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설이'와 '순심이'
엄마와 내 취미이자 일상은
베란다와 부엌 창문에 매달려서 '애들 있나 없나 보기' 인데,
한동안은 삐요가 햇볕 쐬러 나온 모습을 보는 일이 제일 많았는데,
요즘 최다 출연자는 '순심이' 이다.
나와서 아빠 차 있나 없나 훑어보는 게
녀석의 일과인 듯싶다.
아빠 차가 트럭인데,
다른 트럭들만 트럭들만 쫓아다니며 확인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그리고,
자주 들어가 있는 화단 회양목 사이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일광욕을 주로 하는 녀석이라,
거의 매일 창문을 통해,
나는 녀석을 보고 있다.
엄마는 아빠한테 나가다 보니,
순심이를 매일 아침에 직접 만나 아침을 주시지만..
얼마 전에
엄마가 순심이 아침도 먹이고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들어오시자마자 베란다 창문을 내다보시더니만,
"순심이 저기 있다! 아빠 가는 거 보고 있네!" 하며
작업하는 나를 부르셨다.
가보니,
아빠 차가 나가는 모습을, 꼿꼿하게 앉아 한동안 바라보는 '순심이'
나 역시 한동안 순심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순심이가 내리는 눈을 한참을 쳐다보다가는,
눈발이 거세지자 안되겠는지,
어디론가 휑하니 가버렸었다.
우리는 난방이 되는 실내에서,
창문이라는 벽 하나를 통해 바라보는,
밖에 있는 순심이.
그 괴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져서,
나는 굳게 입을 다물지만,
엄마는 늘 혼잣말을 하신다.
"에휴.. 추울 텐데... 따뜻한 담요라도 덮어줬으면...
발이 얼마나 시릴까... 신발 신겨줬으면 좋겠다.
아니다 움직이는 애들이니깐 따뜻하게 목도리도 해주고, 옷도 입혀주고 싶다..."
물론, 밖이 춥지만,
예전에 명랑이도 내리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봤고,
순심이도 그랬고...
그래서 애들에게 잠깐의 낭만도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늘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마음과,
녀석들의 낭만을 담아,
털이 보송보송한 귀마개를 하고,
목도리를 둘러서 따뜻하게 채비를 하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실제 커플인 '순심이'와 '설이'를 담아 보았다.
설이를 올해 3월~4월 사이에 만났으니,
9개월가량 동안에 현재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낮에 만났던 설이의 모습.
엄마를 관찰하며 올려다보는 모습이다.
밥 먹고, 언제나처럼 절대 먼저 가지 않는 '순심이'
벤치에서 엄마와 내가 쉬는 동안,
그루밍도 하고, 졸기도 하고 하는 순심이인데,
갑자기 위에 새가 날아가는지, 올려다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