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게에 처음으로 글을 쓰는거라 겁나기도 하고 그렇네요.
기본적으로 저는 노무현과 문재인, 이 두사람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넘치는 인간미를 갖춘 한 인간으로서, 재야의 인권변호사 시절과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그 모든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이미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었으니 더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문재인은 아직 '후보' 신분이니 몇마디 끄적여 보고 싶습니다.
감명깊게 본 미국드라마 '뉴스룸', 그 드라마의 유명한 첫 장면에 주인공인 Will McAvoy가
민주당 측 패널에게 쓴 소리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상의 5분부터 보시면 됩니다. 자막에 오류가 있는데 자유주의자라는 표현보다는 민주당이라고 표현하는게 옳을 듯 싶습니다. 불쌍한 제니..)
(하지만 제니는 시즌1 마지막화에서 윌에 의해 ACN에 특채되니깐.. 개이득ㅋ)
기실 대부분 국가들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진보의 목소리와 거의 일치하며, 부패되고 정체된 사회를 개혁하고 정의를 구현하자는 방향입니다.
자연히 이상적인 주장이 많을 수 밖에 없겠지요. 이재명 시장의 대재벌해체론과 같은 예를 들 수 있겠네요. 대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 상 정치권력으로 그들을 모두 해체한다는 것은 이상적이며 그 수단과
방법이 폭력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큽니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무자비한 이권과 권한을 축소시키고,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며
노동 문제(ex :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당면한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해가 있을까봐.. 저는 단언코 이재명 시장에 대한 지지철회자입니다. 문 후보의 뒤를 이을 차기대권주자감이라 생각했었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서 행여나 미래에는 다시 저 사람을 지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조차 접게 되었습니다. 그냥 ★거지갑★을 응원하겠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막상 선거만 닥치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선거에 임하는 대전략 및 전술의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가령 노통이 당선되었던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피닉제와 높은 승률을 기록중인 어떤 주니어의 아버님의
삽질과 여러 행운이 아니었다면 선거의 향방은 사실 알 수 없었지요. 아직까지도 노통의 대선 승리는 기적의 드라마로 평가되니까요.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연합의 김대중 후보는 IMF라는 초대형 역풍을 맞은 보수정권의 이회창 후보와
고작 1.6%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었습니다. 어찌 예를 들다보니 그래도 다 민주당이 승리한 예를 들긴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민주당은
선거만 되면 헛다리짚기를 연발하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 민주당 지지자들을 안타깝게 해왔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물론 부정선거로 부정당선되었지만) 탄핵 인용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또는 대한민국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국민들에게 사상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젠 태극기를 들고 헛다리 짚고 계신
분들이 뭐라고 하시든(그분들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그대로 놔두고, 우리는 새로운 민주 정권을 창출하여
우리 사랑하는 조국을 요모양 요꼴로 만들어놓은 모든 적폐 세력을 청산하고 再造山河 하면 그뿐입니다.
그렇지만 선거는 현실이며, 촉박한 날짜의 선거를 준비하는 문재인 후보와 그를 지원하는 문캠은 그 현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수백명을
선출하는 총선과는 달리, 대선은 단 한명의 후보만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또한 그 선택으로 인해 향후 5년이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대선 시기에는
정말 자그마한 이벤트 하나에도 민심은 출렁이고 표심이 요동치는 모습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사실 한국 보수 정권들의 선거 전략은 매우
단순했었지요. 【1. 경선과정에서 대중들에게 익숙한 얼굴(혹은 뇌리에 박힐만한 이벤트 유발자)에 우선순위를 둔다. 2. 상대 진영에 대한
흑색선전 3. 그리고 북풍.】87년체제 이후의 보수 정권, 아니 그 이전의 군사독재정권들 마저도 저런 전략을 기저에 두고 선거에 임해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저 대전략은 지금까지 먹혀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잘. 보수정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프레임을 짜두고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시선을 언론을 통해 그 방향으로 몰아 득표율을 높이는 이런 전략이 통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우리가 얻은 무형적 이익 또한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인터넷과 SNS 등 정보가 유통되고
여론이 결집될 많은 창구가 생긴 덕분도 큽니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선거 이전까지 중도에 머물러있다가 보수 정권,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통해
막상 투표장에 들어가는 순간 그래도 1번!을 찍던 많은 시민들이 이제는 그 프레임에서 많이 탈피한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민주당에서 선거를 준비함에 있어 컨트롤타워를 굳건히 세우고, 대전략을 수립하며, 세부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기획하고, 또한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능동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을 갖출 때입니다. 물론 문재인 후보의 전체적인 조율도 필요하겠지요.
