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소슴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을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구러도 그래도 넘치는 깃븜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스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듯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꺽구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