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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5015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안나라머리
추천 : 1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06 2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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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어머니께서 쓰러지셔서 기도부탁드린다고 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추천 해주신 덕분에 베오베에 가서 많은 분들께 진심어린 기도를 받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경황이 없어, 글 올려놓고 피드백 못해드렸는데, 글 읽어 주신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한 분 한 분께 감사하다는 말 드려요.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모두들 덕분에 지금은 안정기에 들어셔서 회복중이세요.


아래는 사고후 지금까지 상황들이예요.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께 경과를 알려드리고 싶고, 나중의 저를 위해 기록도 남겨두고 싶어서요.


어머니는 사흘 전, 친구분을 태우고 운전하시던 중, 왕복 4차선 도로에서 기절하셨어요.

후에 밝혀진 병명은 지주막하출혈 이라는, 뇌출혈 중 가장 위험한 병이래요.

기절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구토를 하기 시작하셨다는데, 그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도 침착하게 119에 신고해 주신 친구분 덕에 병원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주막하출혈의 증상이 구토, 극심한두통, 의식잃음, 사물이 2개로 보이는 현상 등등이라고 합니다)

운전중에 기절한거라 2차사고 위험이 있었음에도, 다행히도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를 타고 넘어 차가 멈출때 까지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고 합니다. 차도 앞범퍼만 살짝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고 하네요. 정말 다행이예요.


CT 결과, 뇌쪽의 동맥에 출혈이, 4~5년간 조금씩 커지며 콩알만한 크기로 쌓여있었다는데, 그게 그 날 터진거라 해요.

기본 건강검진 항목에는 포함이 안되있는 부분이라, 그동안 발견 못하고 누적되어온거라 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은 천안에 살고 계시고 저는 서울에 혼자 살고 있는 터라, 연락을 받고 바로 차를 끌고 내려갔습니다.

너무도 건강하셨던 분이고, 이런 일이 너무 급작스러워 반쯤은 정신을 잃은 채로 멍한 상태였는데,

응급실에 산 사람같지 않게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니 울음이 터져나왔어요..


사고 후, 7시간의 안정화를 마치고 수술에 들어가셨어요.

터진 혈관을 막는 4시간정도의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전, 의사선생님이 상태에 따라 3번까지 수술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CT를 다시 찍어보니 피가 더 많이 고여있어, 피를 빼는 관을 삽입하는 2차수술에 바로 들어갔습니다. 

이 때가 오유에 기도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린 시점이예요.


수술을 기다리면서 검색을 해보니, 

1/3 은 사고즉시 사망하며, 1/3은 병원으로 이동중에 사망하고, 치료 후에도 높은 확률로 3,4주 내에 재출혈이 발생하며, 합병증의 위험이 여러곳에 존재하고, 재출혈 발생 시 대부분이 사망하고, 완치 후에도 30%의 사람만이 후유증 없이 지내지만, 그래도 언제나 재출혈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하는 너무 가혹한 병이더군요.

의사선생님도 지주막하출혈의 치료법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서 의사의 역량만 있다면 치료는 완벽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 이곳저곳에위험이 있으며, 오직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은 신경외과계에서 꽤나 유명한 선생님이세요)

7시간의 2차례의 수술중, 많은 분들이 찾아와 수술실 앞을 같이 지켜주셨어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형제분들과 제 친구들.
어머니는 7남매, 아버지는 10남매라 엄청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힘이 되더라고요.
저는 외동아들이지만, 멋진 친구 녀석들이 와주었고요.

새벽 3시경,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어머니와 함께 들어갔어요.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나는 어머니를 불러보니 고개를 움직여 대답을 하셨어요.

"엄마 힘들지? 힘내. 아부지랑 내가 계속 근처에 있으면서 찾아올 테니까, 힘내요. 금방 다시 올게 쉬고 있어요. 

엄마 사랑해."

사랑하던 여자들에게는 숱하게 해주던 말을, 어머니께는 편지 외에는 처음 해드린다는게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다시 잠드시는 것을 확인하고 친지분들과 병원을 나왔어요.

전날 아침부터 식사를 하지 않았지만 허기가 없어 밥을 안먹는다고 하자, "엄마가 제일 힘들겠지만, 너랑 아버지가 먼저 건강해야 엄마도 지켜드릴 수 있다"는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어머니가 그동안 저를 지켜주셨던 강함만큼 나도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8시, 급하게 수술에 들어가야한다는 의사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뇌압이 낮아지지 않아서 두개골을 분리해내어 뇌가 부풀어오르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의사선생님꼐서 말씀하셨던 3번의 수술을 모두 하게 된 거죠.


다시 3시간의 수술 후 수술실에서 나오는 엄마를 보니, 두개골을 떼내어 두상이 양쪽으로 푹꺼진 모습으로 누워계셨어요.

우리 엄마 얼마나 아플까...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이 있는 수술이라 3일정도는 수면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그 후, 어제, 두 번의 면회시간마다 말없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계시는 엄마를 보고 왔어요.

수면중에도 얼마나 아프신지, 두 눈에 눈물이 계속 맺혀있더라고요.

면회실을 나와 병원 비상계단에서 엄청 울었어요.

강해져야한다는 생각에, 터져나오는 소리를 끄윽끄윽 참으며 한 10분간 울었어요.

대체 왜.. 왜..


 오늘 아침 일찍 서울의 제 작업실에 가서 컴퓨터와 옷가지들을 가지고 천안에 내려왔어요. 3주간의 중환자실이루에도 2~3달간 입원을 해야하고, 그 이후에도 내원치료를 받으며 재활을 꾸준히 해야하는 병이라, 당분간은 어머니 곁에 있으려고요. (다행히 제 직업이 광고,뮤직비디오 CG감독 / 사진작가라서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을 듯 해요. 현장 작업이나 미팅때만 서울 왔다 갔다 하면되는데, 한시간이면 가는 거리거든요)

그래서 점심 면회시간엔 어머니께 가지 못했는데,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어요.

"엄마 많이 좋아졌다. 눈도 깜빡이고, 물어보는 거에 끄덕끄덕 대답도 하고, 답답한지 팔다리도 움직이고 그래."

하느님.... 하느님.... 고맙습니다...

천안 부모님댁에 도착해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는동안, 저녁 면회시간이 기다려져서 참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조금 전 저녁면회시간에 어머니를 만나고 왔습니다.

아버지 말씀대로, 힘겹게 눈동자를 돌려 저를 바라보시고, 고갯짓으로 대답도 해주셨어요. 

환자몸에 손대면 안된다고 해서 가까이에서 말만 걸고 있는데, 수간호사 선생님이, 소독하셨고 장갑도 다 끼셨으니까 힘주지말고 손정도는 잡아드려도 된다고 하셨어요.

장갑을 낀 손으로 어머니 손을 잡자, 엄마도 제 손을 꼬옥 쥐셨어요.

그리고 약기운에 힘드신지 다시 잠이 드셨습니다.



조금 길었네요..

이렇게 지금은 일단 회복기에 들어섰어요. 위에 말씀드린 대로,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이전에 보여주셨던 모습대로 힘내서 다 이겨내실거라 믿어요.

모두 고마워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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