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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게시물ID : readers_132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reactive
추천 : 1
조회수 : 6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5/29 11:39:29
episode #1. 현재 개요.  가을비와 봄비.  봄비 : 모든 생명이 넘쳐나는 여름을 준비하는 목마름을 해갈하는 비.  혹독한 겨울의 끝을 알려주는 비. 겨울의 끝. 여름의 시작 따뜻함. 기대. 생명. 준비.  가을비 : 무더웠던 여름을 식혀주는 비.  다가올 험난한 겨울을 예고하는 비. 겨울의 시작. 여름의 끝.  시원함. 휴식. 쌀쌀함. 또 다른 의미에서의 기대. 걱정.   딱딱하게 얼어있다 녹은 땅 위로 스며드는 촉촉한 봄비가 하루 밤에도 도시의 전경을 바꾸어가며 연일 내리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조금씩 푸르러 지는 도시는 생존을 위해 겨우내 저장했던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무던히도 열심히 새싹을 틔우고 있었지만 어느새 활짝 피어버린 벚꽃에 가려 푸르른 새싹의 틔움이 주는 감동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인간이 만든 도시는 조경을 위한 생명들만이 그들에게 기쁨을 줄 뿐 언제나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는 생명의 기적에 대한 감동과 진리를 선사하는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땅위에서 모든 것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서 어떠한 감동을 받기는 힘들었다. 그것은 온전히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 오르자 인간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녁에 올라 해가 뜨는 새벽까지 밤새 그것에 심취해 사색에 잠겨 지켜본다. 어느덧 해가 길어진 도시는 오후 7시는 되어야 땅거미가 깔린다. 땅거미가 깔리기 전부터 도시는 속속 불을 밝힌다. 땅거미가 깔린 뒤 완전한 어둠이 도시를 덮지만 도시는 어둠 따위에 덮여지지 않는다. 밤안개가 조금 낀 이런 밤에는 도시의 조명이 반사되어 검은 하늘을 가진 낮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도 많은 차들은 대체 어딜 향해 가는 걸가.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에서는 도시를 떠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차들이 그 안에서 어딜 그렇게 오가는 걸까? 몰가치 한 상념에 젖어 아름다운 촛불 같은 차량의 해드라이트 불빛들의 행렬에 시선을 한동안 빼앗긴다. 어느새 자정이 되어간다. 하나 둘 건물들의 불빛은 빛을 잃는다. 제법 쌀쌀함이 감돈다. 비온 뒤 조금 따뜻해지나 싶었지만 밤안개가 많이 낀 이런 날엔 갑자기 스산함이 몰려온다. 몸서리를 한번 치고 난 하늘을 본다. 별이 하나도 안 보인다. 시선은 다시 도시로. 안개 때문인지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한강위에 놓인 다리들의 불도 꺼진다....  건물들의 불들이 제법 꺼지고 이제 도시를 밝히는 가로등들과 몇몇 번화가로 여겨지는 곳들만이 도시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밝다. 그렇게 다시 사색에 빠진다.  아주 유치한 질문 이지만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을 떠올리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12년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아주 잘살진 않았지만, 부모님들의 헌신적인 삶 덕분에 대학도 나오고...  그리 그늘 진 삶을 살았던 것 같진 않다.  나의 최근을 되돌아본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하고.. 대학을 마지막으로 다녀야 하는 학기가 되자..  적당한 곳에 취업을 하고.. 열심히 사회생활을 배우며.. 일을 배우며..  일단 취업을 하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기는 힘들어 졌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내가 이직을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차이도 그렇고,  어떤 일을 다시 새롭게 배운다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난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한잔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만나던 여자 친구는 함께 야구를 보러 가자며 졸랐지만,  간만에 보는 군대 동기들의 모임을 외면 할 수는 없었다.  군대에서 만난 나의 동기들은 다양한 녀석들이 모여 있었다.  택시를 모는 녀석.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녀석.  뭔가 준비 중이라는 녀석.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20대에 만난 친구들 중 아주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끼리 가장 평등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내겐 아주 흥미롭고, 만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리였다. 동기 및 위 아래로 한 기수 씩 트고 지내며 친하게 지내게 된 모임은 8명이 고정 맴버 였다. 그런 자리에 각자 연락이 되는 녀석들이 있으면 함께 나오고 아니면 8명이서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그날따라 단 한 번도 모임에서 빠진적이 없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 반가운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 시간쯤 달렸을까? 한 녀석이 오늘 나오지 않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이 있어서 오늘 못나온다고 얼버무리며 이야기 했던 녀석이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다시 그 불참한 동기 이야기를 했다. 녀석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도 않았고, 과장된 행동을 하지도 않았지만 묘하게 모두는 그 친구의 말에 집중을 했다. 그 친구의 말은 이렇게 시끄러운 삼겹살 집 속에서 우리가 앉은 이 테이블만 다른 세상에 속한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놈 죽었어.. 자살이래. 부모님들이 너무 슬퍼서 인지..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뤘다나 봐.. 나도 어제 알았다 야.. ” 말을 한번 끊은 그 친구는 소주잔을 들어 내용물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우리 중 몇몇은 멋쩍어서 인지 따라 마셨다.. 나 역시 한 박자 느리게 한잔을 마셨다.  그러고는 그 친구의 말을 기다렸다.  “하던일이 잘 안됬 었나봐.. 계속해서 공무원 준비하다가 몇 번인가 떨어지고.. 계속해서 눈을 낮춰도 잘 안됬었나봐.. 그렇게 재밌고 자신감 넘치던 녀석이.. 그럴줄 누가 알았겠냐..  쪽팔렸던 거겠지..” 주절주절 그 친구의 말이 끝나자 모임은 성토의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렇게 힘들었으면 연락을 하던지 라며 나무라는 녀석.  내가 먼저 연락했어야 했다 라며 받아치는 녀석..  부모님들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 라고 말하는 녀석.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녀석..  적당히 취한 모임은 그렇게 지금은 세상에 없는 그 친구를 안주삼아 각자 취해가고 있었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술을 어느 정도 하는 편이라 웬만큼 마셔도 필름이 끊기 진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일어나 보니 내 침대 였다.  