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다른 사람 만난 네 모습을 보며 조금은 내 생활을 생각할 수 있게 됐어.
이상하게도 헤어지고 난 뒤 네가 날 생각하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이래줬으면.'하고 바람을 갖고 살아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네가 바라는 행복을 빌다가 다른 이와 같이 거닐며 행복할 모습이 눈에 선하니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난다.
참 이상하지. 미련인데도 미련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 부끄러운데도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 이러는 걸까? 이것도 네가 이야기 했던 다양한 감정들 중 하나일까? 아니지, 이제는 네가 이야기했던 것들은 다가오는 찬연한 봄에, 따뜻한 햇살에, 천연스런 선율에 맡겨 날아가도록 두어야지.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질리고 질릴 법한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다.'라는 말이 이토록 공감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영원할 것만 같던 헤어진 후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미안함에, 기원에 가려지게 될 줄이야.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가려졌을 뿐이지 없어진 건 아니니까 지금 느낄 수 있는 이 아쉬움, 기쁨, 착잡함, 부끄러움 잘 간직해 둬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이 흘러가. 진짜 봄이 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설령 그게 영원을 기약했던 그리움일지라도. 그러니까 다시는 겨울을 맞이하지 않길 바라. 이왕이면 그 사람이랑 오래토록 행복하게 연애하고 삶을 공유했으면 좋겠어. 마지막 질투이자 바람이야.
아릿한 것도 잠시. 달콤했던 짝사랑도 잠시, 흘렀던 회한도 잠시.
이제서야 내 모습을 보며 조금은 진짜로 네 행복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