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중반의 혼자 자취하는 오징어 입니다.
어느날엔가 평소처럼 퇴근해서 집에 혼자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학창시절에 쓰던 SKY 폰을 켜게 되었습니다. 켜지는게 신기하더군요
4색의 칼라가 번갈아 깜빡이면서 켜지는 IM-3100 한때 16화음이라고 최초의 카메라 장착카메라라고
광고하던 폰이었습니다. 반1등을 하면 사준다고 하던 어머니도 생각나네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것 같습니다.
연락처들을 쭉~ 보니 누군지 모르겠는게 한 1/5은 되더라구요 괜히 미안해졌습니다.
그와중에 10명정도는 이미 이세상사람도 아니고... 015로 시작하는 삐삐번호도 있고
그러다가 문득 문자메세지를 보았습니다. 시간도 많아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뭐하냐? 언제 동대문가서 옷사자, 누가 누구 좋아한대, 번개팅하자, 오늘 누구집 빈대, 토요일 11시 xx초등학교 축구집합,
뭐 별에별 내용이 다 있었습니다. 보면서 혼자 추억에 빠지며 피식하다가 지금의 스마트폰을 보았습니다.
역시 문자메세지를 보았지요.
은행에서 온 대출납기일 안내문자, 카드긁을때마다 오는 문자, 동생이 보낸 엄마 생일때 뭐할꺼냐는 문자, 친구들의 돌잔치 초대
발주처의 일 물어보는 상황, 직장동료의 프로젝트 진행상황 등등
반정도는 돈내라는 거였고, 반의 반은 광고 (결국 돈내라는 거겠지요 서비스를 이용하고), 반의 반은 일관련되어있는 문자였습니다.
어느것하나 피식할만한게 없네요 애인이라도 있었으면 100개중의 하나정도는 사랑을 속삭이는 문자가 있었을까요?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은 것인가? 그렇다면 그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아니면 혼자사는 사람은
대부분 이런가?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서 결혼 안한다는 핑계로 혼자 살고 있지만, 사실은 나는 결혼을 하고싶은걸까?
그냥 문득 저랑 나이차이 얼마 안나는 자취남들의 근황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