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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말들을 보고..
게시물ID : gomin_13189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29sa
추천 : 17
조회수 : 569회
댓글수 : 58개
등록시간 : 2015/01/14 02:00:02
아내는  어려서부터 우울증이 있었어요..
 
불안정한 가정과 자존감이 적은 아내는 왼쪽 손목에 자해흔적이 창피해서 시계나 팔찌를 좋아라 했었죠..
 
저도 10대시절 아버지의 주사와 경제적 궁핍...부모님의 이혼..으로
 
20대시절 휴학알바-복학-휴학알바-복학으로 20대를 보냈지만 항상 자신감 하나 만큼은...자존감은 누구에게도 부족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나는 꼭.. 평범하게 살거야....
 
내가 사랑하는 여자..남에게 돈 빌리러 다니지 않게 할거야..
 
내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찾았을 때 경제적이건 정신적이건 믿어주고 지켜주는 아버지가 될거야...
 
 
26살에 아내를 만났고
 
동거부터 시작해서 300/30 원룸으로 시작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 같아요..
 
돈 천원 만원에 덜덜 떨었고,치킨 한마리에 맥주 피쳐면 작은 원룸이 마냥 환하고 빛나던 시간이었죠..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음에 들었지만 비싸서 선뜻 사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10만원짜리 코트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던 아내 손을 잡고
 
시장을 두바퀴 돌다가 다시 돌아가 사 주었던 A라인 코트에 너무나 환한 웃음을 지어주었던..
 
 
 
 
경력직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되었고 진급을 하고...
 
300/30에서 2500 전세로 5000전세로...
 
 
30대에 접어든 저는 일만 열심히 했어요...정말 개같이 일만 했어요...
 
지금 뛰어야 내가 바라던 남들만큼 살수 있다...
 
결혼하기 전에 전세금도 더 올려야 하고...
 
아이낳기 전에 돈을 더 모아놔야 한다...
 
차는 아이 낳으면 그때 사도 된다....
 
아내를 회사에 추천으로 올려 인턴을 만들었어요...
 
처가집에서도 좋아했어요..어려서부터 우울증에 나태하던 아이가 남편 만나서 사람 구실하며 사는구나 좋아하셨죠...
 
 
 
아내는 점점 지쳐갔어요...
 
대기업답게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하고...
 
남편은 집에오면 방전되서 잠이나 잤죠...대화는 줄어들고...
 
아내의 우울증은 다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말들을 보면
 
그때의 제가 했던 말들입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너만 힘든게 아니다..
 
네가 생각하기에 달렸다...나도 힘들다...그만좀 징징대...
 
........
 
 
 
 
동거 7년 결혼식 3개월만에 우리는 이혼했습니다...
 
아내의 외도로...
 
...
 
..
 
.
 
 
그 후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심리치료 운동 취미생활...다 부질없었습니다..
 
 
외도로 이혼했기에 분노 원망으로 가득찼던
 
저는 조금씩 이혼당시에 아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  이 사람...자해,자살할수 있었겠구나...
 
힘들다고 징징댄게 아니고 살려달라 말했던거구나...
 
그것 하나 몰라주고 남편으로서 이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았구나...
 
 
 
저는 아직도 그 대기업을 다닙니다..
 
하루 15시간 근무..실적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모독...
 
 
저도 조금씩 지쳐가네요...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는가...30대 중반 몇억을 모아놓은것도 아니고...
 
 
오늘도..어제도 지난달도...작년에도...이혼했던 그때와 나는 뭐가 달라졌는가...
 
다 부질없구나..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은 쉬고 싶습니다...
 
그런데 홀어머니-동생-친구-직장동료 모두가  당시에 제가 했던...그때의 말들을 해주네요...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뭐해먹고 살거냐..
연애를 해봐라..참아봐라...버텨라...너 아직 젊다...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니 나이가 몇인데...
 
 
 
 
힘들면 안 해도 되...
 
안한다고 니가 잘못하는게 아니라고..너는 최선을 다했다고...
 
좀 쉬어가도 된다고...내가 지켜주겠다고...
 
천천히 같이 가자고...
 
....
 
그때..
 
그렇게 말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아해줬을까...얼마나 고마워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그러니까요...
 
어차피 지나간 일이지만....
 
당사자가 되고보니 당시에 내가 얼마나 쉽게 잔인말 말들을 했는지가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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