같다. 가끔 흐느끼는 소리를 내면서 깰 때도 있고 울면서 깨는 날도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사람이 많은 곳(영화관이라거나)에 오래 있으면 숨이 막힌다. 숨을 들이쉬면 깊숙하게 안쪽까지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쇄골 살짝 아랫쪽에까지밖에 들어오지 못하고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 든다. 별 이유가 없는데 대충 들어온지 1시간정도 되면 그렇다.
잠을 자려고 누워있을 때나 그냥 쉴 때는 종종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게 느껴진다. 이러다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질 때도 있다. 이대로 자다가 죽으면 어쩌지, 밤에 죽으면 누가 응급실에 데려다주지도 못할텐데, 지금은 특히 방학때라서 내가 대낮까지 뻗어있는게 일상이라 죽어있어도 하아아아안참 뒤에나 눈치챌텐데 어쩌지 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도 참 많이 된다.
'나 아무래도 정신병자인것 같아!'라는 생각때문에 나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쳐지지가 않는다.
진짜 정신병이 생긴건지 아니면 내 머릿속 내 역할(난 환자야!라는 역할)에 충실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관종인것 같다.
병원에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부모님한테 얘기해봐야 헛소리 하지 말라느니 요새 사람들 정신병 없는 사람 없다며 가면 당연히 정신병자 돼서 나온다느니 하는 반응이 너무너무 당연하기도 하고... 실제로 대략 10년 전에 저렇게 말했다가(그땐 내가 엄청 어린 때여서 부모님도 참 얼척 없으셨을 것 같긴 하지만) 뒤지고 싶으면 당장 뒤지라고 어디서 부모 앞에서 그딴 소릴 하느냐고 하면서 싸대기만 존나게 맞은 기억이 난다. 뭐 이런 것도 있고 앞서 말한 것 처럼 그냥 내가 나 스스로를 내가 우울증 환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서 생각만 들고 그래서 딱히 병원에 갈 생각은 안 든다.
병원을 가보고 싶긴 한데 가기 싫다. 솔직히 요샌 침대에서 일어날 의욕도 없다. 처음 대학교 들어갔을 땐 그래도 대학교 원하는 학과 들어간게 너무 기뻐서 의욕에 차서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요샌 왜 휴학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누가 연락하면 화부터 난다. 그렇게 재밌게 하던 게임도 설렁설렁하는게 요즘이다. 대충 반년정도 전만 해도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주제한이 풀리면 주제한을 하루이틀 사이에 싹 채워버리는 것은 물론 트라이팟에 헬퍼로 입장하기도 하고 부클 파밍도 열심히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그냥 사방팔방 의욕이 없다. 하던 것만 하고 요즘엔 주제한 채우면 할것도 없어서 그냥 멍하게 손놓고 경치구경이나 하다가 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 보고 님 환자에요 빨리 병원가세요 님 이거 무슨무슨병이 이런 증세인데 님이랑 똑같아요 하는 확답을 기대하는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무 관종인것 같다. 이 관심병좀 어떻게 치우고싶다. 내 머리로는 내가 관종이라는걸 알면서도 그걸 고칠 생각이 없다. 솔직히 이 글 쓰면서 내내 하는 생각은 누가 보고 님 정신이 너무 아픈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길 바란다.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은데 내 필력이 너무 후달린다. 아무튼 그렇다. 그냥 난 너무 관종인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어찌어찌 병원을 간다고 해도 나아지긴 하나? 내가 생각 고쳐먹는게 아니면 그게 그거일거다. 그리고 병원비도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우울증 검사한답시고 상담하는게 43만 얼마 이러더라. 거기다가 3주에 한번씩 진료하라고 올 때마다 2~3만원돈이 계속 나가고 그런다고 한두달 안에 얌전히 고쳐지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사람 중에 우울증 치료하는 사람이 있어서 봤는데, 우울증 치료하는 약도 어이가 없다. 신경 안정제를 주는데 이게 부작용이 불면증이다. 그래서 잠이 오게 도와주는 약을 처방해준다. 그럼 이 부작용은 또 불안증세다. 그래서 또 다른 안정제를 처방해주면 이건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거기에 뭔가 또 안정제를 넣어준다. 이건 또 잠을 못 자게 한다. 그래서 다시 잠이 오게 하는 약을 더 넣어준다. 이런식으로 안정제 종류만 거의 5개정도 넣고 마지막 마무리는 베스타제정(소화제)으로 마무리한다. 저 약을 먹고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계속 옆에서 지켜보건대... 나아지긴 커녕 악화되면 오히려 더 악화되기만 하는 것 같다. 잠을 거의 못 자고 자고 일어나면 피범벅이 되어있고 멀쩡히 걸어다니다가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픽 쓰러지고 그러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입원까지 한단다. 온갖 부작용만 늘어나고 치료는 하나도 되질 않는 것 같아보이는데 나라고 다를 게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난 우울증이긴 한건가? 글 쓰면서 또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우울증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자꾸 생각한다.
마음속으로는 거의 '난 우울증!'이라고 확정하고있는 것 같다. 아니 확정했다.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생리주기의 문제로 경구용 피임약을 최근 반년정도 먹었다. 얼마 전에 경구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면 우울증 위험도가 높아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지기도 한다는 인터넷 뉴스를 봤다. 그래서 먹던 약을 싹 끊었다. 그래도 달라지는게 없다. 그 자살틱과 우울틱들이 죄다 약 부작용이 아니라는건가? 진짜 병이 있는건가?
아 정말 글 쓰면서 재차 느끼는건데 너무 관종같다. 이쯤되니 내가 뭔 소릴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이었으면 걍 닥치고 자라고 한대 때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