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이구영 총 4편인데 반응보고 올릴께요~~ =======================================================================================
프롤로그 >프롤로그<
무슨력 몇 년인지 모를 어느 날. 불행히도 이런 글의 주인공으로 채택된 한 소년은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하암. 잘잤다. 그런데 왜 꼭 판타지의 주인공들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소개 될까? 이게 무슨 RPG도 아니고."
참으로 싸가지없게 소설의 허접함을 폭로하는 소년이었다.
"얘~ 소년아. 요 앞 마을에 가서 약초 좀 사오너라."
주방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년의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소년은 기겁을 하며 물었다.
"잠깐만. 뭐라구요?"
"약초 좀 사오라고."
"아니 그 전에. 제 이름이 뭐라구요?"
"소년."
"씨발 -_- 혹시나 했는데 진짜 허접한 판타지잖아."
소년은 투덜거리며 옷을 갈아 입었다. 막 문 쪽으로 나가 신발을 신으며 뭔가 생각난 듯이 소년이 물었다.
"엄마. 엄마 이름은 뭐예요?"
"얘가 왜 이래?"
"그냥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요."
"엄마 이름은 엄마란다."
소년은 잠시 충격을 먹은 듯이 멍하게 앉아 있다가 서둘러 신발 끈을 매고는 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소년은 생각했다.
'서, 설마 마을 이름이 마을이고 여자 이름은 여자고 엘프 이름은 엘프에다가 드워프 이름은 드워프인 건 아니겠지? 아무리 작가 놈이 작명 센스가 엉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야 소년아! 어디가?"
소년이 막 마을을 벗어나려던 차에 뒤쪽에서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소년이 누군가 하고 돌아보니 어렸을 적부터 소년과 친했던 소꿉친구였다.
"아, …그러니까… 음…"
소년은 소꿉친구의 이름을 몰랐다.
"에… 저… 혹시… 소꿉친구?"
"응. 그나저나 어디가?"
소년은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응… 엄마 심부름으로 잠깐 어디 좀 갔다 오려고."
"나도 같이가자."
"왜?"
소꿉친구는 소년의 말에 수줍은 듯이 몸을 베베꼬며 말했다.
"우웅~ 그러니까~ 마을 밖으로 나가면 몬스터들이 많을거 아냐~ 그래서~ 웅~ 우웅~"
"자꾸 ~ 남발하지마. 소설의 품위가 떨어지잖아."
쓸데없이 소설의 품위를 걱정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이미 처음부터 소설의 품위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꿉친구는 여전히 몸을 베베꼬며 말했다.
"웅~ 나~ 마법도 조금~ 쓸 줄 아니까~ 그러니까~ 소년이 위험하면~"
"아 씨발 짜증나. 알았어. 같이 가자. 처음부터 동료를 얻어 다니는 판타지도 있으니까 별로 상관없겠지."
소년은 판타지 지식이 풍부했다. 소꿉친구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소년의 팔짱을 끼었다. 소년은 매몰차게 팔짱을 풀었으나 계속해서 소꿉친구가 매달리자 어쩔 수 없이 팔짱을 끼고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마을에서 얼마 떨어진 밖에서 나무를 캐고 있는 한 아저 씨가 아는 척을 했다.
"여~ 소년. 엄마 심부름 가는거니?"
"아저씨. 왜 우리 엄마 성함을 함부로 불러요?"
"응?;;"
"우리 엄마 성함이 엄마란 말예요. 함부로 부르지 마요, 아저씨."
"그러는 너야말로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
작명의 허접함에 치를 떠는 소년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마을 밖에서 꽤 멀리 벗어나 '요 앞 마을'-_-이라는 곳에 거의 다다를 무렵이었다.
"이놈들!"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생긴 몬스터가 나타났다. 생김새를 설명하자면 이 몬스터는 키는 3미터를 훨씬 넘는데다가 눈알은 세 개나 박혀 있고 입 안에는 뾰족한 송곳니가 가득했다. 온 몸은 불타는 듯한 붉은 색 피부로 강철같이 무장되어 있고 발에는 털이 수북했다. 게다가 머리에는 그의 강함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웅장한 뿔 두 개가 우뚝 솟아 있었다.
"뭐, 뭐야 너는?"
"나는 마왕이다!"
"이런 씨발."
소년은 분노했다.
"야 이 미친놈아. 프롤로그부터 주인공 죽이려고 환장했냐? 왜 갑자기 나타나서 깝쭉거리는데! 응? 죽어볼래? 나는 앞으로 수많은 모험을 겪고 강한 동료들을 만나 경험치를 쌓고 무지무지 강해져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널 처단할 운명이란 말이야! 근데 왜 이렇게 밸런스를 못 맞춰서 초반부터 속을 썩혀! 넌 RPG게임도 못 해봤어? 초반에는 원래 슬라임이라던가 박쥐같은 하등 몬스터가 나와야 한단 말이야! 너 씨발 생각해 봐! 니가 오랜만에 재밌는 RPG게임을 장만해서 시작하려고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마왕이 떡하니 나오면 기분 좋겠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야!"
쉴새없이 쏟아지는 소년의 수다에 질린 마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안절부절 하며 소년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소꿉친구가 그런 마왕을 가엾게 여겼는지 소년을 말렸다.
"그만해 소년. 얘도 알고 그런 건 아니잖아. 첫 출연이라 많이 긴장했을거야."
"그래도 그렇지…"
"알았어 젠장! 좆나 지랄하네. 들어가면 될거 아냐 들어가면!"
마왕은 무시무시하게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흩뿌리며 먼 곳으로 사라졌다. 앞으로 그는 용사의 레벨이 40내지는 50이 될 때까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마왕이 사라진 언덕을 올려다 보며 뭔가 한건 했다는 뿌듯함에 젖었다.
"큐큐큐~"
"앗!"
"왜 그래 꼽추?"
꼽추는 소년이 지금 막 만들어낸 소꿉친구의 애칭이었다. 수많은 판타지에서 친한 사이는 이름을 줄여 애칭으로 부른다는 사실을 용케도 기억해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입에서 나온 건 참으로 가증스러운 애칭이었다. 열받은 꼽추가 말했다.
"야! 너는 내가 널 송년이라고 부르면 기분 좋겠냐!"
"-_-어."
가증스러운 애칭이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저걸 봐!"
"뭔데?"
"슬라임이야!"
"슬라임? 오! 드디어 레벨 1에 맞는 적이 등장했다!"
슬라임은 마침 주인공들이 있는 길을 지나려 했던 것 뿐이지 그들을 공격 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눈을 빛내며 슬라임에게 다가섰다. (- -;;) 큐큐큐 <- 당황한 슬라임의 표정
"흐흐흐… 미안하지만 나의 레벨업을 위해 죽어주셔야 겠어."
…악당이 따로 없었다. 꼽추는 송년을 도와 마법을 쓰기로 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그녀의 지팡이가-앞으로도 종종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빛을 발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그는 훌륭하게 매뉴얼의 역할을 소화해 냈다.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 하게 세계관에 대해 설명한 것이 자못 자랑스러웠는지 송년은 꼽추에게 뜻모를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쨌든 가련한 슬라임은 잔인한 주인공들의 공격에 의해 단숨에 찌그러 들었다. 송년과 꼽추는 비참히 죽어간 슬라임의 시체를 발로 밟으며 멋지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