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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사단, 마태기의 조장님
게시물ID : mabinogi_132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파스!
추천 : 19
조회수 : 82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0/01 08: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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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의 기사단
* 늘 그러하듯 망상주의, 긴 글 주의, 오글주의
마태기의 조장님(카오르 ver.)
 
로간 버젼은 요기!
디이 버젼은 요기!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0Kfg2
 
 
 
어느 날부턴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또 어딘가에서 상상도 못할 일에 휘말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조장임과 동시에 이 세계의 구원자이자 영웅이었으니까.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느릿하게 흘렀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주문한 마지막 훈련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밀레시안인 그녀보다 강해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조원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배길 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무언가에 열중하는 동안에는 기다림에 뒤따라오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기에 좋았다. 매일같이 말을 걸어오는 그녀가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니 다소 허전했다. 디이 녀석도, 로간씨도 기운이 없어 보였다. 마지막 그녀와 대화를 나눌 때 내가 던진, 속내와는 동떨어진 말들을 떠올려냈다. 그 말이 그녀가 캠프에 발을 끊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됐다. 그런 후회에 가까운 감정들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게 하기 위해 몇 번이고 그녀가 내게 건넨 훈련 스케쥴을 반복해 수행했다.
 
그녀가 나에게 훈련을 지시하고 캠프를 떠난 것은 말매미의 울음 소리가 지천에서 들려오는 여름날 저녁이었건만, 그녀는 성벽에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일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조장이 없는 우리 조에는 더 이상 그 어떤 임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간 우리에게 기사단의 중요한 업무를 도우라는 지시가 내려졌던 것은 조원들의 역량이 아닌, 그녀의 지휘와 능력, 인맥 때문이었음을 절실히 느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언젠가 그녀가 돌아올 것을 믿으며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 뿐이었다. 그것은 굉장히 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쥐곤 했던 검의 날은 제법 날이 무디어져 있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내게 온 디이가 말했다.
 
" 어쩌면 조장은 다시 안 돌아올지도 몰라. "
"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
" 어디선가 들었는데 밀레시안들은 우리랑은 다른 시간을 산대. 우리의 하루는 그들의 시간으로 치면 찰나의 순간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조장을 기다리는 이 긴 시간은 조장한테 있어 아주 잠시일 뿐이라는 거지. 게다가 이 세상의 구세주가 우리에게 볼 일이 또 뭐 있겠냐. 툭하면 임무에 실패하고, 말도 곱게 못하는 조원들이 뭐가 예쁘다고. "
" 그건 네 녀석 이야긴가? "
" 내가 아니라 너겠지! ..... 보고 싶다. 조장. "
" ..... 그렇네. "
 
디이 녀석의 말에 그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흐름의 시간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좀처럼 감이 오질 않았다. 디이의 말처럼 나의 하루가 그녀의 찰나라면, 나의 몇 달 간의 기다림 역시 그녀에게는 별 것 아닌 순간일지 몰랐다. 우리는 굉장히 오래 그녀를 알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우리를 안 것은 그녀의 시간으로 헤아리면 고작 며칠에 불과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우리를 잊은 것도 이해가 갔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그녀의 인생이라는 선 위에 찍힌 점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녀는 수많은 점을 거쳐 앞으로 나아가고 나와 그녀가 함께한 기억은 조금씩 아득해지다 결국 잊혀진다. 어찌보면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과였다. 우주처럼 거대한 그녀에게 나란 사람은 아주 미미한 영향만을 미칠 뿐이다. 그리고 그 사소함마저 지금은 닿지 않는다. 나는 눈을 감았다. 아직까지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눈 앞에 선연히 그려졌다. 이마저도 시간이 덧칠되면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내가 더 이상 아버지의 얼굴을 또렷히 기억해낼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 거기에 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무언가 뜨거운 감정이 목구멍으로 울컥 솟구쳐 올랐다. 하얀 새벽을 지새우며 나는 오래도록 그녀를 생각했다. 
 
" 오늘은 타르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
" 우와!!! 로간씨의 타르트라니! 무슨 날이야? "
" 그게, ...음. "
 
로간씨는 곤란한 듯 잠시 말을 삼키다가 어렵게 우리의 해산에 대해 말을 꺼냈다. 조장인 그녀가 실종되어버린만큼 이대로 조를 운영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기사단 상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밀레시안이 조장으로 올 테고, 그 혹은 그녀의 판단에 따라 조를 새롭게 구성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타르트를 입 안에 욱여넣던 디이 녀석은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었고, 이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나는, 우리는 그녀가 돌아올 곳을 지켜내지 못했다. 타르트의 끝이 조금 타 있었다. 로간씨 역시 생각이 많은 거겠지. 무거운 침묵 속에 타르트를 억지로 삼켜낸 나는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검술 수련을 하도록 해, 카오르. 맨날 책만 보지 말고! 체력이 중요하다니까?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나는 무디어진 칼을 몇 번이고 내려쳤다. 숨이 차 몸이 말을 안 듣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그렇게.
 