기억이 나는 듯도 하고, 안나는 듯도 하다..  ‘아.. 머리야.. ’ 2차에 가서 술을 섞어마신게 문제였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을 한잔 마셨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여자친구다.. 지금 전화 받으면 또 싸울 것이 뻔하다.  어제 전화 받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너무 머리가 아프다..  여자 친구가 화를 내면 내가 참고 받아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머리도 아프고, 친구의 죽음에 센치해져 있는 상태니까.  술 좀 깨고 이따 전화 하자..  커텐을 치고 어두워진 방의 침대에 다시 눞는다.  몸을 누이자 어제 나눴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삶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그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으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다 끝이지 않는가..  이 세상의 종말은 내가 죽는 순간이다 라고 생각하는 내게..  스스로 종말을 맞이하는 방식은 이해되지 않았다.  이렇게 할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고, 얽힌 사람도 많은 세상을 어떻게 스스로 등진단 말인가.  잠시 자고 일어나선 여자 친구와의 대전을 치러야 한다.  월요일은 이번에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본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이런저런 상념들이 떠올랐지만 숙취는 이내 수면의 세계로 날 인도했다.     월요일.  나는 차를 끌고 인적은 드물지만 경치가 좋은 어딘가에 와있다.  멍하다. 차의 조수석에는 번개탄과 토치가 부착된 부탄가스가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나보다 먼저 간 그 동기의 마음이 절실히 공감이 간다.  살지 못할 정도로 슬프진 않다.  살지 못할 정도로 삶에 희망이 없거나..  지금 어떻게 살아도 노숙자는 안 될 수 있다.  부모님도 살아 계신다.  나 와 친한 친구들도 생각이 난다.  우울증일까? 지금은 단지 생각이 바뀌어 있다.  더 이상 살아서 무엇을 할까.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원초적 질문이 이 와중에 헛 웃움이 나게 한다.  재미가 없다. 더없이 삶이 무의미 하게 느껴진다.  이 순간엔 마치 내가 우주적 존재가 된 것 같다.  단지 나의 생명이지만 나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시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롭기도 하다.  이 넓은 우주의 아주 작은 행성 지구.  이 지구의 수십억 인구 중에 하나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그렇게 훌륭하지도 못햇다.  집안은 늘 금전에 쪼들려 근검절약 하는 생활을 강요받아야 했고,  서울에 있는 번듯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다.  회사에선 늘 막내인데다, 계약직이기에 불안했다.  2년 정도 뒤에는 또 어딘가에서 제 계약을 해야 했고,  마음속엔 내 경력을 보장할만한 급여를 지급하면서 까지 난 계속 쓰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항상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앞날을 생각해 보았다.  결혼?  이미 결혼을 한 선배들의 주장은 상당한 견해의 차이가 있다.  A - ‘결혼을 안하고 후회하는 것 보단, 하고 후회하는게 더 나은 것 같아~’ B - ‘야. 결혼 하지마! 젊을 때 즐겨! 결혼 하는 순간 니 인생은 없는거야!’ ... 아 차이가 없구나.  어쨌든 결혼을 하면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지금부터 이 월급으로 결혼을 하고, 꾸준히 오른다 하더라도 내 삶은 고스란히  우리 부모님들과 똑같아 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새삼 나의 부모님이 존경스러워 진다. 어떻게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헌신적으로 사신거지..? 아직 안 낳아 봐서 모르겠다.  여하튼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게 여겨 진다.  3년간 사귀어온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처음 받았을 땐 안일한 마음에 큰소릴 쳤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꾸준히 그녀에게 연락을 해온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는 결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순간 내가 그녀와 함께한 3년은 한순간 끝이 나버렸다.  좀 더 자상하게 챙겨줄걸.. 후회도 된다.  당장 할 일도 없다.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던 입사 지원도 무산으로 돌아갔다.  당분간은 쉬어야 하나..? 이 나이에 알바를 해야 하나?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또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늘 조급하게 사시는 어머니는 나를 또 압박하셨다.  불같은 성질을 냈다... 항상 하고나면 후회하는 부모님에 대한 무례함은..  당췌 고쳐지질 않는다.. 내가 죽고나면 가장 슬퍼하실 분도 부모님이란 것도 안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부모님이 내가 살아야할 이유가 되어주시진 않는다..  나는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일까..? 내 감정이 이렇게 무뎠나?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다시 만나 결혼을 한다 해도 나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나이 먹고 약속이나 잡아야 겨우 만나는 불알친구들에게 이제는 이런 심각한 문제로 연락하기도 서먹하다.. 부끄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의미 하게 느껴진다.  웃을 때 함께 웃어주는 친구들도, 울고 있는 날 위로해 달라며 찾아가기가 내키지 않는다.  내가 죽는다 해도 내 친구들은 한잔 술에 날 위로하면서 그렇게 이야기 거리가 되고 말겟지. 날 위해 울어줄 친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뭐하고 살아 왔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다 상관 없지..  죽기로 결심한 마당에 뭔 잡생각이 이렇게 많지? 자살에 대한 변명을 늘어 놓는걸까? 아니면 살고자 하는 나의 무의식이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검색해 보는 걸까? 검색결과 딱히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없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겠지..  일단 재미가 없다.  생각을 해봐도 살아서 돌아가 봤자 술한잔 하며 떠들 때 말고는 행복한 시간이 많을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술 먹으며 취해 떠드는게 뭐 그리 행복한 일이 단 말이냐!  한심하다.. 이 나이에 술먹으며 노는 것 말고는 뭐가 행복한지도 모르고..   토치를 들어 불을 붙여 본다.  불을 새기를 조정하고는 불꽃을 감상한다.  새삼 불꽃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동안 바라본다.  예측해 본다.  이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면 편안해 지겠지? 이것은 마치 내 삶 속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부터의 진정한 해탈이라고 까지 여겨진다.  