앞서 선거는 현실이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문재인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7주입니다. 물론 다른 진영의 후보들도 같은 조건이지만,
보수 진영에선 사실 생존을 위해 선거전에 악다구니처럼 달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응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글을
읽고 계신 오유저분들이야 오랜 기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지켜봐왔기에 그가 훌륭한 대통령감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오로지 방송이나
조중동을 통해 문재인을 바라보는 수많은 유권자들에게는 '대통령감으로 문재인만큼 훌륭한 사람이 없다'라는 사실을 7주 동안 전략적으로
어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박근혜의 탄핵으로 보수 정권에서 떨어져 나간 표심이 반드시 모두 문재인에게로 향한다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 표심은 부동표가 되어 대선 준비 과정에서 대권 후보들과 그 캠프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큰 축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진심은 물론 기본이지만, 짧은 선거 기간이니 만큼 전략적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겠지요.
하지만 요 몇일새 문재인 후보, 그리고 그 캠프의 움직임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여평등문제에 관한 대응 때문이겠지요.
남인순 본부장의 캠프 합류 문제.. 영입이냐 자진 합류냐의 논란부터 남인순이라는 여성운동가에 대한 팩트 체크까지 시끌시끌합니다.
페미니즘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긴 역사의 시간 동안 여성은 차별받아 왔고, 아직 한국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이 존재하며,
그렇지만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이 과격하거나 이상한 생각을 가진 여성들(어떤 사이트라고 굳이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만 나 원 참..)의 난입으로
역차별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5년 임기의 대통령 한사람에게 해결을 바라는 것은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양성 평등을 위해 정신적/법률적 준비를 해야 할 문제입니다. 문캠에선 왜 이 문제를 대선이 7주 남은 이 시점에 공론화를 하는지, 혹은 공론화를
잠재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벤트 하나에도 표심이 움직일 것이 뻔한데 말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선거는 표심을 잡고, 잡은 표심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 끝에 승리에 도달할 수 있는 레이스니까요. 박근혜가 당선 이후 청와대와 내각에 기용한 인사들의 참사를 우리는 목도해
왔습니다. 물론 문캠에서 남인순 본부장이 오로지 캠프에서 감시자의 역할만 수행하고 당선 이후 입각에 관한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 할지라도
이 자그마한 이벤트일지도 모를 인사 영입 하나가 나비 효과가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걸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경수 대변인의 태도를 통해서 봤구요.
페미니즘이 싫다는 것이 아닙니다. 양성 평등을 위해서라도 최근 오유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징병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장고와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릴 때가 아닙니다. 문캠에서 내세워야 할 캐치프레이즈는 0순위가
'적폐청산', 1순위가 '재조산하'이지요. 저런 큰 방향성을 설정해 두고 7주 동안 굉장히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큰 방향을
잃고 작은 문제에 연연하거나 단호함을 보이지 않는다면 막상 5월 9일의 민심은 어떻게 움직일지 모릅니다. 당장 지지율 1위라는 수치에 연연해서도
안됩니다. 지지율이라는 것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 페미니즘 문제만 하더라도 한사람의 유권자로서 저도 고민을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열렬히 노무현과 문재인을 지지했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역설해왔지만 민감한 사항에 대한 대응을 보니
망설여지는것이 사실입니다.
정치인으로서의 문재인에 대한 지지가 어떻든 저는 인간 문재인을 앞으로도 존경하고 좋아할겁니다. 솔직한 심정은, 박근혜가 탄핵되었지만 아직
엄청난 적폐가 사회 전반에 켜켜이 쌓여있는 지금, 문재인이 대통령이 못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습니다. 후보 문재인을 공격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언론과 상대 진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과 같이 태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문재인 캠프는
정말로 7주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대선 일정을 수행해서 큰 잡음없이 레이스를 승리로 이끌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