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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려보는 내가 군대에서 얻은 것.
게시물ID : military_676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굴
추천 : 4
조회수 : 2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18 01:25:28
있는 것은 몸뚱이요 없는 것은 돈이라

넘들 가는 대학을 못가니 우리나라 최고 대학 군대라도 일찍 가보려는 심산으로 
스무살 푸른 몸뚱이 조국의 품에 던졌더랬지요

입대하기 전 저의 망상 속의 군대는
얼굴에 검댕을 칠하고 적의 심장부에 폭약을 설치, 폭파 후 유유히 돌아와 한 반합의 밥을 나누어 먹고 한 수통의 물을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청년들의 열혈 드라마였으나
실상은 총보다 삽을 더 많이 잡고 고된 작업 끝에 돌아오는 것은 오파운드 맴매로 얼룩진 다큐멘타리였습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흐른다고 했던가요
이갈리는 이등병 시절을 지나 이리저리 눈알과 짱구를 굴리며 눈치 코치 살피면 일병 말경,
호전적인 사단장의 획기적인 훈련법이 나왔으니
이름하야 실병지휘훈련이라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대대급 단체 기마전..) 

별 두개가 단상에서 굽어보니 말똥들은 사단장 각하의 눈에 들기 위하여 휘하 장병들을 휴가증 몇장에 마소 부리듯 부리니
 
휴가에 눈돌아간 우리 전우들은 2번마인 저의 왼무릎을 무참히 깔아뭉갰습니다
처음에야 무릎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대대 복귀하는 길에 절룩거렸지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삵이 긁고 간듯 얼굴과 온 몸에 긴 손톱자국이 나있는 김병장과 평소 안경까지 눈알이 네개라며 자랑하던 송상병의 안경이 박살나 있는 모습을 보며

차마 일병 나부랭이가 병원을 가겠노라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절룩발이 삼년이면 삼단뛰기를 한다고
나름대로 적응하고 상병 진급을 하여 xx년도 정기강하 첫 강하때 역풍에 맞아 다시한번 무릎을 분지른 저는

산천초목이 떨고 나는 새가 오줌을 지린다는 상말때 병원에 가서 십자인대 완파라는 진단을 받고 한참전에 끊어진 것을 참 빨리도 왔다라는 핀잔과 함께 군병원은 수술비가 공짜라는 군의관의 감언이설에 속아 xx병원에서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고 병장 진급도 병원에서 하고 부대로 복귀하였습니다. 
(리빙포인트 : 십자인대 파열은 신체등위 4급에 해당하는 상해이므로 군에서 의병제대시킨다. 하지만 전역 x개월 미만자는 의병제대와 만기제대를 선택 가능)

전역 후 국가 유공자에 등록코자 보훈지청과 보훈병원 문턱이 마르고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대답은 '당신은 국가의 아들로서 군에서 훈련 중 부상하여 병신임이 인정되나 그 병신력이 국가 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는 말만 메아리쳐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이를 갈며 훗날 취직 후 돈을 벌게 되면
ㄱ앤ㅈ 변호사를 사서 행정심판을 할 요량이었으나
전역한지 x년이 지나가는 현재까지 수임료를 다 모으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얻은 것이라곤
왼 무릎에 박힌 두개의 나사와
 군에서 자격증, 인맥, 자신감은 다 집어치우고
몸만 성히 돌아와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교훈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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