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이 주최한 3·1절 구국 기도회가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정치 집회는 아니다." '3.1 만세 운동 구국 기도회'를 공동 주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정서영 대표회장)은 말했다. 어디까지나 3·1절 98주년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안보 등을 위한 구국 기도회라고 설명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이야기는 달랐다. 3월 1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열린 기도회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위한 사전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구국 기도회에 이어 탄기국(탄핵기각을위한총궐기운동본부) 집회가 같은 곳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태극기뿐 아니라 성조기, 박근혜 대통령 사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화가 곳곳에 등장했다.
앞서 한기총·한교연은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탄기국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이날 기도회 시작 전부터 군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과 관계자들이 일대를 통제했다. 촬영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기자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한기총 관계자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국 기도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이영훈·정서영 대표회장을 포함해 길자연·이강평·최기수·이태근·엄신형 목사 등이 단상에 올랐다. 기도회인데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제창했다.
정치적 집회가 아니라는 사전 설명과 달리 구국 기도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성조기 등이 등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설교자로 나선 이영훈 대표회장은 예수가 민족의 희망이라며 거짓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외쳤다. 이 대표회장이 말한 거짓은 '공산주의'였다. 북쪽 2,500만 동포가 독재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며 거짓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흑암의 권세에서 자유롭게 될지어다.(아멘) 악성 유언비어 등 흑암의 권세는 떠나갈지어다. (아멘) 주님께서 모든 거짓과 불의, 공산주의를 이 땅에서 떠나가게 할지어다. (아멘) 남북이 통일되고 성령으로 하나 될지어다.(아멘)"
참석자들은 국가 안보와 정치, 경제 등을 위해 통성으로 기도했다. 한기총·한교연 관계자가 퇴장하자, 깃발을 든 '한국기독교성직자구국결사대'가 단상에 섰다. 이들은 "북한 공산 세력과 동조 세력을 단호히 배척한다",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대통령 탄핵에 단호히 반대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1,000만 성도와 함께 즉각 나설 것"이라고 외쳤다.
교인들, 탄기국 집회에도 참석 |
구국 기도회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 뉴스앤조이 이용필 |
구국 기도회에는 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마포·아현·종로 등 여의도순복음교회 교구 이름이 적힌 팻말이 눈에 띄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관계자는 교인 2만 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집회 참가자들은 3·1 만세 운동보다 탄핵 반대에 중점을 뒀다.
한 60대 여성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도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목에 걸린 가방 줄에는 '탄핵 기각'이 적힌 둥그런 배지가 달려 있었다. 탄기국 집회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에 "교인이니까 나라를 위해서 당연히 갈 것이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말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성조기도 나타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여의도순복음교회 김 아무개 권사는 "나라가 바로 서야, 내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권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박 대통령만큼 헌신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도 꺼냈다.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굶어 죽지 않게 됐다. 우리는 경험을 해 봐서 아는데, 젊은 사람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분의 딸도 대통령이 됐는데, 잘하고 있다. 왜 탄핵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탄핵하면 안 된다. 이북은 핵까지 만들었다. 이걸 막을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이런 분을 쫓아내면 안 된다."
이날 집회에는 수만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기도회에 참석한 20대 청년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김성민 씨(27)는 "나라가 있어야 기독교도 있을 수 있다.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평양이 김일성과 공산주의 때문에 한순간 무너지지 않았는가.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은 언론의 왜곡·선동 보도에 세뇌된 것이다. 촛불 뒤에는 주체사상,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 정해단 목사도 많은 사람이 SNS와 언론에 속아 진실을 못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진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모든 방송 언론이 일방적 또는 편파적 보도로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고 세뇌를 한다.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늘 기도회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정 목사와 함께 온 동료 목사는 "몇 년 전 대한민국은 이곳 광화문에서 교황을 숭배했다. 우상숭배를 한 결과 하나님이 오늘과 같은 시련을 주신 것이다.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무대에 선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사진 왼쪽)과 한기총 이용규 전 대표회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
통성기도 중인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기도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무대 바로 아래에는 탄기국을 의미하는 '국민총궐기운동본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기도회 전 빨간 모자를 쓴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과 한기총 관계자들이 논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출처 | http://m.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9240&rccode=lvR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