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문재인 일병의 두 번째 이야기는 1976년 봄에 시작됩니다.
어느 날 문재인 일병이 신문지에 꼭꼭 싼 물건을 나에게 주면서 책이니 한번 읽어보라는 것이다. 난 별 생각없이 숙소에 가서 열어봤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리영희 교수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나는 경악했다. 문재인 일병이 제대로 사고를 칠 모양인 것 같았다. 당시 이 책은 운동권 학생들의 바이블이었고 우리 같은 사람은 가지고만 있어도 구속될 수 있는 지옥의 금서였다. 더구나 병사들은 외박 복귀 시에 정문에서 철저하게 조사를 하는데, 어떻게 숨겨 들어왔는지도 의문이었다.
‘데모하다 구속되고 강제징집 당해서 여기까지 온 주제에 누구 죽일 일 있나’하고 생각했지만 곧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략 20~3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우선 내용이 중위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난해했고, 재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걸리는 것은 ‘금서’라는 것이다. 며칠을 숙소에 숨겨 두었다가 아무도 없는 주말에 책을 전부 갈가리 찢어서 여러 군데 쓰레기통에 분산해 버렸다. 그리고 잊었다. 오랫동안.
출처 | 발췌: 문재인 탐구생활 15화 - 특전사 문재인 이야기(2) 유나톡톡 블로그: http://yunatalktalk.net/220760828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