숭고한 의식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불이 타기 시작하면 난 무슨 생각을 마지막으로 할까? 생각은 이렇게 내가 멀리서 날 바라보듯 하지만 내 시야는 이미 초점이 흐려져 있다.  무섭긴 한가보다. 눈물이 다 나네.. 무서워? 무서운 감정은 아니다. 서글픈가? 슬픈가?  나의 삶의 종말이 슬픈가? 눈물이 한방울 흘러 내린다.  어느세 푸른 불꽃에 번개탄의 비닐이 녹아 내렸다.  좀 떨린다.  뭐든 처음 할 때가 떨리는 거다.  여러 종류의 첫 경험이 떠오른다.  난생 처음 여자에게 고백을 했을 때.  처음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오직 나의 마음속을 이 나의 소중한 마음을 실천할까말까에 대한 결심 그녀와 첫 키스를 할 때.  그녀의 가슴을 처음 만질 때.  첫 잠자리를 가질 때..  어라.. 왜 이렇게 퇴폐적이지?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보다.  이어지는 첫경험.  학교에서 선생님께 처음으로 맞아보고..  대학에서 처음 발표를 해보고.  군대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보고를 해보고.  회사에서 처음 업무보고를 해보고, 처음으로 영업고객을 만난다.  뭐든지 서투르고 어색했던 첫 경험이 그립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 노련해진 지금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에 설레임을 느껴 볼만한 일이 거의 없다.  도전을 안해서겠지? 뭔가에 도전하는 삶이 쓸대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안정적인 삶에 젖어있다 보니 뚜렷하게 무언가에 도전할 만한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런 지금 난 죽음에 도전 하고 있다.   갑자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또래들 사이에 서있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가장 설래고, 가장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컷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부모 곁에서 늘 안정적인 삶을 살던 내가 느낀 첫 떨림.  날씨는 무척 쌀쌀했지만 운동장에 모여선 아이들은 어머니들의 앞에 늘어서서  교장선생님의 일장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유치원을 다닐때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  이었다. 우선 선배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꼬맹이들 사이에도 대단한 위계질서 들이 있었는지, 한 살 한 살이 다른 발육상태로 인해 감히 덤빌 수 없는 형들이 위로 5단계나 있었다.  선생님도 뭔가 엄하게 느껴졌고, 유치원에서의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님은 한순간에 감지 했던 그 날. 어리둥절 하면서도 학교라는 사회에 내던져진 어린아이.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싫어도 해야 하는 그런 것임을 느낌과 동시에 뭔가 모를 두려운 설램임이 공존하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신기하게도 느끼며 안도했던 그 순간.  겹겹이 입은 옷에도 추운 날씨에 볼은 얼어 빨개지고 콧물도 살짝 나며 뭐가 뭔지 몰랐던 진정한 첫 경험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 하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죽음이 이르렀을 때는 삶의 모든 순간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간다더니 난 생각의 꼬리 물기가 인도한 한 때가 생각나나보다.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벌컥 열어 젖힌다. 나의 사고는 과거에서 현제로 순식간에 빨려든다.  그는 내 손에 있던 빨갛게 달아오르려던 참인 번개탄을 빼앗아 바닥에 던져 버린다.  문은 잠겨 있었을 텐데? 얼떨결 조차 없는 그 순간 그 괴한은 내 멱살을 잡고는 잡아끌어 내린다. 그러고는 따귀를 한 대 호되게 얻어맞았다. 어찌나 제대로 맞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엎드린 체로 정신을 가늠하던 나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 왔다. 감히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여기는 인적이 아주 드문 산길이었다. 차도 잘 안다니는 이런 곳에 사람이?  순간 너무나 무서웠다. 반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어두운 옷차림에, 중절모를 깊이 눌러 썼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차림이 아니었다. 이런 날 롱코트에 중절모라니. 게다가 가죽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난 빠르게 그를 관찰 했다. 일단 귀신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귀신이 이렇게 사람을 후들어 패고 보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위기감이 나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나의 체격은 보통 이상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저 어린아이와 같았다. 일단 맞아보니 덤빌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 괴한은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혼란과 불안이 나를 더욱 경직되게 만들었다. ‘어떻게 되는 거지? 이사람은 누굴까.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대책 없는 생각들이 뒤섞이는 동안 괴한은 내 앞에 섰다.  도저히 마주볼 용기가 없다. 엎드린 채로 그의 구두만을 응시할 뿐이다.  잠시 화끈거리는 얼굴이 진정되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어느새 자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죽더라도 내가 스스로 죽고 싶어서 였을까?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내 의지에 따라 죽고 싶어서일까? 왜 난 이 순간 이렇게도 살고 싶은 거지?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무서운 건가? 고통스럽게 죽게 될까봐?  단지 상상력에 의해 비겁해진 나의 공포가 죽음을 거부하는 것인가? 아주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아주 긴장하거나 심하게 집중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는 것을 다큐체널에서 봤다.  주위가 느리게 느껴질 만큼 내 생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생각에 대한 집중은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까 따위가 아니다.  대체 왜 난 이 순간 이렇게 살고 싶은 것일까?     난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느낌에 실마리가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절실한 생존에 대한 욕구가 지나가고 나의 이성이 삶의 무게로 인한 무력감을 끊임없이 제시하기 전에 이 위기에서 살아남고 싶은 기분에 집중 하고 싶었다. 웃기는 일이다.  나는 살고 싶었나 보다.  삶에 의미를 못 느끼며 자살을 하려던 놈이, 결국 강도에게 죽을 위험에 처하자 살고 싶어지다니. 순수하게 살고 싶어 진거라면 오히려 양반이다. 이 와중에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내가 나에게 마음으로 한마디 던진다.  ‘너 그렇게 살고 싶었어?’  그래! 난 지금 이 기분에 대한 이해? 설명? 그 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내가 살고 싶어진 이유를 나에게 굳이 설명해야 하나? 