조금 더 상냥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완벽하게 일을 해낼 수 었었더라면,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그녀를 여기에 비끄러 매둘 수 있었을까?
 
분한 마음 사이사이로 고여드는 후회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낮게 내려앉은 회색 하늘에서 비에 가까운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대大자로 뻗은 나의 거친 숨이 새하얀 입김이 되어 공중으로 산산히 흩어졌다. 겨울의 한 가운데 선 나에게 여름이라는 계절 속 그녀는 너무나 멀었다. 새하얀 민소매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녹음綠陰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훨훨 자유롭게 따스한 빛 속으로 나아갔고, 나는 시린 풍경 속에 홀로 남았다. 그녀는 항상 의무만을 지고 사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녀가 가진 힘에 의지해 그녀를 원했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 역시 그녀에게 있어 번거로운 짐이었을지 모른다. 조장을 맡은 것 역시 그녀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만 더 그녀와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사실은 그녀가 하는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고 솔직히 이야기 하고 싶었다. 아닌 척 했지만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녀가 반가웠다고 털어놓고 싶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퉁명스러운 말들이 전부 본심은 아니었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그래서 손을 뻗어 바람에 나부끼는 그녀의 옷깃을 쥐었다. 그리고 입을 여는 순간, 그녀는 수 백, 수 천 마리의 나비로 화해 날아갔다. 그 순간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 카오르? 여기서 뭐하는 거야. 감기 걸린다? "
" ... 조장? "
" 응? "
 
눈꺼플 안 쪽의 어둠이 걷히고, 회색톤의 하늘과 한 남자의 모습이 망막에 어렸다. 처음 보는 이임에도 분명하고 나는 그가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다 그녀를 향해 뻗었던 손을 재빨리 거두어들일 때, 그는 나의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나보다 한 뼘 정도 더 자란 그는 웃으며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는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딴청을 부렸다. 성별은 달랐지만 그 미소는 그녀만이 지을 수 있는 것이었다. 오랜만이야, 라고 속삭인 낮은 톤의 목소리가 동굴 속 메아리처럼 나의 귓가를 맴돌았다. 언젠가 갑자기 우리들 앞에 나타났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또 한 번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그 어떤 불평의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뜨끈한 무언가가 목을 가득 틀어막고 있었다. 그녀, 아니 그는 나무 인형에 박혀있는 검을 뽑아들어 살펴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 칼이 이렇게 될 때까지 훈련을 했던 거야? 하긴, 내가 마지막으로 검술 수련을 하라고 시켰었구나. 농땡이 안 부리고 열심... 카오르? 울어? "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눈 때문에 그렇습니다. "
 " ... 그렇지? 우는 줄 알았어. 깜짝 놀랐잖아. 아무리 내가 오래 자리를 비웠기로서니. 디이도 아닌 네가 그럴 리 없겠지만. "
 " 오래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알고는 계시나 봅니다. " 
 
또 한 번 곱지 못한 말이 튀어나가고, 나는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원망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그를 마주하자마자 또 이처럼 응석을 부리는 자신이 한심했다.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손등으로 눈가를 부볐다. 심호흡을 했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전하고 싶은 말들.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첫 운을 떼기도 전에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린 그는 귓가에 나직히 속삭였다. 내가 할 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상냥하고 따스하게. 그 여름의 영롱한 빛. 그의 말은 나의 속에서 복잡하게 엉킨 채 들끓던 불안감을 단숨에 잠재워주었다.
 
 " 다녀왔어. "
 " .... 어서 오세요. 다녀오셨습니까. "
 

 
 
오늘의 컨셉??
 
: 18세 포션, 남환하고 싶은 작성자의 마음, 우는 카오르를 보고 싶다고 하신 어떤 분의 요청,
  BL은 어떨까 상상하기 시작한 작성자의 마음,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어!!!! 등.
 
.....헠...헠.... 모두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간만에 또 들고 왔어요.
훈련을 시켜놓고 추석 하루 접속을 안하고 특별조를 들어갔더니 훈련을 계속 하고 있길래 위와 같은 소..소재가 생각났습니다.
마태기라 오래 접속을 안하면 애들은 계속 기다릴까나, 같은.
ㅠ_ㅠ 즈..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출처 추석을 보내고 한껏 나태해진 나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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