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8년...
전역을 1년여 남겨 놓은 어느날...
현문당직 끝나고 침실로 들어가는데 어딘가에서 꽹가리 소리가 들림.
참고로 본인은 입대 전에 대학교에서 사물놀이를 쬐끔 했었음.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추적해서 갔더니 CPO(원.상사)실임.
함장께서 앉아 계시고 주임원사께서 꽹가리를 치고 계심.
나를 발견한 함장께서 한 말씀 하심.
"글로!! 너 이거 칠 수 있나?"
"아 뭐... 쪼끔..."
"배운 적 있나?"
"네, 대학 다닐 때 쪼끔..."
"그럼 한 번 해봐"
본인은 북잽이였기 때문에 꽹가리를 썩 잘 치진 못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치니까 배운대로 두드려 줬음.
당신들이 막 두드릴 때와 전혀 다른 소리가 나자 함장님 얼굴에 웃음꽃이 핌.
"거 봐요 주임. 칠 수 있는 애들이 있다니까... 야. 글로. 앞으로 니가 사물놀이반 맡아라"
"네?"
"아. 사물놀이반을 만들건데, 니가 맡아서 하고 필요한 건 주임한테 얘기해서 사 오도록 해"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함장께서 나한테 뭔가 지시를 한 것 같으니
주임원사랑 상의해서 필요한 악기며 물품 목록을 작성해서 보고하고 같이 발품 팔아가며 구입을 끝냈음.
당시에는 인터넷 쇼핑몰도 없던 시절이니 발품을 팔아야 했음.
준비가 끝나고 함장님께 보고를 드렸음.
신임 전기관(소위)이랑 내기장(상사)를 붙여 줌.
행정서류상으로는 그 분들이 정.부임.
하지만 실질적인 일은 내가 혼자 다 함.
그 분들을 모시고 부대 근처 대학교 사물놀이 동아리에 찾아가서 자매결연 제안을 하고 성사되어
학생들을 우리배에 초청해서 함장님 입회 하에 자매결연식을 맺음.
그리고 정박중에 사물놀이팀원들은 학교에 찾아가서 배우기로 함.
그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이게 뭔 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했음.
나중에 알고보니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영외거주자들이나
영내에서 무료하게 시간 때우는 승조원들이 안타까웠던 함장께서 취미활동반을 만들기로 함.
컴퓨터, 바둑, 장기, 독서, 영화, 낚시, 사물놀이 등등...
특히 사물놀이를 만들고 싶었던 함장께서 어디서 꽹가리를 하나 구해 와서 주임원사랑 상의하는 중에 내가 나타났던 거임.
결과는 대박이었음.
정말 타부서 타직별 사람들과도 친밀감이 생기고
장교, 부사관, 수병 간 위화감도 많이 없어짐.
나중에는 취미활동반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자기 직별보다 더 챙김.
근데... 이게 여기저기 소문이 나기 시작했음.
한 번은 행정점검을 받는데, 사물놀이 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후타실에서 그냥 막 두드리고 있었음.
전대장(대령)께서 유심히 지켜보다 가심.
그리고 우리배는 행정우수함이 되어 윙브릿지에 자랑스럽게 마크를 딱!!! 새기고 다님.
그리고 전대장은 전단장(준장)께 보고하고 전단장은 사령관(소장)께 보고하고...
이런식으로 참모총장께도 보고가 되었나 봄.
본부에서 국방일보에 제보해서 국방일보에서 취재도 나옴.
휴가 중이었는데, 국방일보에서 취재 나온다고 얼른 들어오라고 전화 왔길래 싫다고 개김.
하루만 들어왔다 나가면 휴가 이틀 더 연장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냅다 들어감.
국방일보 1면 타이틀로 실림.
그걸 국방부 장관이 봄.
각군 참모총장들 불러다가 이런 걸 연구해서 보고하지 그동안 뭐 했냐며 참모총장들을 폭풍 질책 함.
당연히 우리 총장은 장관한테 칭찬 들었다 함.^^
기분 좋은 우리 총장... 악기값이랑 책값 같은 거 하라며 금일봉 하사했던 걸로 기억 함.
어쨌거나 그래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조지기 시작함.
바로 전군에 사물놀이 동아리 만들어짐.
희한한게... 다른 동아리 활동은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고 유독 사물놀이만 만들어졌음.
전역하고 나서 타군 출신들한테 들은 얘긴데...
특히 육군 쪽에서 사물놀이 동아리 때문에 고생 좀 했다고 함.
그래서 많이 미안함.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