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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강남에서 신도림방향 2호선에서
게시물ID : freeboard_13223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징어엠페러
추천 : 3
조회수 : 3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30 16: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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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일요일까지 출근해서 고생하는 친한 형의 위문공연(?)을 가게 되었습니다.
형이랑  점심을 먹고 이야기좀 하다가 피곤한데 타이마사지받자고 하고, 같이 가서 한 시간을 마사지를 받았죠.
 
꽤나 시원했던 모양인지 "가성비 대박~"이래 가며 가격대비 우수했던 마사지 실력을 칭찬하고 전철을 탔습니다.
 
문제는 전철을 타고 한참 가던 중에 신대방을 못미쳤을까...
그쯤에서 형이 코피가 터진 겁니다.
뭉쳤던 온 몸이 릴렉스해진 탓이었을까요?
 
바닥에 붉은 포도송이를 그려놓은 것처럼 핏자국이 뚝뚝 떨어지고
형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전 가지고 있던 물티슈를 꺼내서 줬지만 젖은 걸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그렇습니다. 물티슈는 닦는 것일 뿐..흡수는 전혀...ㅠㅠ)
 
"일단 내리자!"
 
문제는 바닥에 떨어진 피들이었습니다.
우리야 피나는 게 더 걱정이지만 승객분들이야 그게 얼마나 혐오스러웠겠습니까?
 
피가 좀 덜 묻은 물티슈로 바닥을 닦고
형은 계속 코를 틀어막고 버텨보지만
숨쉴 때마다 피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여성 분이 다가와서 휴지를 건냈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안도가 되던지요.
 
그걸로 형에게 급한데로 몇 장을 뜯어주고
코 틀어막고 손닦고...
바닥도 싹 닦았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시대에
공공장소에서의 선행이란 것이 참으로 망설여진다는 걸 잘 압니다.
 
그 여성 분이 아니었으면 계속 피를 흘리면서 전철 화장실까지 이동했을 거고...
옷에도 더 많은 피가 묻었을 것이며 
결정적으로 전철 안에도 대충 닦여진 피범벅을 남겨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강남에서 신도림방향 2호선에서 신대방 역 직전에 여행용 티슈를 건내주신 여성께...
정말 감사하고 싶습니다.
 
여혐이니 남혐이니 해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감정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고...
용기내서 선뜻 낯선 이에게 휴지를 건낸 용기에 감동했고...
위기에서 구함을 받아서 감사했습니다.
 
수천 명 남짓이 일으키는 현상이 잠시 착시를 가져오고 있는 요즘...
그저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며 같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성의 분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써 얼마나 인간다운가가 중요한 것임을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위기를 벗어난 형은
"아..코피가 나고 나니까 머리가 개운하다. 머리는 조금 띵하지만...."이라며 좋아했습니다.
 
"그 여자 분 아니었으면 큰일날뻔했다 그치?" 
"그러게. 무지 고마운 분이다."
"이거 오유에 감사글 올려야겠다."
머리 속으로는.. '오유를 하시려나?' 하면서도...
형은 쑥스러운 듯 머리만 글적글적.... 
 
 
참고로 전 40초반이고
형은 40중반이며
둘다 산적처럼 생겼답니다.(전 턱수염까지 있어요!!!)
 
휴지를 건낸 그 여성은...
애기애기한... 대학생 정도의 나이였어요.
 
오유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적들에게 휴지건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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