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군 헌병 학사장교로 13년도에 임관해서 작년 말에 전역했는데 군생활 내내 단 한 번도 TO의 90퍼센트 이상 인원이 찬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경비소대 TO가 원래 50명이다 치면 실제로 충원된 인원는 40명 좀 넘는 정도였죠. 제일 많을 때가 44명이었고 제일 적을 땐 32명까지도 내려갔어요. 신병 아직 안 들어오고 인원 많은 기수 한번에 전역하고 그러면 그 2-3주 기간은 근무가 도저히 정상적으로 안 돌아갑니다.
그럼 그 40여 명이 다 멀쩡하게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인원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진짜 몸 어디 아픈 사람은 기본이고 얘는 정신병원에 가야 될 거 같은 데 왜 여기 왔지? 하는 애들도 소대마다 두세 명씩 있었죠. 얘네한테 총 들려서 초소 내보낸다? 근무 세운다? 소대장 처음 보임했을 때 근무표 그렇게 짜서 결재 올렸더니 중대장이 미쳤냐고 하더군요. 너네 소대에서 총기자살 나는 꼬라지가 그렇게 보고 싶냐면서. 실제로 자살기도했던 애들도 몇몇 있었으니 반박할 수가 없었죠.
소대장 할 때는 내 소대만 이런 건가, 했는데 중위 말년에 중대장 하고 있으니까 사실 밑에 있는 소대 세 개가 다 인원이 모자랐습니다. 초소는 정말 최소한으로만 돌리고 나머지는 감시카메라로 땜빵하는 걸 전제로 편제를 짰음에도 불구하고 인원이 없어요. 그럼 내가 맡은 중대만 그런가? 하니까 옆중대도 마찬가지. 우리 부대만 그런가 해서 동기한테 물어보니 다들 사정 비슷합니다.
그렇게 인구가 줄어들고 있죠. 당연히 인원 부족은 갈수록 심해질 거고 이건 기술 발달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지형 무시하고 이동하면서 전황을 복합적으로 파악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결국 두 가지 선택지가 남습니다. 군복무를 늘리든가 징집대상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양성평등이라는 명제가 살아있는 한 후자가 시행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그것도 사실 별로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겁니다. 10-20년 뒤면 벌어질 일이죠. 여기서 논쟁하는 사람들 중에 10세 미만의 자녀가 있거나 아직 자녀가 없지만 앞으로 자녀를 낳으실 계획이 있는 분들은 아마 그 자녀의 성별과 무관하게 징병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셔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