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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빰 때려주는 로봇 떨이로 구매한 회사.
게시물ID : panic_92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2222
추천 : 15
조회수 : 31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3/20 06:54:20
“너 그거 들었어? 사원 휴게실에 빰 때리는 AI 로봇이 들어온 거?” 
철수가 출장에서 돌아온 미미에게 말했다.

“미쳤어? 사람들이 가만히 보고 있어?”  

철수는 머쓱한 표정으로 답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가만히 지켜보고 왔기 때문이다. 미미라고 별 수 있을까. 빰 때리는 로봇 뒤로는 꾸역꾸역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줄이 너무나 길어 로봇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다만 주기적으로 들리는 찰싹거리는 소리만 침묵 속에 들리고 있었다.  마치 영성체하는 신부님에게 늘어선 미사의 한 장면 같았다. 이게 뭐라고.

일단은 빰 때리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부터 좀 해보자. AI의 발전사에서 사람에 대한 공격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의미다. 아톰같은 만화를 보며, 인간에 맞서는 로봇을 보고 자라지 않았나. 잠재의식 속에 이렇게 깊이 박힌다.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을 이겨 먹어야 하지 않겠어.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빰 때리는 로봇을 만들었던 것은 결국 투자유치가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이기는 것을 보고, 이제 그럴 때가 되었지 끄덕였던 인간들이 빰 때리는 로봇을 보고서는 경악을 했다. 로봇은 인간을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가장 기분 나쁠 시점에 빰을 때린다. 쎈 것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니다. 딱 기분 나쁠 정도였다. 상악골을 진동시키고, 세반고리관을 적당히 흔들어 정신이 멍멍하다 금새 불쾌감이 치밀어 오른다.

인공지능 연구소는 투자유치를 성공했지만, 빰 때리는 로봇 사업이 잘되지는 않았다. 뽑기방에 한 대 놔두었지만, 빰 맞은 사람들이 로봇을 두들겨 패는 일들이 일어났다. 고막이 터졌다는 이들도, 이빨이 뽑혔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수 년이 지나서 경제 신문에 짧은 뉴스가 한 줄 올라왔다. 뇌물 스캔들로 회장이 구속된 모 대기업 구조조정실에서 빰 때리는 로봇을 대량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철수와 미미가 로봇을 구경하러 갔을 때는 운이 좋았다. 기자가 취재하러 왔다 갔다나, 행여 얼굴이 드러날까 싶은 직원들이 모두 사라져 로봇 주위는 비어 있었다.

“오늘 일에 만족하지 못한 자, 빰을 맞으라라고 적혀 있네. 흠. 이거 존엄성을 완전히 무시한거잖아.” 미미가 말했다.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은 오락거리라잖아. 스트레스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거지. 직원 복지 차원이라고 봐. 하루가 좀 아쉬웠던 직원들이 빰 한 대 맞으면 왠지 안도하게 되거든.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니잖아. 맞으려면 30분은 줄을 서야 해.” 
“정말 빰을 맞는 사람들이 있었어?” 미미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모니터에 떠 있잖아. 리스트는 사내 메일로 공유된다는데.”

철수는 오후 내내 어딜 가 있냐는 팀장의 메신저에 “빰 맞고 가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내며 생각한다. 기계의 지능이 극도로 높아질 때, 인간들은 몸으로 떼운다는 의미를 두 뺨 가득 새기고 있는 것이다. 찰-싹.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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