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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5살짜리에게 삥뜯기는 소설
게시물ID : animation_132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를위하여
추천 : 2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0/28 01:40:17
  토요일 아침. 남들은 꿀처럼 달콤한 휴일을 시작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게는 그저 할일 없이 누워있는 시간의 일부분이다. 남들은 평일에 바쁘게 살아가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점심시간까지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것이 보통이며 하라는 일은 안하고 게임이나 만화나 보며 낄낄거리는 일상이 전부, 특별한 것이라곤 조금도 없다. 언제나 비슷하면서도 시시한 패턴의 일상을 유지하며, 그나마 그 패턴을 깨는 순간도 친구와 밥을 먹거나 알코올을 섭취하기위해 자리를 잠시 벗어나는 것 뿐, 지금의 내 처지를 발전시킬 생각이라곤 전혀 없으며 그저 심심하지만 않게 살아가고 싶은 나를 사람들은 "백수"라고 부른다.
 백수로 지낸지 얼마나 지났을까? 1년? 2년? 아니야, 그보다 조금 더 되지 않았나? 아무튼 이렇게 시간관념조차 안개처럼 흐릿할 뿐인 내가 이렇게 요일이나마 알고 있는 것도 전부 웹툰 덕분이다. 백수생활의 몇 안돼는 유희거리이니....

  "으으...."

  입으로부터 신음이 세어나온다. 머리가 아프다. 아니, 머리가 아픈것보다는 허리가 쑤신다. 이놈의 침대가 스프링이 망가지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잠을 청하는 자세가 나빴던 탓인지 허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토록 고통스럽다고,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허리는 내게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내 몸은 자비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자세로 허리의 요구를 거부한다. 물론 그 거부는 언제까지나 절대자가 나타나기 이전까지의 일이다.

  짝!

  "윽...!"
  "이녀석이 언제까지 자리에 드러누워있으려고...! 안일어나?"

  나왔다. 절대자가... 정확히는 우리 엄마가. 엄마는 스트레스 없이 죽어가는 내 삶의 몇 안돼는 스트레스이다. 즉, 내 삶을 연명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내 등짝을 벌하는 단죄자이지만.

  짝! 짝!

  등가죽으로부터 "아프다 이자식아! 안 일어나?"라고 외치는 듯한 고통의 전기 펄스 신호가 뇌에 전해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명령을 내리고,

  "으윽... 그만 때려요. 일어났으니까."
  "빨리 일어나서 밥먹어. 그렇게 한없이 퍼져서 드러누워있지만 말고."

 그제서야 등짝은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정확히는 전기 펄스 신호를 더이상 보내지 않는다고 하는거겠지만. 아직 남아있는 등가죽의 얼얼한 열을 감상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한다. 일단 아무것도 못하는 잉여인간이기는 하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

  내 이름 김노숙, 올해 27세 백수이자 모 대학교 휴학생인 나 김노숙은 지금....

  "씨이팔... 날 참 더럽게도 좋다."

  ...공원에 있다.
  내 꼴은 지금 말이 아니다. 머리도 감지 못하여 대충 캡모자 하나 뒤집어 쓰고 후드티를 입어 머리를 최대한 가려보고 집에서 쫒겨났다. 돈은 있지만, 그래도 마냥 pc방에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일단은 공원에서 죽치고 앉아서 열심히 비타민 D를 합성중이다.

  "지루하다아...."

  한숨을 내쉬며 지루함을 역설하는 혼잣말을 내뱉기를 여러번, 나는 내 나름의 지루함을 없앨 무언가를 찾아 눈을 굴렸다. 내게는 그저 집 앞의 '괜사리 넓기만 한 시설 좋고 깨끗한 동네 앞 공원'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나름 유명한 나들이 장소이다. 주말만 되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려와 그늘 아래에 돗자리나 텐트형 모기장, 혹은 진짜 텐트를 가져와 나들이를 즐긴다. 나는 지금부터 이들을 관찰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할 일이 없으니까!
  ...자랑할만한 얘기는 아니지.
  라고 자신에게 중얼거리듯 생각하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돗자리 가족을 살펴보았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자리에 누워서 두 팔로 자신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의 양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끼워넣고 소위 말하는 비행기 놀이를 해주고 있었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던 저 고전적인 모습을 설마 여기서 볼줄이야. 그 모습을 보며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크게, 하지만 경박하지는 않게 웃으며 즐거움을 뽐내었다. 정확히는 내가 '뽐내는 것 처럼 본 것'이지만.
  좋을 때구만. 좋을 때야.
  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번에는 텐트를 치고 밥을 짓고 있는 또다른 가족들이 보인다. 저런, 저기서 밥 지으면 안될텐데? 저기 바로 뒤에 보이는 '취사 및 취침 금지'라는 플랜 카드는 눈에 보이질 않는건가? 나는 저 가족들에게 공원의 담당자 -그 담당자가 경찰이 될지, 아니면 공무원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라고 말하겠다.- 가 그들을 찾아 면박을 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어보고는 다시 다음 대상을 물색했다. 이거 왠지 범죄자라도 된 기분인걸...?
  그런데 그때였다. 웬 다섯살 남짓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가족 나들이를 위해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꼬맹이는 목에 목걸이처럼 휴대폰을 걸고있었고, 목 주변과 치마의 끝에 흰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남자들이 가장 큰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다는 자료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뭐, 신빙성은 없다.- 길고 검은 생머리의 귀여운 얼굴을 한 미래가 보장된 꼬맹이였다.