난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정신의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나에게 이 상황을 설명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나의 지금을 설명 할 수도 없고, 이해 할 수도 없다.  난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끝에서 깨달았다.  단지 지금은 살고 싶다.   상황은 내가 이 문제에 그리 오래도록 집중하길 허락지 않는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대한 문제로 옮겨간다.  죽다 살아나서인지 생존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알 수 없는 차분함이 나를 지배한다.  용기도 생기는 듯하다. 돈을 원하는 강도 일까? 설마 묻지 마 살인을 하는 사이코 페스는 아니어야 할 텐데.  나 같은 시커멓고 덩치 큰 사내를 죽인다고 어떤 쾌감을 줄 수 있겠어? 생각해 보면 살해당할 거라는 나의 걱정이 좀 과했다는 생각마저 들긴 한다.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워... 원하는 게 뭐예요.?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 좀 새게 나갔어야 했나? 말해 놓고 보니 너무 비굴 하다.  반응은 둘중 하나다. 대답이 돌아오거나, 폭력이 돌아오거나.  흉기를 들었으면 큰일인데. 난 100미터를 13초에 뛸 수 있다.  폭력을 가한다면 힘껏 밀고 뛸까? 항문에 힘을 주며 숨을 조용히 그리고 깊게 들이마시며 주먹을 그러쥐었다 편다. 이내 그의 음성이 들려온다.  -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일어 나시죠.” - “???............................?” 난 한순간 멍해진다.  이젠 방금전과 같은 집중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구하러 왔다니.  지나가다 내가 죽을 걸 감지하고 날 구하러 왔다고? 내 주변에 나의 죽음을 벌써 감지하고 사람을 보낸 건가? 그럼 왜 때렸을까?  사실 부끄럽긴 하지만 흔적을 많이 남겨놓긴 했다.  유서. 예고. Face book 이나 트위터등을 통한 암시.  그런 것을 보고 누군가 사람을 보낸 것일까? 말이 안 된다. 이렇게 정확한 장소를 남겨놓지도, 시간을 알수 있을만한 내용을 남겨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일어서서 보니 한국 사람도 아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자살하려는 젊은 한국인을 다짜고짜 때리고서는 구하러 왔다는 이 상황을 난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뭔가 설명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이 애매한 상황에서 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뭔가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순간인 것 같지만 입에서 맴돌 뿐 말이 나오질 않는다.  마주 선채로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뭐라 해야 할 적당한 말을 찾기 전에 그가 먼저 말을 이었다.  - “정신을 좀 차리시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전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이건 정신을 차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외국인이었지만 한국말은 상당히 능숙한 편이었다.  -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죽어선 절대 안되죠.  그렇다고 이렇게 돌아가 어영부영 살아서도 안 됩니다. 당신은 찾아야 합니다. 당신의 미래를.” 와나. 이건 지금 정신을 차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미래를 찾으라고?  알 수 없는 말을 던진 사내는 다짜고짜 나를 다시 차의 조수석으로 밀어 넣고는 운전대를 잡는다. 그는 차를 몰아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궁리했다. 내가 그에게 한 말이라고는 그저..  - “아..네.. 네? 네...” 가 고작이었다. 이것은 심각하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나는 그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해야만 했고, 용기를 쥐어짠 끝에 나는 이야기 할 수 있었다.  - “나.. 나를 어디로 대려가시는 거예요..?”  에잇! 말해놓고도 너무 비굴했다. 시는 거예요 라니! 좀더 새게 나갔어야 햇는데.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 “저는 당신이 제대로된 미래를 찾을 수 있도록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최초의 접촉자가 했던 것을 따라 기재를 찾아나가는 것일 태지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스스로 그 기재들을 깨달아 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 이젠 울고 싶은 지경이다. 다큰 내게 뭔 성장을 이야기 하는 건지..  최초 접촉자? 기재? 대체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너무나도 불편한 적막속의 짧은 대화가운데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나 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인적이 매우 드물고 외진 숲속이었다.  그는 나에게 내리라는 눈짓을 했다.  나는 쭈뼛쭈뼛 차에서 내렸으며, 그의 앞에 섰다.  왠지 나는 지금 그에게 반항을 할 수가 없다.  그는 나에게 무심한 듯 보였다. 코트의 안주머니를 뒤지던 사내는 자동차 키만한 작은 리모콘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다 이내 불필요한 나의 상상력은 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어두운 나무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사람들이 더 튀어 나올 것만 같았고, 얼마 전 뉴스에서 본 살인사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살인을 당하는 사람에게 땅을 파도록 시킨 뒤 그 구덩이에 생매장 시키는 고전 건달영화도 떠오른다. 나는 눈을 치켜뜬 채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모든 오감을 발동시켜 인기척을 느끼려 애쓴다. 시각과 청각을 총 동원하여 어둠속의 무언가를 감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내 스스로 목숨을 놓으려 했던 것은 기억도 안 난다. 이렇게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나의 태도에 대한 부끄러움 따위 인지할 세도 없다. 이자가 날 어떻게 할까? 더 많은 사람과 공조해 날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인기척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뛰어 달아날 만반의 태세역시 감시를 하는 동시에 갖추고 있다. 지금의 나는 한껏 눌려있는 용수철이다. 조금만 위기가 느껴지면 바로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조금만 특이사항이 보이면 가슴이 터지거나, 허파가 찢어져서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달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난 숨을 낮게 내쉬며 탄성을 지를 뿐 달릴 수 없었다. 더욱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굳어 버렸다.  그 괴한이 자동차 키 같은 것을 조작하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3미터쯤 되어 보이는 켑슐 형 구조물이 나타날 때까지 말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듯 허공에서 나타난 회색의 켑슐은 무슨 마술이라도 보는 듯 했다. 