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와 PD수첩 '아이가 있는 나라' 를 같이 봤다.
PD수첩은 워킹맘의 현실에 대해서 말하며 오프닝을 시작했다.
13년째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 워킹맘의 임신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보며 꺼낸 엄마의 첫마디.
"으그.. 요즘 애들은 결혼도 안하려고 하고, 애도 안낳으려고 하고. "
나는 어이가 없었다.
" 애를 낳을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법만 만들어 놓고 제대로 피드백도 안하면 뭐하냐고. 저봐라.
애 가졌다고 지금 회사에서 다 짤렸다. "
엄마는 또 다른 말을 한다.
애는 엄마가 봐줘야 정서적으로 좋다고.
주위에 다 봐도 엄마가 어릴때 봐주는준 애는 초등학교 들어가면 차이가 나더라. 이런다.
엄마의 말에 기겁을 했다.
워킹맘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가정의 화목이 중요한거 아니냐고.
낮에 일을 해도 저녁에 충분히 자녀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공감하면 괜찮지 않냐고 반박을 해도
근데 엄마는 그래도 아니다. 이렇게 말한다.
확률적으로 엄마가 봐준 애들이 정서가 좋더라. 라고 말한다.
그럼 엄마 없이 아빠가 키우는 애들은?
나는?
엄마도 워킹맘이였잖아. 내 정서도 확률적으로 좋지 않은거네.
속에서 불이났다.
엄마는 아니. 확.률.적.으로 그렇다는거지!
이러고 왜 나랑 싸우려 드냐고 한다.
속이 진짜 터질 것 같았다.
엄마는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 하는걸까.
더이상 말할 가치가 없었다.
그냥 입을 다물고 티비를 봤다.
중국어 실력도 뛰어나고, 몇년을 바쳐 일한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권했다고 울고있는 인터뷰 장면을 보면서
엄마는 또 내 속을 뒤집는 말을 한다.
" 그래도 남편 잘만나서, 벌이가 좋으면 집안 살림 하면 되지. 그러고도 잘 산다. 외숙모 딸 둘도 결혼하고 애 낳더니 그만두더라. 그러고도 잘 만산다."
엄마가 아빠를 만나 평생 뼈빠지게 일하며
남편이 벌어다주는 월급으로 살림사는 걸 부러워했던 걸 안다.
하지만 지금 TV에서 말하고자하는게 그 것인가.
일을 하고 싶어도, 임신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데
엄마는 남편이 돈 잘버니까 집에서 살림만 잘 살더라, 이게 끝이다.
그러면서 직장 그만 두고 살림사는 사촌언니들에 대해 주욱 늘어놓는다.
엄마는 물어봤는가.
그 언니들이 왜 그만둘 수 밖에 없었는지.
정녕 그만두고 싶어서 스스로 그만 둔 것인지, 워킹맘의 현실이 언니들을 끌어내린 건 아닌지 물어봤는가.
설, 추석에 두번 만나면서 모든 걸 다 아는 듯이 말하는 엄마.
나중에 내가 결혼했을때, 내 남편 될 사람에게 뭐라할까.
돈 많이 벌어오고, 적게 벌어오고를 기준삼아 말할까.
하..
.
우리 엄마지만... 답답하다. 속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