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여성들이 강남역에서 남자들을 비난하는 광경은 처음 봤습니다. 저는 남자이자 여성학을 교양으로 들으면서 여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에서 보도된 슬픔에 어째 이리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아이러니했습니다.
저는 삼성역 근처를 지날 때마다 멈춰서 마음이 무거워 지는 곳이 한 곳 있습니다. 바로 삼성 백혈병 투쟁 노숙 현장에서 그렇습니다.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이 원인도 모르고 죽어간 것을 끝까지 밝히려고 노숙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가슴을 무겁게 하는 공간이자 한국의 근로환경을 말하고 있었죠. 상황이 다를 뿐이지 저도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입장인지라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얼마나 힘들까 싶더군요.
여혐이나 남혐이니 떠들면서 정작 조금만 걸어가면 포스트잇에 힘내라는 문구 한 줄 적어서 붙일 수 있는 곳이 또 있는데 그건 왜 그렇게 외면하고 있는 걸까 싶더군요. 여자라서 죽었다는 것에 분노할 줄 알면 가난하고 힘이 없어 당하는 죽음의 여성들의 죽음에는 왜 분노할 수 없을 까요. 아마도 모르고 계셔서 그럴 거 같더군요. 그렇다면 한 번 공감을 표하러 가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에만 보여지는 죽음에 애도할 줄 알면서 끊임없이 보여졌던 삼성 백혈병 문제는 조용히 지나치지 마시고 같은 여자라면 한 번 쯤 가봐도 좋다고 봅니다.
그곳은 아무도 알아봐주지도 않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이 묵묵히 쌓여있는 곳이죠. 얼마나 존재감이 없는지 한 번 시간 되시면 가 보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