진짜 마술인가? 난 딱딱하게 굳어 경직된 나의 몸들을 감각으로 느끼며 점검하는 한편 그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낸다. 난 그가 낯설어 한국말로 먼저 뭔가를 물어보는게 너무나 어색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이야기 한다.  - “음.. 이 시대 언어로는 타임머신입니다. ” - ‘잉?.’ 헛웃음이 나온다. 타임머신이라니 이 아저씨가 지금 장난 하나. 한순간에 긴장감이 풀린다. 아하.. 이런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쁜짓은 하지 않겠지라는 근거없는 안도감 마저 든다. 뭔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몰래카매라 같은 촬영중인가 싶기도 했다.  - “타임머신이요? .. 아... 하..아.... .” 뭔가 그래도 그의 포스가 느껴졌기 때문에 순식간에 돌변해 비아냥 거릴 수는 없었고, 어색한 웃음만이 나의 기분을 대변할 뿐이었다. 이런 나를 그는 그저 무심하게 관찰 할 뿐이었다.  - “타임머신이라니요.. 어.. 이거 뭐라고 말씀 드려야 되나..” 난 진심으로 그분께 드릴 말을 찾고 있었다. 좋은 병원을 알아봐 드려야 하나? 난 내가 격은 일련의 사건들의 의심할 만한 지점들을 지금 이 순간 타임머신이라는 황당한 말에 모두 잊어버렸다. 타임머신 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웃기지도 않았다. 이 사내는 꾀나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태도를 정할 수가 없다. 농담으로 받아야 하나?? 순간 이 사람의 취향을 맞춰주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아까 맞아본 바로는 이 사람은 상당한 괴력가이다. 영화에서 보면 편집증이 심하거나 집착이 강해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악당들은 대체로 힘이 새지 않던가? 아니면 아무리 다쳐도 잘 죽지 않거나.. 여튼 그런 캐릭터 같아 보였다. 생각이 이렇게 흐르자 나는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입장을 취해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는 행동은 과장되거나 부자연 스러운법.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우스꽝 스러운 대답을 하고 만다.  - “아~~ 정말요? 이야... 이거 정말 대단 하네요!~ 타임머신타고 미래에서 오셨다구요..?   아니면 우주?? ” 그의 장단에 맞춰주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과장된 표정과 어투로 말을 이어가던 나를 한심한 듯 무심히 바라보던 그는 무안할 정도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 “일단 탑승 하시죠.. 저와 갈곳이 있습니다. 음... 갈 시대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자세한건 탑승 후에 알려드리죠. 이 시대 사람들 눈에 띄어 좋을 일이 없으니.“ 우아 미치겠다. 날 오히려 한심하게 본다. 이 사람은 대체 어느 정도까지 간 거지? 정신 상태가 갈 때까지 간 모양이다. 이렇게 확신에 찬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망상에 빠진 사람일까? 아마도 자신의 트릭을 자랑 할 만한 사람을 찾아 해맸겠지? 그러다 세워져 있는 차를 찾았고.. 그 차가 내 차였을 뿐..  저 정도 크기의 구조물을 감출정도의 실력이면 차 문따는 것 쯤이야.  모든 것은 해무가 걷히듯 맑아졌다. 음..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고민이엇다.  어떻게 해야 이 괴력의 사나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이 상황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역시 그의 망상에 동조해주는 척 하다가 기회를 봐야한다.  평소에 미드(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봐둔 보람이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침착과 여유를 되찾은 모양인가보다. 오그라 드는건 질색이지만, 살기위해선 연기를 해야한다.    그 괴한이 간단하게 리모컨을 조작하자 그 켑슐의 절반이 세로로 갈라지며 내부가 드러났다. 내부에는 두 개의 의자가 있었으며 내부는 꽤나 넓어 보였다. 꽤나 안락해 보이는 큰 의자만 두 개가 있고, 인테리어는 밋밋했다. 의자는 땅에 선체로 바로 앉을 수 있는 위치까지 내려와 있었고 괴한은 먼저 의자에 앉았다. 나는 속으로  - ‘와.. 이정도면 천재인가? 잘만들었네..;; 원래 자폐나 편집증이 강한 사람들 중에  뇌기능을 한쪽으로만 쓰여지는 천제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경우인가보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의자에 멋쩍은듯 앉았다. 다시 리모콘을 조작하자 켑슐모양이 완성되며 나는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갔다. 켑슐형 구조물이 완전히 밀폐되고 난 뒤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켑슐의 조작에 관련된 것들로 여겨지는 홀로그램 화면이 잔뜩 떠올랐던 것이다. 이건 천재라도 보통이 아닌데? 너무나 그럴 듯 했다. 지금 전자계열의 대기업들이 본다면 놀랄만한 광경이었다. 높이 3M에 지름은 대략 2M로 두명이 이런 큰의자에 앉으면 꽉 들어찰것만 같은 이 좁은 켑슐 안은 영화관이라도 들어올 수 있을 듯한 화면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실제로는 좁은 그 공간에 화면기술로 이러한 비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리라. 그는 의자의 팔걸이에서 쏘아대고 있는 작은 구형의 홀로그램덩어리 위에 손을 얹고는 이 화면들을 조작하고 있는 듯 했다. 화면들은 평면화면으로부터 입체적 화면까지 다양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화면은 평면화면으로 영어 및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가득했다. 다만 얼추 직관할 수 있을만한 것은 연도를 입력하는 화면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 뒤로는 지구본이 통째로 돌아가고 있는 입체적 홀로그램과, 아마도 지금 바깥으로 보이는 서울을 최소한 전부 커버하고 있는 듯 보이는 입체적 홀로그램이 보였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이것은 위성사진으로 찍은 서울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것일까? 내가 호기심을 가지며 그것을 관찰하자 괴한은 그 홀로그램을 내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구체안에 서울이 담겨 있었다. 구체의 지름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면으로 하여 반원의 위가 하늘로 보였다. 신기하게도 그 홀로그램은 아주 세밀한 것까지 표현하고 있었으며 서울 하늘을 가로지르는 핼리콥터의 모습까지도 구현하고 있었다. 내가 지속적인 흥미를 보이자 그는 구체앞에 초록색의 격자홀로그램을 띄워 주었다. 그는 내게 눈짓으로 조작해 볼 것을 권유하는 듯 했다. 나는 조심스래 그 초록색의 격자 홀로그램덩어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조작하는 법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직관적인 조작방법이었다. 양손을 벌리자 서울의 전체전경이 들어오고, 양손의 주먹을 쥐자 서울시의 한복판으로 화면이 확대 되었다. 나는 조작방법을 더 터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손짓을 해 보았다. 한손을 때고 검지와 엄지로 때었다 붙였다만 해도 화면은 멀어지고 가까워 졌다. 한손으로 조작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검지만 펴자 화면에 지금의 레이저 포인트와 같은 초로빛이 들어왔고 초록격자에서 움직이는 데로 초록빛은 서울의 화면에서 따라다녔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엄지손가락을 펴자 초록색 포인트는 움직이지 않았고 검지와 엄지를 붙이자 초록 포인트가 있는 곳을 향해 화면은 가까워 졌다. 