  "꼬마야, 왜 여기 혼자있니? 가족들이랑 같이 있지 않구서."

  윽, 이거 왠지 납치범들이나 할 것 같은 대사인데.
  하지만 꼬맹이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뜬금없이 자신의 속옷을 벗어서 내리는 것 아닌가. 나는 화들짝 놀라서 꼬맹이에게 물었다.

  "꼬, 꼬마야?!"
  "아저씨, 지금 이거 보여?"

  꼬맹이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112. '잡았다 요놈' 혹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리우는 그들을 불러들이는 세자리 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왜 저걸 내게 들이미는거지?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고는 꼬맹이는 피식 하고 웃으며 내게 비웃듯이 말했다.

  "아저씨, 상황 파악이 안돼나봐? 그럼 설명해줄게. 지금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아저씨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떻게 되냐고? 흠... 상황을 정리해보자. 자신의 속옷이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이쁘장한 여자아이. 우중충한 색깔의 후드티의 후드를 쓰고 그 안에는 캡모자까지 쓰고 있는, 어찌 본다면 정말 고전적인 납치범의 패션을 하고있는 백수 남성. 그리고 경찰? 이런 제기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내 표정을 본 꼬맹이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깨달았나봐? 그럼 긴 말 안할게. 가지고 있는 돈 다 내놔. 그러면 전화는 하지 않을게."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다. 지금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자신의 지위 아닌 지위를 이용하여 나에게서 삥을 뜯으려 하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는것으로 모자라 넋이 나가기 직전의 순간, 나는 겨우 정신을 진정시켜서 최대한 진정된 투로 꼬맹이에게 말했다.

  "꼬, 꼬마야 착하지? 그, 그 전화 내려놔! 이 아저씨는... 아 젠장 아저씨도 아닌데 씨...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
  "알아. 착한 호구지. 그러니까 돈 내놓으라고."

  협상따윈 결렬되었다. 나는 내게 놓여진 두가지 미래를 보았다. 첫번째는 순순히 돈을 내놓고 사라지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꼬맹이에게 택도 없는 소리 말라고 거절했다가 잡았다 요놈의 그분에게 잡혀가 빨간줄이 새겨지는 것이었다.
  내 삶이 암만 비참하고 가치없는 삶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빨간줄은 아니야.... 빨간줄에 걸릴 순 없어! 근데 그렇다고 이 돈을 다 줘? 그럼 난 앞으로 뭘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라고? 제기랄 왜 내 인생에는 이딴 비참하고 재수없는 일들만 일어나는거야!
  내가 딜레마에 빠져 선택을 주저하고있는 모습을 보이자, 꼬맹이는 손가락을 통화 버튼 가까이 가져다 대고는 윽박지르는 투로 외쳤다.

  "지금 장난으로 보여?! 지금부터 셋을 셀거야! 그리고 그 안에 돈을 내놔. 괜히 어정쩡하게 한두장만 주려고 우물쭈물 거리면 바로 버튼을 눌러버릴 줄 알아! 그럼 지금부터 세겠어. 하나!"
  "자, 잠깐만 기다려봐 꼬마야!"
  "닥쳐! 둘!"
  "제, 젠장할 내 말좀 들...."

  하지만 꼬맹이는 무심하게 수를 세기위해 입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ㅅ..."
  "젠장! 여기있어! 여기있다고!"

  ...결국 나는 지갑을 통째로 건내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꼬맹이는 손가락을 휴대전화로부터 떼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비웃듯 말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꺄~ 많기도 해라. 고마워 아저씨, 이건 내가 아주 잘~ 쓰도록 할게. 지갑은 여기있어. 그럼!"

  그렇게, 그 빌어먹을 꼬맹이는 내 눈 앞에서 사라졌고,  나는 텅 비어버린, 심지어는 동전조차 남지 않은, 남은 것이라곤 공허함 뿐인 지갑을 망연자실히 내려다보며 분한 듯 중얼거릴 뿐이었다.

  "씨...발...."

  ...너무도 비참했다. 대여섯살이나 되었을 법 한 꼬맹이에게 삥을 뜯긴 내가, 그런 꼬맹이에게 비웃음을 산 내가, 그리고 그런 꼬맹이에게 업신여겨진 내가.... 화가 나다 못해서 시야가 흐려짐을 느꼈다. 아, 왜 눈에서 땀이 나려고만 하지?
  나는 흐릿한 시야를 정리하기위해 오른팔로 눈을 닦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꾸만 눈 앞이 흐릿해졌다. 암만 닦고 또 닦아도 말이다.... 나는 내 머리를 내리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했을 뿐인 태양빛이 태양빛이 어째서인지 나를 무척이나 뜨겁고 답답하게 만드는 듯 했다. 이 빌어먹게도 불쾌한 상태 때문에 화가 나서, 나는 언제나처럼 중얼거리듯 말했다.

  "씨발... 날씨 참 더럽게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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