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애니를 안 본지는 오래 됐지만, 애니 및 극장판에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주제가 있다. "포켓몬은 단순히 싸움하는 도구가 아니야. 우리의 친구라고!"
그런데 암만봐도 포켓몬은 그저 하루하루 쌈박질이나 하는 도구 맞는 거 같다.
게임을 보자. 알까기 해서 단지 개체치, 성격, 특성이 삑살이란 이유로 갓 태어난 포켓몬을 박스에 짱박아두거나 방생하는 건 기본이고, 보다 강한 포켓몬을 위해 근친교배도 서슴지 않으며, 메타몽의 경우는 그냥 보육원에 맞겨져서 하루하루 알이나 생산한다.
문득, 애완동물 시장의 어두운 면이 보인다. 어떤 특징을 만들기 위해(눈 색깔, 긴 주둥이, 짧은 다리 등등) 근친 교배를 반복하는 통에 유전병이 생기거나 허약한 개체가 태어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게다가 비싼 품종의 경우 암컷은 좁은 우리에 갖혀 매번 새끼를 낳아야 하는 새끼 셔틀이다.
개체 노가다를 안 하는 라이트유저, npc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포켓몬 배틀로 포켓몬과 트레이너의 유대감이 올라간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은 포켓몬 배틀에 돈을 걸고 하는 일종의 투견, 소싸움, 닭싸움과 같다. 물론 트레이너(=견주, 소주인)의 명령에 따라 효율적으로 싸우려면 어느정도의 유대가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소에게 낙지, 독사를 먹이고 닭에게 고추장을 먹여 더 잘 싸우게 하듯, 포켓몬에게 도핑(타우린 등) 및 체력을 소모하는 아이템을 장착해가면서(맹독구슬, 생명의 구슬) 싸움질 시키는데 이게 과연 친구에게 할 짓거리인가. "너는 니 생명을 소모해가면서 싸워. 물론 보상은 내가 받지" 이게 진정한 친구관계인가..
포켓몬이 승리의 영광을 누리는 건 단 한 번, 4천왕을 깨고 챔피언을 이긴 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할 때 그 뿐이다. 싸워서 이긴 포상금도, 명예도 그동안은 모두 트레이너의 독차지일 뿐
게다가 도감완성을 이유로 자연에서 자유롭게 잘 살아가다 포획되어서 박스에 쳐박힌 채 남은 생을 고독하게 살아가거나, 아니면 키우미집에 맡겨진 채 알 낳는 셔틀이 되거나 아니면 로마시대 검투사처럼 싸움만 줄창 해야 한다.
게임이나 애니에서 '포켓몬은 도구가 아니야! 친구야!'라고 할 때마다 엄청난 위화감이 무리배틀 뚜벅쵸마냥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