신기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입체적 화면을 유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화면을 홍대입구로 가져갔다. 자주가는 술집. 마치 바로 내 앞에 대면해 있는 느낌이었다. 화면은 오직 건물 바깥의 영상만을 잡아낼 수 있었다. 술집의 안으로 들어갈라 치자 내부의 모습은 회색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홍대 거리를 걷고 있는 해어진 나의 여자친구. 어떤 남자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를 함께 펴면 그 원하는 방향을 향해 따라갔고, 검지와 중지만을 편 상태에서 반만 굽히면 그 자리에서 방향을 회전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쫒아 갔다. 점차 현실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괴한의 모습은 저승사자의 또 다른 모습일까? 멍해진 상태로 그들이 걸어가는 뒷모습만 쫒을 뿐이다. 조작이 쉽긴 쉽다. 어느세 조작을 하고 있다는 것마저 잊고 그 화면에 몰입하고 있으니 말이다.  불필요한 생각들이 나를 뒤덮는다. 왜 항상 이런 식일까? 나는 사실 그녀를 많이 사랑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를 만난 뒤 나름 그녀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마음씨 착한 그녀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시작했다. 나에겐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했다. 첫사랑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렇게 그녀를 위한 시간이 흘렀다. 나의 그러한 사랑을 받아온 그녀는 점차 내게 더 많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보다 그녀가 나를 더 많이 사랑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였을까? 그녀에게 소흘 해 졌던 것은..  나의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왔다.. 그녀를 만나면 더없이 편했다. 내 사람 같았고.. 이제야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알은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편안함이었던 것 같다. 어느덧 그녀와의 데이트보다 소중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더 흥미롭게 여겨졌다. 일주일중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마저 했다. 원할 때 만나서 잠자리를 가졌고, 사랑을 확인하면 그렇게 안정감이 들었다. 그녀의 투정은 늘어만 갔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예 연락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만나 사랑을 확인 하는데 왜 이렇게 짜증이 늘어난 거지? 다툼은 잦아졌지만 그래도 만나면 언재 그랬냐는 듯 서로 싸우지 않기 위해 기분 나쁜 말들은 자재했고,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소중히 보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그녀의 현명한 배려였겠지만.. 그렇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상하게 나는 위기감을 느끼기는커녕 더 안도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내다 결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싸움도 잦았다. 만난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전과 같은 헌신을 요구하는 여자친구가 답답했다. 나에게 변했다고 하면 화가 났다. 심지어 나도 있기 불편한 비지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술자리나, 회의시간에 전화가 안 된다고 불평하는 모습을 보면 여지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때때로 그녀에게 이럴 거면 시간을 가져보자는 이야기도 하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먼저 지치거나 화해를 하곤 했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안도감을 가졌 던게 아닐까? 그녀는 그렇게 참으며 나와 진실 된 이별을 준비했던 것일까? 지금생각해보면 너무나 바보 같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다.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할만큼 부끄럽고 바보같은 짓거리다. 그녀가 그렇게 참아주고 우리의 관계를 위해 양보할 때 안도감이나 느끼며 주도권을 생각하고 있는 바보같은 모습이라니. 왜 그때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진실된 관계의 중요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던 그녀에게 있어서 내가 아무리 시간을 가져보자는둥 해어지자는둥 헛소릴 해봐야 이것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던 그녀에게 한 번의 결심이 두 사람의 모든 관계를 종말지을 수 있는 결정적 칼자루는 언제나 그녀가 가지고 있음은 나를 너무나 부끄럽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특수성 문제가 아닐 것이다. 결국 관계에 더 진실된 자세를 취하는 사람만이 사랑앞에 주도권을 획득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때늦은 후회나 하고 있다. 아... 바보 같아.. 나의 삶의 태도에 대해 점검해 본다..  과연 나의 이러한 태도는 사랑에 있어서만 그럴까? 나는 늘 적극적이고, 쾌활한 편이라고 생각되는 성격이었다. 그렇게 보여지고 싶었다. 이것은 진심에서 그런 것인지 그렇게 사는 척 하는 것이 더 편해서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던 문제인지는 나중에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배풀어야만 친해질 수 있는 그러한 성격은 아니었던가? 나의 밝은 척, 괜찮은 척 과장된 행동을 좋게 보아주고 날 좋은 사람으로 평가해주는 친구들과만 친구로 지내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그렇게 해서 과연 내게 진정한 친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나에게 호의를 배푸는 친구들만이 내 곁에 가득한 것은 나에게 좋은 일일까? 날 좋게 봐주고, 나의 성격을 좋아해 주며, 나의 삶과 생각, 나의 삶의 태도나, 나의 외모, 또는 나의 즐거움 쾌활함등을 좋아해 주는 친구들. 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진실성 또한 떠올려 본다. 이러한 상념은 나의 연인으로부터 시작해 친구들을 통해 내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로 뻗어나간다.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진실 된 나의 관계는 누구인가.. 분명히 난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몇 년전 내가 애지중지 관심을 받기 위해 정성을 들이던 나의 여자친구. 죽고 못 살며, 아주 작은 고민과 관심사마저도 공유했던 나의 어린시절 친구들. 이제는 나이를 먹고 서로의 일터에서 각자 삶의 무개를 져야만 하는... 오랬만에 보는 옜친구들 이야 말로 나의 힘든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이제 한 가정을 책임질 때가 된 남자들의 모든 공통된 어려움 아닐까? 뭔가 중요한 것을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 사색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뭘까? 