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서 친구한테 괴롭힘 당했다가 복수하고 싶다.. 는 글을 보니까 중2때 제 일이 생각이 나네요.
저는 그친구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저보다 키도 크고, 늘씬하고 밝은 애였어요. 내 친구랑 친한 아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부모님이랑 싸우고 가출했을 때에도, 그 친구 부모님이랑 통화해 가면서 집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고 학교 쉬는시간마다 붙어앉아서 수다떨은 적도 있고 여름방학때 그 친구랑 놀고싶어서 뉴질랜드로 여행가는 것도 엄마한테 안 가겠다고 했었어요. 저는 그 친구가 정말 좋았거든요. 그 친구 말고도 같이 다니던 다섯 명 친구들도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친구가 저를 피하더라구요. 같이 모여앉아있을 때 제가 말을 시작하면 정색하고, 말을 걸면 대답 안하고.. 한번은 "우와 이 필통 이쁘다.. 누구꺼야?" 라고 하길래 "내 거야~ 이쁘지!"라고 하니까 필통을 책상에 떨어트리더라구요ㅎㅎ 그친구가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하니까, 다른 아이들도 절 피하고.. 결국 다른 친구들이랑 놀기 시작했어요.
다른 친구들이랑 놀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힘들다고 썼었어요. 힘들었으니까ㅎㅎ 제가 그 다이어리를 쓴게 마음에 안든다고, 화난 목소리로 그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엉엉 울면서 물어봤어요.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진짜 미안하다고, 난 너랑 정말 친구하고 싶은데.. 진짜 너무 미안해... 그런데 그친구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를 왜 싫어하는 건지.
그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어요. 의자에 풀을 발라놓고, 반 남자아이들한테 제 욕을 하고 고개를 들면 그 친구가 저를 노려보고 있곤 했어요. 저랑 한때 친했던 친구 여섯명이랑 함께. 그 해에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고개를 들면 그친구의 시선이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하루는 화장실에 갔다가 그 친구랑 마주쳤어요. 저는 당연히 고개를 숙였는데, "뭘 꼴아봐? 재수없게" 너무 울컥해서 그 날은 결국 치고받고 싸웠어요. 그 친구가 저보다 키가 커서 많이 맞았어요. 그 날 말고도 몇번이나 화장실에 갔다가 치고받고 싸웠어요. 고개는 못 들어도, 맞고만 있는 건 너무 싫어서..
매일 아침 학교 가는게 지옥같았어요. 전학을 가볼까? 아님 자살을 하면 이게 다 끝날까? 떨어져서 죽는게 더 아플까, 칼로 찌르는게 더 아플까? 엄마가 걱정하실까봐 말도 못하고, 매일 밤마다 울었어요. 너무 죽고 싶었어요.
그 날은 화장실이 아니라 복도에서도 싸웠어요. 악에 받쳐서 노려보니까 뭘 쳐다보냐며 제 뺨을 때렸어요. 안경알이 빠지더군요. 빠진 안경알을 줍다가 손이 베었는데...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교무실로 가서 조퇴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보다못한 담임 선생님께서 그날 저희 둘을 화해시키셨어요. "왜 A를 괴롭혔니?" "A가 눈빛이 사나웠어요. A가... A가..." 저를 괴롭힌 이유는 저 때문이래요.ㅎㅎ 여섯명이 다 똑같이 말을 했어요. 원인은 나래요. 나. 할 말이 없더라구요. 여기서 더 뭘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어요. "A생각은 어때?" "아니요. 다 저 때문인가봐요. 제가 문제가 있는가봐요. 애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대답하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결국 제가 사과했어요. '나'라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더 이상 노려보지는 않았어요. 괴롭힘도 없었고. 하지만 그 일은 지금까지 저한테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있어요. 그 해에 얼마나 많이 울었고,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몰라요. 절 괴롭힌 이유가 저 때문이래요. 다 내가 잘못된 거래요. 지금도 사람을 쳐다볼 때 눈을 잘 못 봐요. 왠지 그친구처럼 저를 노려보고 있을까봐.. 지금 대학교 1학년이니까, 5년 전 일이네요. 예전 일이지만 지금도 정말... 그 친구를 죽이고 싶을 때가 가끔씩 있어요. 그러면 안 되는거 아는데, 제가 느꼈던 고통의 십분의 일이라도 갚아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K야, 너가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까? 제발 마주치지 말자. 내가 널 정말로 죽일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