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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도록 강제되는 초등학교
게시물ID : baby_186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이메이린
추천 : 15
조회수 : 2728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7/03/13 13:49:41
우선 글을 어느 게시판에 써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고민게, 자유게, 육아게.....
 
아무래도 이곳은 미취학 영유아들 육아와 관련된 게시물이 많긴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
초등 입학은 할테니까 싶어서 이곳에 올립니다.
 
아이 둘을 초등학교 보내놓고 몇년간 느낀 것이지만 지식의 전달과 습득이라는 면에서 공교육
영역은 이제 정말 현실하고 괴리가 너무 크구나라는 걸 잊을만하면 한번씩 깨닫곤 합니다.
 
4살이면 한글 학습지 선생님 부르고 프*벨 은물, 가베 뭐 이런거 시키면서 2~3살때부터
튼*영어 베이비리그, 잉글리시 에* 뭐 이런 것들에 노출시키고, 6~7살이면 피아노나 수영,
발레 문화센터나 학원 보내는게 보편화된 동네도 있고, 초등 입학 직전까지 간신히 한글
자모음 떼고 보내는게 일반화된 동네도 있는데 그 모든 아이들을 아울러야 하는 교과서이기에
누구에게도 쉽고 편하게 가르치려다 보니 이미 알고간 아이들이 대다수인 지역에선 사교육과
공교육의 영역간 격차가 클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초등 공교육은 사회성 배우러 가는거다라는 말도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교육 영역이 지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보루인 바로 이 "사회성"의
영역조차 허물어지다 못해 스스로 일으켜세우려는 의지조차 안보일 지경이란 것입니다.
 
저희 애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재작년에 새로 부임하신 후에 정말 더 절감하고 있는
부분인데, [평화롭도록 강제되는 초등학교], 딱 그 느낌입니다.
 
초등 1학년때부터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는것 외에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거나 노는 활동이
금지되고 있어요. 즉 1교시 전 쉬는 시간엔 독서 및 독서 한줄 메모 쓰기, 1교시 후 쉬는 시간엔
화장실 다녀온 후 급식 우유 먹고, 팩 접어 재활용 통에 넣기, 2교시 쉬는 시간엔 화장실 후
어린이 건강 체조 tv화면 보고 따라하기, 3교시 쉬는 시간엔 화장실 후 아이스크림 (공교육 보조
교재로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이를 도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 4교시 쉬는 시간엔
모두 교실밖으로 나가 한줄로 선후 급식실로 이동 및 급식 먹고 모두 줄서서 교실로 돌아오기,
5교시 쉬는 시간엔 미니 빗자루 들고 자기 책상 위와 아래 쓸고 자율 하교
 
이 패턴입니다.
 
그런데 화장실 간 후 어쩌고~~ 이 부분이 갈 사람은 가고 안 갈 사람은 안가는 것이라서 대부분은
쉬는 시간 시작되자 마자 해당 프로그램을 시작해 버립니다. 그래서 화장실 뛰어갔다 온후
어린이 체조를 중간부터 엉거주춤 따라하거나, 동영상을 중간부터 보는 것일뿐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수다떨거나 놀 시간 자체를 주질 않아요.
 
체육 시간은 야외 활동이 1년 중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없습니다.
안전 교육, 보건 교육 등 실내 활동으로 대체 되고, 그나마 있는 체육 활동은 개인 줄넘기
같은 것으로 단체 활동이 없어요. 아이들끼리 팀을 이뤄 우리편 이겨라 응원도 하고
그러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하는 것도 다
일련의 사회성 습득 과정인데, 아이들끼리 단체 활동하다 조금이라도 트러블이 생길라치면
골치 아파지니까 아예 그런 싹을 다 잘라 버리고 있어요.
 
장기자랑이 1년에 한번 있었는데 맘에 맞는 애들끼리 모여서 연극 준비도 하고 노래 준비하고
그러는 것이 과해져 옷을 맞춰 입고, 특정 요일마다 강사 초빙하거나 그런 학원에 가서 특별
연습하고 오는 팀이 생기자 그 다음해에 장기자랑 폐쇄, 운동회 하는데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해서 엄마 아빠들 참여율을 높이자~했더니 쉬는날 부모들까지 동원해서 나가게 한다고 항의
들어오자 전체 운동회 중단, 각 학년별로 하루씩 돌아가면서 했어요. 그러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무슨 운동회를 일주일 내내 하느냐 민원 들어오자 그냥 하루에 1~2시간씩만 애들
나와서 100미터 달리기, 박 터뜨리기 등등 몇몇 활동만 하고 끝.
 
개인 줄넘기하다가 고학년은 단체 줄넘기 하는데 단체 줄넘기하면 운동 잘 못하는 애들은
주눅 들고 다른 애들한테 너땜에 졌다는 비난 받아 주눅들고 왕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해서 단체 줄넘기 중단.
 
아이들끼리 여자팀 남자팀 나눠서 이어달리기 하는데 지거나 하면 지는 큰 빌미 제공한 애가
욕먹는다고 중단
 
원안에 아이들이 있고 팀으로 나눠서 당겨서 끌어내서 많이 끌려나온 팀이 지는 게임을 하면
끌려 나오는 과정에서 팔 다리 까진다고, 그런 경우 학교에 청구하는 무슨 보험...인가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작년에 학부모중 하나가 아이가 피부가 손상되었다며 학교 측에 보험 청구한 이후로
끌고 당기는 활동 모두 다 중단.
 
미세 먼지 날리는데 왜 소풍 가냐해서 소풍 중단 및 실내 견학으로 대체
(이건 뭐 그럴 수 있다고 쳐요)
소풍 갈때 애들마다 도시락이 다르면 서로 위화감 느낄 수 있으니 모든 아이들을
도시락 통일 시키는데 학부모가 돈걷으면 안되니때문에 알아서들 하시라고 해서
반톡으로 돌려서 학교 정문 근처에서 만나서 일일이 애들마다 도시락 수령해서
가방에 넣은 후 보내기
 
이런 식이다 보니 학교는 일견 매우 평화로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아이들은 어울릴 수 조차 없기 때문에, 새학기가 시작되어도 같은 모둠 배정 받는 앞자리 또는
뒷자리 외의 다른 애들이랑은 아예 말 한마디도 못한 경우가 허다해요.
 
복도에서 뛰면 절대 안된다고 안전교육하기 때문에 뛰지도 못하고
큰 소리로 이야기 하면 안된다고 해서 떠들지도 못하고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놀면 안된다, 바로 집이나 학원으로 하교하라고해서
남아서 노는것도 못해요. 모래 놀이하면 병균 감염된다고 학교 모래 놀이터는
비닐로 덮었어요.
 
결국 아이들은 사회성마저도 태권도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현실인거 같아요.
 
저 사는 동네만 그런지는 몰라도 그래서 그런지 남아들은 입학하면 다 축구클럽에
반 통째로 등록해서 주 1회씩 수업 받으며 뛰놀고, 여아들은 근처 태권도 학원 저녁반 쯤에
반 통째로 등록해서 생활 체육을 해요.
 
도대체.....공교육은 왜 이렇게 되었나.....끝도 없이 입맛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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