뭐라고 명명해야 좋을까?  - “누구든지 내가 더 사랑하겠다는 자세.” 이 한마디로 될까?  -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구라고 할지라도 낮은 자세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음.. 다시! 중요한 것은 적극적 존중과 배려이다.” 타인에 대한 진실 된 적극적 존중과 배려 이것은 나의 삶의 외로움과 관련한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키워드인 것 만 같다.  이것은 어디선가 읽은 성공하길 권장하는 책에서 읽은 기술이 아니다.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 행동해야할 처세술이 아닌, 스스로가 진심으로 행복해 지고 허세나 보여 지기 위한 과장된 행동이 아닌 나를 위한 진솔한 행동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 이다.  다시 주도권의 문제로 생각해 본다.  날 좋아해 주는 친구들만 곁에 있고 그 들이 나로부터 실망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친구와의 관계는 안 좋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걱정하는 나 같은 소심한 성격은 그 친구 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고, 언제나 괜찮은 척을 하고 나의 힘든 일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관계를 고립시키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주변사람들은 모두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알고 있겠지만, 한순간 충동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고립된 삶을 살아오게 된 것 아닐까? 과도하게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주도권은 언제나 그들에게 있다. 나의 삶이고 나의 관계에서 이런 식이라면 나에게 주도권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이 나에게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닌데, 나는 스스로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채로 불안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결국 내가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주도권이란 말은 독립이라는 단어로 이어져 생각은 꼬리를 문다.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독립. 난 주변인으로부터 독립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의 반응을 살피고, 날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 눈치를 봐왔던 것이다. 언제나 그들의 반응에 대응적 이었고,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생각이 옳은 것 이라면, 나와 친하게 지내는 그들 역시도 인식하지 못할 뿐 나와 같은 식의 태도로 서로를 대하며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눈치 보며 친해진 사람이 죽어도 눈물이 나지 않았던 것 아닐까? 나의 마음을 거절당할 까봐 두려워서 였을까? 연인에게 버림받았을 때처럼 슬프고 가슴아플 까봐? 내가 해준 만큼 보답 받지 못할까봐? 자존심이 상할까봐? 왜 내 마음을 그렇게 비싼 척 포장을 했었던 것일까? 이러한 행동은 너무나 의존적인 행동이었다. 이런방식으로는 나의 관계의 결과는 언제나 상대방의 결정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 주도적이 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람이든,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든, 나와 친해지려 하는 사람이든 관계에 있어서 나에게만큼은 내가 주도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둘 관계에 있어서 약속을 먼저 잡는다거나, 약속장소를 내가 정한다거나 하는 쌍방관계에 있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에 있어서의 주도적인 독립된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만 같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지어 나갈 때 그 사이에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친하지 않은 어색한 사람과 하루를 함께 보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까지의 나의 태도라면 그가 먼저 말을 걸고 나와 친해지고 싶다면 받아주고 아니면 그냥 어색한 채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페러다임이 바뀐 지금 난 그 하루를 그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그와 관계를 맺은 친구가 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그날 하루를 어떻게 지냈느냐의 결과적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 ‘상식적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 같았으면 그에 대해 구구절절 불만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나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도 않고, 상대방의 퉁명스러운 모습,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사연들을 나열해 가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 일화를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와 얼마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간에 얼마나 깊이 있는 교제를 했는지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울까? 페러다임이 바뀐 지금으로써는 어떤 아름다운 이성에서 순전한 호의를 배풀었지만, 그녀가 그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거나 매몰차게 거절한다고 해도 나는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부끄럽기보다는 오히려 그녀가 안타까울 것 같다. 그녀가 이미 주도적인 성격일 수는 있지만 그저 그런 호의를 거절하는 행위는 자신을 고립시키는 행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직 내가 지금 느끼는 부끄러울 만한 태도는 어떠한 상황에서 라도 위축되거나 자유롭지 못한 태도를 유지할 때야 말로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울 것이라고 생각 된다. 결국 타인에게 진지하고 주도적인 사려깊은 태도만이 나의 다른 어떤 즐거움보다도 우선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여자친구 문제로부터 시작한 이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삶의 우선순위로 옮겨왔다. 사랑에게 만큼은 진솔하고 진지했던 나의 여자친구. 그 진솔함은 그녀를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본인의 삶에 충실하게 만들어 어떤 후회나 아쉬움 따위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이러한 깊은 사색은 지금껏 경험해 본적이 없다. 지금에 비하면 지금껏 나는 멍 한상태로 살아온 것만 같다. 호흡이 느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나의 호흡이 눈을지나 머리를 훑고서 가슴으로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마치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돌아 올수도 있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것만 같다.  나는 이제 지금 이 순간을 그저 빨리 벗어나야 하는 위기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오히려 그가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가 나에게 제공하는 이 흥미로운 사건을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뭔가 조금 더 자유로운 내가 된 느낌이 들었고, 자신감이 나의 아랫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렇게 사색에 잠겨 있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생각의 과정에 있어서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몇십 분 동안이고 멍한 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내가 느낀 잊고 싶지 않은 이해와 감정들을 체화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그 느낌을 유지하기도 했다. 몇 분, 또는 몇 시간이 흘렀을지 모를 시간이 지나고 나의 의식이 돌아왔다.  나는 처음과 비교해 차분해져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지금 영상 조작인지 실제로 떠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서울의 한강. 여의도 바로 위 상공에 떠있었다. 이 캡슐은 어느 세 나의 의자와, 의자 아랬 부분만이 실제로 보였고, 나머지 부분은 전부 외부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또한 조작을 위한 여러 홀로그램들은 그대로 있었으며 그것들은 이제 더 종류가 많아져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둘러 펼쳐져 있었다. 어느덧 동틀 무렵이 되었는지 강원도로 여겨지는 산맥 넘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나의 이러한 생각의 전개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워 하며 질문했다. 나는 이때 그가 그저 자기일 때문에 나를 그냥 둔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배려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 “당신은 누구시죠.” 그가 말했다.  -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군요. 전 휴 맥 그레이라고 합니다. 휴이 라고 불러주십시오.” 나는 대답했다.  - “그렇군요...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라면 저는 당신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주 많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데요?” 휴이가 말햇다.  - “예.. 그렇겠지요.. 설명하자면 이해가 안가시는 부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한가지 알려드리자면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나는 이상하게 담담해져 있었다.  이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일까? 지금 너무나 믿을 수 없는 일들을 연속해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일까? 지금 내가 실제로 보고 있는 이 캡슐형 타임머신의 모습. 이것은 내가 보고들은 지식과 정보를 총 동원 해봐도 이 시대의 기술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실제로 여의도 상공에 떠있는 것인가? 그가 처음 이 기계덩어리를 타임머신이라고 설명한 것이 떠오르며 나는 점차 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난 단지 미래인을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흔한 일 아닌가? 누구나 한번쯤 상상 해봤음직한 흔 하디 흔 한일.  이렇게 타임머신 까지 태워주고, 나에게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아주 흐름상 자연스러운 질문을 햇다.  - “당신은 누구죠?” 그가 대답했다.  - “저는 휴이. 당신의 미래를 조작하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 미래 조작이라.. 이게 대체 뭔소리지?  - “저의 미래를 조작 한다구요? 저는 왜 뻔히 알면서 조작된 미래를 살아야 하는 것이죠?” 휴이는 대답했다.  - “엄밀히 따지면 미래는 조작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유도한다고 해도 결국 제멋대로 되어 버리고 말죠. 그렇기에 당신은 저를 처음보는 것이겠지만 저는 당신을 이번이 세 번째 보는 것입니다.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지요. 당신은 미래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 됩니다. 그것은 사회 전반이 유지 되는냐 안되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을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죠. 원래의 당신은 오늘 죽습니다. 그러나 미래사회에서 개발된 타임머신 여행자들이 우연히 당신을 구해내게 됩니다. 그 후 당신은 그 여행자들과 시간여행을 잠시 한 뒤 당신이 살던 위치로 돌아와 당신은 변합니다. 당신의 미래를 찾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시간의 흐름은 작은 영향력 만으로도 큰 틀에서 벗어나는 미래를 초래하고 맙니다. 선의로 당신을 구한 여행자들은 미래사회로 돌아가자 여행자 자신들이 시간여행을 가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더 미래, 조금더 미래로 가도 원래 있던 자신들이 시간여행을 가지 않게 된 것이죠. 점차 이러한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과거나 미래로부터 돌아오는 시간 여행자 들이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원래 살고 있던 본인 말고 시간여행을 통해 동시대에 나타난 사람들을 시간의 미아라고 불리우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시간대의 차원이 늘어나는 상황속에서 차원여행을 해온 것인지, 아니면 단지 시간여행속의 우주자연 섭리를 거스른 벌인지 한 개의 차원바께 느끼지 못하는 우리로선 알 수가 없었죠. 그러나 그것은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1분단위의 시간여행을 지속적으로 시도한 어떤 여행자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시간여행의 결과로 인해 차원이 갈라지며 현제 여러차원의 시간대 속에서 살아가고, 시간여행자들이 차원을 넘어들어와 동시대에 같은 인물이 여러명까지 등장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이것은 전 우주적인 파괴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당시를 살던 인류의 지도자들이 더 이상 이러한 차원의 분리가 일어나지 않고, 분리된 차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조직의 결과가 바로 저입니다. 저에겐 당시의 지구를 구원한 12인의 체플의 어린이라고 하는 지성집단의 지혜와 정보, 그리고 최신과학이 집적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혼자서 시간여행자들을 통제하며 시간여행자들이 과거로부터 발생시키는 역사를 바꾸는 의미 있는 행위들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각한 문제로부터 소소한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조정해 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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